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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졸업식장이야 콘서트장이야?

안성 비룡중학교의 색다른 졸업식 현장

등록|2016.01.05 17:47 수정|2016.01.05 17:47

교장훈화 대신 경품추첨여느 졸업식과 달리 최택수 교장이 필요한 시간은 경품추천시간. 경품이라해봐야 과자 한봉지가 다지만, 아이들은 자기 번호가 불리는 것에 환호했다 ⓒ 송상호


이 학교 졸업식, 튀어도 너무 튄다. 튀기로 아주 작정을 했다.

흔히 하는 졸업식 날짜(2월 중)가 아닌 1월 5일, 으레 졸업식이 열리는 학교 강당이 아닌 안성시민회관 등을 선택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를 부르며 눈물짓던 졸업식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시종일관 유쾌, 발랄, 상큼 등이 가득할 줄 미처 몰랐다.

졸업식에서 흔히 보는 졸업장 수여, 각종 시상과 장학금 수여 등은 미리 다해뒀다. 교장선생님의 훈화와 각종 축사 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굳이 졸업식이라는 느낌이라곤 졸업생들이 만든 졸업 동영상(30초 분량)이 공연 순서 사이사이에 상영될 때다.

비룡중학교(교장 최택수) 졸업생 3학년은 모두 9반. 공연 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했단다. 1반부터 차례대로라거나 9반부터 거꾸로 가는 방식은, 준비하는 아이들이 용납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퍼포먼스댄스가 끝난 후 아이들의 퍼포먼스. 직접 준비한 정성이 돋보인다. ⓒ 송상호


댄스타임이날 각 졸업생들은 적어도 2번 이상은 댄스무대에 섰다. ⓒ 송상호


졸업생 각 반별로 '남학생들 댄스 한 번, 여학생들 댄스 한 번, 남녀 다 같이 댄스 한 번'이 굳이 틀이라면 틀이다. 각 댄스는 1분 정도. 지루할 사이는커녕 눈도장을 찍을 사이도 없이 돌아간다. 자기 반 순서가 되면 나가고, 끝나면 들어오고, 또 다른 반이 나가고.

"멋있다! 잘한다!"

신나는 댄스곡과 댄스가 연출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축하 세리모니다. 무대 위 아이들은 '흔들흔들', 객석 아이들은 '들썩들썩'. 아이들은 졸업식이 아니라 콘서트 장에 온 걸로 잠시 착각된다.

선곡도 요즘 유행하는 댄스곡이 대부분이지만, 7080세대의 신나는 댄스곡과 '리메이커 곡'등을 함으로써, 이날 초대된 학부형들과 더불어 '세대 공감'을 만끽한다.

이 분위기는 졸업생들의 담임교사들이 꾸민 댄스무대로 정점을 찍는다. 깜직한 무대의상을 갖춘 교사들이 "사랑의 밧데리"란 곡과 함께 엉덩이춤을 출 땐, 어느 전문 댄서들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 낸다.

2시간 30분(오전 9시~11시30분)이 마치 10분처럼 후딱 지나가버렸다. 

사실 그동안 졸업생들은 졸업식이 다가오자, 교실에서 안무를 기획하고 연습하고, 졸업동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해왔다. 자신들의 잔치를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준비해온 게다.

깁스 열정한 여학생 졸업생이 다리에 깁스를 하고도 댄스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다 ⓒ 송상호


교사들의 댄스무대졸업생 담임교사들이 준비한 댄스 무대에 박수와 환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송상호


"요즘 아이들은 공부와 게임 밖에 모른다"는 부모들의 걱정을 한방에 잠재우듯, 아이들의 끼와 재능, 그리고 팀워크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아들딸들의 이런 넘치는 끼를 보며,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의 발랄함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릎 꿇지 않기를 바래본다. 

어쨌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졸업생들이 아옹다옹 만든, '졸업식'이라는 주제의 신나는 콘서트한 편을 잘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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