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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가 미국국적 버리겠다고 했다" 부동산·미국국적 앞에 고개 숙이다

[인사청문회]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등록|2016.01.07 20:40 수정|2016.01.07 20:40

이준식,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의혹에 연신 "송구"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세금탈루, 차녀 국적 문제 등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었다"며 식은 땀을 흘렸다. ⓒ 남소연


7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본청 506호. 30년간 공대 교수로만 살아온 이준식 후보자는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었다. 이미 인사청문회 전부터 부인의 부동산 임대업, 자신의 해운대구 토지 100평 매입, 차녀의 한국 국적 상실과 10억 원 아파트 매입 등이 드러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그런 탓인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공대 교수'답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 드러난 사실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담백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투자와 국적상실 등에는 "송구스럽다",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특히 "차녀가 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전해왔다"라고 말해 여당 의원으로부터 "다행이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소신 있게 "옳다"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현안과 정책 등에는 무난하거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교육부 수장으로서는 무색무취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①] 아파트·오피스텔 4채

이 후보자와 부인은 현재 서울 서초동과 목동, 자양동 등에 총 4채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다. 기준시가 기준 총 22억여 원이지만 실거래가는 3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국대 의대 교수인 부인(황태숙)은 부동산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목동 아파트 1채와 서초동 오피스텔 2채를 사들여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총 4채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통해 얻은 시세차익은 10억 원 이상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게 부동산 자산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 부부는 국민 세금이 들어간 '무이자 학자금'을 총 7397만 원(14차례) 대출받았고, 총 10건 이상의 세금을 체납했으며, 심지어 8년간 적십자회비조차 내지 않아 비판을 자초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기성 재산증식에만 관심 있는 것 아니냐?"라고, 같은 당의 윤관석 의원은 "재테크에는 유능하고 관심이 많은데 사회적 나눔에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오피스텔은 개인사무실로 쓰기 위해 보유하고 있고, 매도할 생각이 없다"라면서도 "다만 서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못한 점에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재테크 지적에는 "사려 깊지 못한 것이었다, 앞으로 그런 부분을 유념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고, "재테크에만 성실한 금수저 장관 후보자 아니냐?"(윤관석 의원)라는 비판에도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번 청문회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준식 후보자 부인은 부동산 투자의 달인? / 현금 4억 보유 이준식 후보자, '무이자 학자금' 14번

[부동산②] 해운대구 우동 100평 토지와 단독주택

이준식 "사려깊지 못한 처신" 연신 "송구"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세금탈루, 차녀 국적 문제 등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었다"며 식은 땀을 흘렸다. ⓒ 남소연


이 후보자는 지난 1976년 9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539-13번지에 위치한 326.9㎡(약 100평) 토지를 사들였다. 그가 서울대 기계공학과 학부를 갓 졸업하고 강원도에서 육군 소위로 군 복무하고 있던 때였다. 그는 지난 2003년 10월 해운대구 우동 토지를 7억200만 원에 팔아 최소한 4억4000만 원 이상의 차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후보자가 해운대구 우동 토지를 27년간 보유하고 있었고, 그동안 불었던 해운대구 개발 바람 등을 헤아리면 그가 얻었을 수억 원의 차익은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도움이 없이 25살의 나이에 '100평의 토지'를 사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편법증여를 통한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아버지가 처리한 일이라 얼마 주고 샀는지는 모르겠다"라며 "거기에 제 돈이 포함돼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학 다니면서 무슨 수입이 있었다는 거냐?"라고 캐묻자 그는 "수입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이 "증여세를 낸 적이 없다고 국회에 답변한 걸 보면 증여세 탈루가 분명한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압박하자 "안 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해운대구 우동 토지 매매대금) 7억여 원 중 일부는 (서초동) 오피스텔을 사는 데 투자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토지 말고도 단독주택(185㎡, 56.1평, 토지 포함)을 사서 소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1977년 해운대구 우동 150-5번지 단독주택을 샀는데 당시에도 그는 군 복무 중이었다. 군 복무(1976년 2월-1978년 6월) 중에 100평의 토지와 단독주택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후 그의 가족 간에 매매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유 의원은 "해운대구 우동 단독주택은 금액은 크지 않지만 외삼촌, 남동생, 여동생 등 가족들 간에 사고팔았다는 점이 이해 안 간다"라며 "이익이 있어서 이렇게 매매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배재정 의원은 "증여세를 낸 흔적도 없는데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운대구 우동 단독주택 소유와 가족 간 매매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제가 모르는 상황에서 부친이 한 일이다"라며 "저에게 남겨진 것은 해운대구 우동 100평 토지 하나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지난 1983년과 1987년 두 차례 해운대구 우동 단독주택 주소지로 전입한 사실이 있다.

[관련기사] 대학 졸업 직후 해운대 토지 100평 매입... 최소 4억 원 이상 시세차익 실현

[부동산③] 차녀의 10억 아파트 매입

이 후보자의 차녀(31)는 지난해 3월 고급 주상복합단지인 '더샾스타시티'(아래 스타시티)의 168㎡(51평) 아파트를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상에 기재된 거래가는 9억7000만 원이지만 실거래가는 10억 원 이상이다. 스타시티 아파트는 전세금 8억 원에 임대했고, 차녀는 1억7000만 원만 부담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건국대 병원과 현대 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로 일했던 경력밖에 없는 차녀가 '무슨 돈'으로 10억 원 고급아파트를 구입했는지에 관해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미국 국적자인 차녀는 현재 홍콩에서 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고, 지난해 9월께 홍콩의 한 피부과에 취직해 '자넷리 스파' 코너를 맡아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차녀의 스타시티 아파트 구입 자금은 딸과 사위가 직장생활 등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마련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배재정 의원은 "차녀는 만 29세, 사위는 만 32세이고,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자신들의 힘으로 9억7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사나?"라며 "차녀와 사위가 직장생활 해서 얻은 수익으로 샀다면 왜 차녀 단독 명의로 샀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부친이 이 후보자에게 대물림한) 해운대구 우동 토지처럼 스타시티 아파트도 차녀에게 대물림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이준식 후보자 차녀 10억 아파트 보유 확인

[국적상실] 차녀 "미국 국적 버리겠다"

이준식,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의혹에 연신 "송구"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세금탈루, 차녀 국적 문제 등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었다"며 식은 땀을 흘렸다. ⓒ 남소연


차녀는 이 후보자가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과정을 끝낼 즈음인 지난 1985년 4월에 태어나 이중국적자(한국 국적-미국 국적)가 됐다. 그런데 차녀는 지난 2007년 4월 한국 국적을 상실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차녀는 다음 해(2008년) 2월 법무부에 국적상실을 신고했고, 이와 동시에 주민등록도 말소됐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전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스스로 국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국적선택의무기간(만 22세) 경과에 따라 국적을 자동상실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차녀가 한국 국적을 상실한 이후 국적회복을 전혀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버렸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 후보자 차녀의 한국 국적상실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적인 지적들이 쏟아졌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절차를 몰라 국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안 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실수가 있었다"라며 "서울대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생 63%가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라고 말했다. 배재정 의원도 "국적 선택은 성인의 의무인데 후보자는 국가가 통보를 안 해줘서 변명하며 국가를 탓하나?"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차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데 차녀가 스스로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차녀의 미국 국적을 반납한다고 했는데 그 문제는 보류해 달라"라며 "차녀는 출가한 딸이자 한 가정의 며느리이고 아내이다, '국적 선택은 차녀의 몫이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해도 된다"라고 만류했다.

문 의원은 "차녀가 비도덕적인 인물로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비쳐지는 게 우려스럽다"라며 "후보자가 답변하는 시간이 배당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빚어낸 참혹한 현실에 사과드린다"라고 이 후보자를 적극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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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군 복무 중 대학원 입학"...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옳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인이었던 부친의 병과가 병기병과였는데 공교롭게도 후보자의 병과가 병기병과였고, 군 복무 중에 대학원에 입학했다"라며 이 후보자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가 군 복무 중이던 지난 1978년 3월 대학원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그는 1978년 6월 30일에서야 육군 중위로 만기제대했다. 

유 의원은 "이 후보자는 임관한 뒤 1년 동안 한 번도 정기휴가를 안썼는데 나중에 제대 8개월을 남겨놓고 정기휴가를 한꺼번에 썼다"라며 "평일 치러진 대학원 시험일에 휴가 사용 등은 누군가 특혜를 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밖에 누리과정 예산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교육계 현안과 관련한 질문들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누리과정 예산 사태에는 "재정 당국과 교육감들을 만나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라고 말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기본적으로 옳다"라고 찬성 의견을 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심에 비추어 옳다는 것을 확신하느냐?"라고 캐묻자 그는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사학과 출신인 설 의원은 "교육전문가도, 전임 교육부 장관들도, 양식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국정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같이 망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국정화는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출구전략 세우자'고 건의하라"라며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지금 (국정화) 그대로 하자고 하면 결국 같이 망한다"라며 "길이 아닌 것 같으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 출구전략을 세우자고 해야 하는데 후보자는 그런 자세가 안 돼 있다"라며 "(그렇게 하려면) 장관 하지 말라, 대한민국도 본인도 불행해진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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