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숭이는 원숭이가 아니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96] 꼬리 없는 영장류는 원숭이 아냐
▲ 침팬지 ⓒ pixabay
침팬지는 원숭이일까 아닐까? 또 고릴라나 오랑우탄은 어떨까? 이런 물음에 정답을 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퀴즈에 도전해 보시라. 안경원숭이는 원숭이일까 아닐까? 이상의 물음에 대한 답은 한결 같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안경원숭이 모두 원숭이가 아니다.
2016년은 음력으로 병신년이다. 12간지로는 원숭이의 해이다. 원숭이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동물 분류학 기준으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영장류에 속한다. 태생적으로 사람과 친근할 수밖에 없는 동물인 셈이다. 헌데 개나 소, 말 등을 연상하면 그 성질과 생김새 등에 대한 느낌이 쉬 오지만, 원숭이는 한마디 혹은 글자 몇 자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종류가 많고 다채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숭이는 서식지역에 따라, 흔히 '구대륙 원숭이'와 '신대륙 원숭이'로 분류된다. 동양의 12간지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구대륙 원숭이이다. 구대륙 원숭이의 자연 서식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이다. 반면 신대륙 원숭이는 남미와 중미 일부 지역이 원산지다. 신대륙 원숭이는 대략 3500만 년 전을 전후해 아프리카 원숭이가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하면서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 온 결과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대륙 원숭이는 구대륙 원숭이와 생김새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 두 그룹간 눈에 띄는 외모 차이로는 꼬리의 길이와 용도를 들 수 있다. 대체로 꼬리가 덩치에 비해 현저히 길고, 꼬리를 이용해 나무 등에 매달리는 원숭이라면 십중팔구 신대륙 원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찍이 원숭이들과는 서로 다르게 진화한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겉으로 드러난 꼬리가 없다. 꼬리의 유무는 요컨대, 원숭이와 유인원을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외견상의 특징인 것이다.
유전자가 서로 얼마나 유사한지를 따진다면,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구대륙 원숭이, 신대륙 원숭이의 순이라 할 수 있다. 구대륙 원숭이와 신대륙 원숭이의 조상은 대략 3500만 년 갈라진 데 비해, 사람 즉 유인원의 조상과 구대륙 원숭이의 조상은 얼추 2200만 년 전 즈음에 분화했다. 사람과 구대륙 원숭이 사이보다는 신대륙과 구대륙 차이는 있지만 역시 공통의 조상을 가진 원숭이들끼리 서로 더 닮은 셈이다.
반면 사람과 침팬지의 조상이 갈리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700만 년을 전후한 시기이므로 침팬지는 원숭이보다 사람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침팬지를 원숭이로 싸잡아 생각한다면, 침팬지 입장에서는 크게 서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릴라와 오랑우탄 또한 구태여 생물학적 친연성을 따진다면 원숭이보다는 사람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숭이는 유인원 축에는 들지 못하지만 12간지 동물 가운데는 유일한 영장류 목 동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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