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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협박' 하는 손녀, 고마워요

[하부지의 육아일기 60] "하부지야 하부지야, 뭐하니?"

등록|2016.01.12 10:50 수정|2016.01.12 10:50

콩콩이할아버지와 안 놀아준다고 협박(?)이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돌본게 아니라 손녀 덕분에 노후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있으니 마음도 신체도 젊어진다. ⓒ 문운주


"너, 안 놀아 준다."
"…."

32개월 된 손녀가 안 놀아준다고 협박(?)이다. 100일 때부터 보기 시작했다. 목도 가누지 못하고 기지도 못하던 아이, 성장이 늦어 고민하던 아이다. 그래도 눈을 맞추고 방긋방긋 웃었다. 천사 같다고 했다. 엊그제 일이다. 그 아이가 이제는 되레 할아버지에게 안 놀아준다니 참 세월 빠르다.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거나 아기 본다고 떳떳하게 말했다. 친구들이 손자녀를 돌보는 것을 탓할 때마다 나름대로 아이 돌보는 기쁨을 이야기하곤 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것, 나라가 늙어 가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양육에 대한 불편 때문이라고 진단하곤 했다.

콩콩이자매가 즐겁게 놀고 있다. 놀이터에서 놀거나 도서관에 간다. 요즈음은 감기 때문에 방안에서만 논다. 그림도 그리고, 할아버지도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즐겁다. ⓒ 문운주


"하부지야 하부지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손녀와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놀이를 하며 논다. 아이와 노는 재미가 솔솔하다. 재법 장난을 칠 줄 안다. 날씨가 춥지 않으면 인근 놀이터에서 놀거나 도서관에 갈 텐데, 감기로 콧물을 흘려 외출금지다. 옛날 같으면 콧물은 옷소매로 문질러 닦거나 가슴에 손수건을 차고라도 밖에서 뛰어놀았다. 지금은 아니다. 엄마도 그렇고 아이들은 더욱 힘들어 한다.

콩콩이할아버지의 전속모델이다. "할아버지 이렇게 설 줄 알아요", 한 발을 들고 포즈를 취해 준다. 이런저런 모습을 찍어주고 즐거워하는 것도 아이들 덕분이다. ⓒ 문운주


그리고 '곰 세 마리'도 즐겨 부른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제법 그림을 잘 그린다. 무지개도 그리고 그냥 선도 긋는다. 원도 그리고 아빠 얼굴도 그린다. 콩콩이는 그림 그리기 천잰가 보다 했더니 아내가 깜짝 놀란다. 예술 하는 사람은 배가 고프다나.

퇴직한 지 8년째다. 걱정이 많았다. 40여 년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생활패턴이 바뀌었다. 무엇을 하나 걱정이 앞섰다. 취미생활이야 운동·등산·사진 등 할 수 있다지만 심리적 공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손녀 콩이와 콩콩이가 와줬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돌본 게 아니라 손녀가 할아버지와 놀아준 게 맞다.

▲ 손녀 콩콩이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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