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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보육대란, 남경필 지사 발언에 갈등 심화

더민주당 측 경기도의회·기초 자치단체장 "경기도민 혈세 낭비, 인기영합주의"

등록|2016.01.11 21:24 수정|2016.01.12 09:42

▲ 남경필 경기도지사 기자회견 ⓒ 경기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제시한 보육 대란 해결책이 해법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고 있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최대 치적인 경기도 연정(연합정치)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인기 영합주의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남 지사는 일요일인 지난 10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소한의 누리과정 예산을 경기도가 지원해 보육 대란을 막고, 이후에도 해결이 안 되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경기도가 책임지겠다"라고 발표했다. "급한 대로 누리과정 2개월 치 909억8000여만 원을 편성할 계획"이라며 "이를 승인해 달라"고 경기도의회에 호소했다.

이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11일 오전 남 지사의 제안을 비판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교육감은 "남 지사의 제안은 미봉책이고, 이 방법으로 당장 보육 대란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때문에 공교육이 무너지는 교육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육감은 또한 "누리과정 문제로 지난해 말 여당(새누리)의원들이 (경기도의회) 의장석을 점거해 여·야 의원 간 욕설이 오갔고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결국 올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해 준예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연정이 산산이 깨지는 아픈 현장이었다. 참으로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정치적 이익 위해 경기도민 혈세 상납, 인기영합주의"

▲ 의장석을 점거해서 예산안 통과를 저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 ⓒ 구희현


이 교육감뿐만 아니라 경기도의회 더민주당 측과 경기도 기초 자치단체장도 남 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도지사가 중앙정부 책임인 누리과정 예산을 대신 책임지면, 경기도민 세금으로 중앙정부 일을 해주는 게 된다"며 경기도 예산을 누리과정에 투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자치와 분권의 훼손이며 경기도민의 혈세 낭비이자, 그야말로 인기영합주의"라 주장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앙정부에 경기도민의 혈세를 상납해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남 지사가 공식 발표를 하기 전인 지난 7일 오후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남 지사는 공식 발표를 하기 전인 지난 3일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에게 이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국가 사무인 '복지'를 지방정부가 계속 떠맡다 보면 지방자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면서 "남 지사의 제안은 누리과정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본 대책 없이 누리과정을 경기도가 지원하게 되면 결국 재정 파탄이 올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회 더민주당 측은 11일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누리과정은 (경기도가 아닌)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남 지사의 제안에 반대했다. 더민주 소속 의원 일부는 '남 지사가 누리과정 문제에 뛰어든 배경에 자신의 인기를 높이려는 정치적인 셈법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 8일 김주성 교육위원장(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남 지사는 도지사가 아니라 새누리당 대표 역할을 했다. 왜 그러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발언했다. 김현삼 대표(안산)는 "(남 지사가) 중앙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보육 대란 해결한 스타가 되고 싶은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양근서 의원(안산)은 지난 8일 기자와 통화에서 "아이와 학부모를 위해 결단을 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으리란 계산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박옥분 의원(비례)은 "누리과정 문제를 전국 이슈로 만들기 위해 준예산 사태를 만들었다는 느낌도 든다. 대권 주자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4월 총선을 겨냥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청 총부채, 3년 만에 '7배 증가'

▲ 경기도의회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내용을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하고 있다. ⓒ 경기도의회


누리과정 지원 문제로 인한 보육 대란 근본 원인은 결국 '돈'이다. 중앙정부는 "지방 교육청에 돈이 있다"며 누리과정을 지원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에 교육청은 "누리과정을 지원하면 교육재정 파탄 난다. 대통령 공약이니 정부가 지원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가 경기도 교육청 예산을 임의로 분석해서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문건을 작성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문건 작성자는 이 문건을 남 지사에게 보고하고도 사실을 부인하다 뒤늦게 시인했다. 당시 경기도 교육청은 "돈을 쌓아놓고도 누리과정을 안 하는 것처럼 경기도가 사태를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경기도 분석대로 교육청에 누리과정을 지원할 돈이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오마이뉴스>가 예산을 직접 확인해보았다. 그 결과 누리과정 지원 예산은 없고, 대신 빚만 많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그 원인을 "누리과정 지원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지출이 늘어났지만, 교부금 증액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도 교육청 총부채는 2015년 기준 6조 5000억 원(50.7%)으로, 지방채만 비교해 보면 누리과정을 최초 지원한 2012년보다 7배 증가했다. 사실상 파산 상태다. 여기에 올해 누리과정 예산 1조 559억 원을 지원하면 부채비율이 58%가 되어 사실상 유·초·중·고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다른 교육청도 빚더미에 올라 있는 건 마찬가지다. 전국 시·도 교육청 총부채는 17조13억 원(28.8%)으로, 지방채만 비교해 보면 누리과정을 최초 지원한 2012년보다 5배 증가했다.

결국 준예산 사태 끝내지 못할 수도

▲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교육청을 항의 방문, 누리과정을 지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 경기도의회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은 누리과정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행정을 할 수 없는 준예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더민주는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13일 임시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남경필 지사가 "누리과정 2개월 치 예산을 편성, 의회에 올리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라 '준예산'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누리과정과 관련한 남 지사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남 지사의 발표를 협상 지침으로 이해한 새누리 의원들이 또 의장석을 점거해서 올 예산 통과가 불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교육감은 "남 지사는 지난해 말에도 예산 심의 막바지에 비슷한 말을 했다. 오는 13일 예정된 임시회의 직전에 또 같은 말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준예산 사태가 남 지사로부터 비롯됐고 남 지사의 이번 발언이, 새누리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는 사태를 또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남 지사는 지난해 말 여·야 양당 대표가 예산안을 협의하는 자리에 기자들과 함께 갑자기 나타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제안했다. 더민주 측에서는 "이것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협상 지침이 됐고, 이 때문에 새누리 의원들이 강경한 자세로 돌변해서 협상이 깨진 것은 물론 새누리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 주장했다. 준예산 사태가 남 지사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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