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노동조합 "권력과 자본의 꼭두각시 거부"
이종만 지부장, 새 경영진 향해 '임금정상화·투자유치·사옥매각반대' 천명
▲ 이종만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 이종만 지부장은 11일 취임식 때 "자본과 권력의 꼭두각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 김갑봉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는 11일 저녁 회사에서 지부장 이·취임식을 진행했다. 이종만 18대 지부장은 "권력과 자본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양심을 지키면서, 바른 언론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일보지부는 지난 3일 투표를 실시해 단독 입후보한 이종만 기자를 지부장으로 선출했다. 이종만 지부장의 임기는 2년이다. 감사는 편집기획부 장주석 기자가 맡기로 했고, 박진영 기자와 장지혜 기자가 각각 사무국장과 사무차장을 맡기로 했다.
앞서 인천일보는 지난해 12월 8일 대표이사를 황보은 사장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이틀 뒤 진행한 전체 직원회의 때 김정섭 회장이 "주주총회 때 유정복 시장과 친한 황보은 사장을 취임시켜 덕 좀 보자고 했다. 황보은 사장은 유 시장 캠프에서 일했다"고 하면서, 인천에서 '권언유착' 의혹으로 확산됐다.
인천일보노동조합은 대표이사 교체과정과 이후 진행된 일들을 '저널리즘의 위기'로 인식했다. 그래서 같은 날 인천일보지부는 긴급총회를 열어 조합원 만장일치로 황보은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 3일 투표로 이종만 기자를 선출했다.
이종만 지부장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김정섭 회장이 특정 정치세력과 손잡고 현 인천시장과 가까운 인물을 대표이사로 내세웠다"고 한 뒤 "인천일보 회장이 언론인으로서 자질이 의심되고 편향된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시민들에게 송구할 따름이다"며, '김정섭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부장은 "지난 3일 노조위원장이 된 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법정관리를 졸업해서 빛 좀 보려나 했더니 정말 바람 잘 날 없다며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고, 지겹고 지친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지부장 당선 후 '지겹다' '노사 모두 문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2000년대) 인천일보 노동조합의 저항과 투쟁이 언론을 바로세우겠다는 명분과 정의로움에서 비롯됐는데, 이 가치를 노동조합이 인천일보 내부와 지역사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종만 지부장은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 지부장은 그래서 취임을 앞두고 지난 2000년대 노사갈등이 치열했던 과정을 다시 떠올리며, 당시 인천일보 노동조합이 내린 결정과 안팎에 보여준 모습을 복기했다고 했다.
이 지부장은 "당시 인천일보노조는 '언론'이라는 공적자산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하려는 세력들과 싸우지 말고 침묵해야 했던 것일까? 정말 많이 생각했다. 백번을 생각해도 결론은 같았다"며 "'인천일보 또?', '아 지겹다', '쟤네 망하겠네'라는 반응에 아무리 속상하고 가슴 아프더라도, 권력과 자본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양심을 지키면서, 바른 언론을 지향하겠다는 몸부림을 멈출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뒤 "인천일보가 시끄러운 것은 '정론직필과 공정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고 바른 언론을 지향하려는 기자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일보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세력에 맞서는 기자들이 여전히 살아있어서다"고 덧붙였다.
이종만 지부장은 '인천일보노동조합이 인천일보를 인천일보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현재 최저임금 보다 약간 많은 직원들의 임금을 법정관리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새 경영진에게 비전제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황보은 사장 취임 후 올해 시무식 때 부각된 사옥매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이종만 지부장은 "직원들이 3년 가까운 법정관리 기간 동안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임금을 받았다. 노동조합은 사측과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진행해 직원들의 임금을 법정관리 이전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게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16년 시무식 때 황보은 사장이 '사옥이전'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강하게 저항하겠다고 했다.
이 지부장은 "새 경영진은 증자결의와 투자유치로 인천일보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옥이전은 사옥매각이다. 사옥매각 운운하면서 회사재산을 팔아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생각을 깨끗하게 버려야 한다. 새 경영진 이를 외면하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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