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박 대통령 기자회견, 외신 기자들에게는 '연극'?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기자도 비판... "연극 같은 기자회견 볼 기회도 적어"

등록|2016.01.13 20:23 수정|2016.01.14 07:48

▲ 사전 질문지와 주요 내용을 담은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문건을 트윗한 제임스 피어슨 기자 ⓒ 트위터


'Pre-approved questions for today's press conference with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기자회견에서 미리 승인된 질문들).'

몇몇 외신 기자들이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임스 피어슨 <로이터> 통신 한국 특파원은 위의 말과 함께 기자회견 전 유출돼 인터넷에 퍼진 이번 기자회견 질문 순서 및 요지가 정리된 타인의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 제임스 피어슨 기자 트위터 갈무리 ⓒ 트위터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을 미리 짜놓은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행사로 인식한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나누다 "내가 머리가 좋으니까 기억을 다 하지"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ㅋㅋㅋ아휴"라고 한국말로 한탄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내 머리가 좋아서 질문 기억" 대통령 기자회견, 또 '연출' 의심).

그의 게시글엔 "외부자가 봐도 답답하죠? 내부자가 보면 미치고 팔딱 뛰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되면 느끼게 되실지도 (**진)" 등 기자의 답답함에 공감하는 한국인의 댓글도 뒤따랐다.

외신 기자들, "연극 같은 기자회견, 볼 기회도 적다" 불만 토로

▲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기자 트위터 갈무리 ⓒ 트위터


"Once Don Kirk asked a spontaneous question to Roh Moo-hyun - like a real journalist at a real press conference. Magic.(도널드 커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자연스러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진짜 기자회견에서의 진짜 기자처럼 말이다. 그건 마법 같은 일이다)."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식 기자 회견이 외신 기자에 공지조차 안된 일을 성토했다. 그는 또 "Can you explain why I was excluded from @GH_PARK's press conference today? Don't you care about @washingtonpost readers?(왜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기자회견에 제가 제외됐는지 설명해주지 않나, 워싱턴포스트 독자들은 신경쓰지 않는 건가)"라며 청와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직접 항의성 질문을 남겼다.

피어슨 기자는 그의 이같은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 제임스 피어슨 기자 트위터 갈무리 ⓒ 트위터


"Had you been included, would you have been comfortable asking a pre-approved question that prompted a scripted answer(당신이 그 기자회견에 있었다면 승인 받은 질문을 던지고, 보고 읽는 대답에 만족할 수 있었을까)?"

제임스 피어슨 기자의 리트윗 아래 안나 파이필드 기자의 답이 다시 달렸다. 이 두 기자는 트위터에서 문답을 주고받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와 일부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아래는 그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 제임스피어슨 기자와 안나 파이필드 기자의 트위터 대화 ⓒ 트위터


[안나 파이필드] "Of course not. That's not the point. these events are rare and I would've liked the opportunity to attend - and I'm even in Seoul (물론 아니지. 그건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 이런 행사들은 굉장히 흔하지 않고, 난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은 거다. 심지어 나는 서울에 있다)."

"How many opportunities does the press get to see @GH_Park in action? Very few. The foreign press even fewer.(박근혜 대통령이 행동하는 걸 목격할 수 있는 언론이 얼마나 되겠나. 굉장히 적다. 외신은 더 희박하고)."

[제임스 피어슨] "Indeed - and every time it is a carefully scripted and staged event, sadly(맞다. 슬프게도 매번 매우 신중하게 짜인, 연출된 이벤트다)."

[안나 파이필드] "The point isn't that it's theater (though it is) but that I wasn't given the chance to see the theater(중요한 건 그게 연극이라는 게 아니다(사실 그렇긴 하지만). 연극을 볼 기회가 적다는 게 진짜 문제다)."

청와대 기자단은 질문순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긴 했지만 질문 요지를 전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청와대가 질문요지까지 미리 확보해 답안을 미리 작성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하지만 주요 외신기자들의 눈에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현장에 갈 필요가 없는 연출된 행사' 혹은 '참석 기회조차 적은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