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을 보호해줍니다"... '숯진주' 들어간 물컵
물에 부서지지 않는 통숯 개발한 '대학생 발명왕' 김경희씨
▲ '대학생 발명왕' 김경희 씨가 숯진주가 붙여진 '숯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목포 남진야시장에서다. ⓒ 이돈삼
"숯으로 만든 진주예요, 숯진주. 손에 까맣게 묻지 않고요. 숯가루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미네랄 풍부한 맛있는 물로 만들어주고요. 숙취의 원인물질도 잡아준답니다. 간을 보호해주죠. 제가 발명한 겁니다."
지난 15일 목포 남진야시장에서 만난 김경희(22)씨의 말이다. 김씨는 현재 목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대학 내 창업동아리(JJC)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녀의 말에 야시장 방문자들이 화들짝 귀를 세운다.
▲ 김경희 씨가 매대를 운영하고 있는 목포 남진야시장. 지난 15일 개장 직전의 모습이다. ⓒ 이돈삼
▲ 상인들이 주전부리를 만들며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목포의 남진야시장. 지난 15일의 모습이다. ⓒ 이돈삼
남진야시장은 목포시 산정동 자유시장에 개설됐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열린다. 날이 어두워지면 열리는 밤시장이다. 남진야시장답게 가수 남진의 노래 <님과 함께>로 문을 연다. 시장 곳곳에 남진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의 사진이 걸려 있다.
야시장은 기존 200여 개 점포 외에도 포장마차 같은 매대 30여 개가 운영된다. 낙지호롱, 홍어튀김, 국화빵 등 주전부리를 판다. 국제결혼을 통해 온 이주여성들이 만든 외국음식도 맛볼 수 있다. 김경희씨 같은 젊은이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과 액세서리 등 생활용품도 판다.
방문객과 상인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서 전달해주는 시장 방송국도 있다. 시장에서 홍어를 파는 '홍애아제' 김용희씨가 DJ를 맡고 있다.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재래시장이다.
▲ 김경희 씨가 숯진주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 목포의 남진야시장에서다. ⓒ 이돈삼
▲ 김경희 씨가 지난 15일 목포의 남진야시장에서 방문객들에게 숯진주와 숯잔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김씨가 보여준 숯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술이 더 맛있겠네" "물맛도 좋겠는데" "어떻게 쓰는 거예요?" 김 씨가 선보인 제품은 물컵과 술잔, 텀블러(큰잔) 등이다. 컵 안에 숯진주가 하나씩 들어있다. 그 잔에 물이든, 술이든 따라서 마시면 된다는 것이었다.
숯진주의 크기가 구슬만하다. 손에 까맣게 묻거나 쉽게 깨지는 기존 숯의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게 그녀의 이야기다. 물에 넣었을 때 숯가루가 나오거나 부서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숯의 장점은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숯은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내뿜고, 미네랄을 생성시켜 주며, 항균과 해독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마에서 열을 가해 통숯으로 만들어요. 참나무 종류인데요. 이 통숯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모양을 만들고, 겉을 진주처럼 빛나게 합니다. 나뭇결까지 그대로 살아있게요. 그래서 물 속에 계속 담가둬도 부서지거나 갈라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숯진주가 천연 필터 역할을 한다는 게 그녀의 얘기였다. 그 숯진주를 하나씩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 컵에다 붙였다.
▲ 김경희 씨가 숯진주가 들어있는 숯잔에 물을 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목포의 남진야시장에서다. ⓒ 이돈삼
▲ 숯진주가 들어있는 숯잔에 물을 붓자 기포가 발생하며 유효한 성분을 생성하고 있다. ⓒ 이돈삼
"어려서부터 숯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버지께서 수족관에 숯을 넣는 걸 본 뒤부터였던 것 같아요. 숯이 물을 정화시킨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고요. 집에서도 숯으로 수돗물을 정수시켜서 먹었거든요."
김씨는 물속에 숯을 넣어서 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숯의 모양을 바꾸면 숯가루가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곧바로 모양을 바꾼 숯에 플라스틱을 섞은 플라스틱숯 병마개로 전국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받았다.
대학생이 돼선 참나무 통숯으로 숯진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신산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숯진주를 넣은 술잔을 출품했다. '숙취를 해소하는 요술술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신사업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우수 아이디어 공모전엔 숯진주를 넣은 주전자를 출품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상을 받았다.
▲ 김경희 씨가 개발한 숯진주 제품들. 크고 작은 컵과 경혈패치다. ⓒ 이돈삼
숯진주를 이용한 김씨의 아이디어 제품이 연달아 나왔다. 숯진주를 넣은 컵, 큰잔(텀블러)에 이어 혈액순환을 돕는 경혈패치까지 개발했다. 한 텔레비전의 '도전 발명왕' 프로그램에 소개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지난해 1월엔 목포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관심있는 학생들과 함께 대학생 창업 동아리도 만들었다. 새로운 제품 개발도 계속 이어졌다. 숯진주를 붙인 임산부용 입덧방지 팔찌, 당뇨환자용 슬리퍼를 선보였다.
숯진주와 관련 제품에 대한 특허 출원도 모두 끝냈다. 소요 비용도 각급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엔 남진야시장 공모전을 통해 입점 승인까지 받았다. 야시장 개장 이후 2개월째 숯진주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 김경희 씨가 숯진주를 넣어서 만든 숯잔. 갖고 다니기 편하도록 케이스까지 만들었다. ⓒ 이돈삼
▲ 김경희 씨가 숯진주를 붙인 경혈패치를 손목에 착용해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목포 남진야시장에서다. ⓒ 이돈삼
"숯진주와 물이 만나면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만들어줍니다. 유해성분은 빨아들이고 물분자를 활성화시켜주는 거죠. 술에 들어가면 유해성분을 중화시켜줘서 술을 부드럽게 해주고요. 목넘김이 좋고, 숙취도 없애주죠."
김씨의 숯진주 예찬이다. 그녀는 앞으로 숯진주를 이용한 생활용품과 의료용품, 의류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혼자 감당하기 벅찬 일이지만, 젊음을 무기로 부딪히면 못할 게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대학 졸업반인데요. 저는 취업보다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1인 창업이죠. 창업과 취업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니, 좋은 직업이라고 봐야죠. 몇 년 뒤엔 벤처기업으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숯진주의 효능에 대한 그녀의 확신과 자신감에서 젊은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엿보인다.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에서 발랄한 여대생의 미소도 묻어난다. 그녀의 숯 제품 개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 김경희 씨가 매대를 운영하고 있는 목포의 남진야시장 풍경.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만 열리는 관광시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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