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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새누리당 대체할 보수정당 될 수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04] 이용마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등록|2016.01.19 07:40 수정|2016.01.19 08:07

▲ 이용마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 이영광


지난달 3일 <오마이뉴스>에는 "문재인 대표님, 이번엔 정말로 갈라서기 하십시오"란 글이 올라와 SNS에 300여개의 공유와 6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되었다.

이 글은  MBC 해직기자로 정치학 박사기도 한 이용마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쓴 글이다. 우연인지 정확히 10일 후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 민주당 이하 더 민주당)을 탈당했고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도 잇따르고 있다.

40여 일이 지나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고 더 민주당은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상황을 이 연구원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여 지난 13일 잠원역 근처 커피숍에서 이 연구원을 만났다. 다음은 이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새해가 되었어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시간이 돼야 되는데 전체적으로 전망이 밝지 않아서 안타깝고요. 그래도 사람이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벌어지고 변수가 많아 사람이 예상하거나 예측한 대로 돌아가진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고 희망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해요. <오마이뉴스> 독자들도 힘내시고 좋은 일 함께 기대해 보도록 하시죠."

 - 지난달 3일 <오마이뉴스>에 "문재인 대표님, 이번엔 정말로 갈라서기 하십시오"란 글을 기고하셨잖아요.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되었나요?
"야권의 내분이 환멸을 느낄 정도로 계속되어 참 지겨웠잖아요. '이러다간 야권 정치인뿐만 아니라 지지층까지도 전부 다 갈라져 싸워서 야권의 희망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 기왕 헤어질 거면 빨리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참다 참다 못해 쓴 거예요. 사실 그때도 이미 늦었지요.

야권의 내분을 보면 뿌리가 굉장히 깊거든요. 양측의 싸움이 어떤 정책노선을 둘러싼 갈등이라면 건설적인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현재 벌어지는 싸움은 노선 싸움이라기보다 주도권 다툼이거든요. 이건 결국 자기 밥그릇 싸움이잖아요. 이런 식이면 야권이 공멸하는 거죠. 그래서 '기왕 헤어질 거면 빨리 헤어져야 상대방에게 상처를 덜 주고 또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러나 헤어지되 명분이 있어야죠. 뭐냐면 바로 정책 노선이죠. 주류는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고 비주류는 중도라는 이름의 보수성을 유지하면 유권자들도 판단하기가 좀 더 편하지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갈라서야 지금 보수라는 이름의 가짜 보수 세력과 싸울 때 양자 간의 연합정치도 가능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기고했던 글이에요."

"30명 나간다 한들 더 민주당 크게 바뀌진 않을 거다"

- 기고한 글에서 문 대표에게 "정의당과 정책 연합을 선언하고, 정치노선을 분명히 세우기 바란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탈당한 김영환 의원은 "더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다반사로 해서 국민은 넌더리를 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이 합법적인 평화적인 집회를 보장해 주면 되는데, 그걸 틀어막고 끊임없이 충돌을 야기하고, 충돌이 발생함으로써 시민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무조건 충돌 자체가 싫은 거예요. 김 의원이 그런 이미지를 지금 더 민주당에 덮어씌우는 거거든요.

하지만 국민이 지금 야당에 대해 느끼고 있는 문제의식은 장외 투쟁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130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야당이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력이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느냐면 야당이 애매한 정책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죠. 과거 양김은 반독재라는 선명한 노선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야당의 정책 노선은 아무도 몰라요. 말로만 민생이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고 얘기하지, 이들이 그것을 위한 정책대안을 내놓은 게 없잖아요. 그래놓고 국민한테 뭘 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되지요.

그러다 보니, 여당이 경제 살리겠다면서 일방적으로 대기업이나 재벌들, 혹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 어정쩡한 겁니다. 서민의 이익에 반하니까 반대를 하긴 하는데, 정작 서민들을 위한 정책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반대만 하니, 무조건 반대만 하는 세력으로 비치지요. 이걸 피하려다 보니 적당히 정부와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거기에 야당이 취하는 애매한 중도노선이 또 한몫하는 거죠. 결국, 정부, 여당에 질질 끌려가는 것이죠.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을 때 그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거든요. 그때 여당에서 4대 개혁 입법 밀어붙일 때 박 대표가 '국보법 폐지 안 된다, 사학법 개정 안된다'는 걸 세게 밀어붙였잖아요. 그때 당시 야당 지지자들에게 박 대표가 선명하고 진짜 야당 대표란 인식을 하게 해줬잖아요.

그런데 지금 야당은 이도 저도 아니면서 다 끌려가요. 박근혜 정부가 노동 개악 추진하는데 노동계에서 반발하니까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안이 없잖아요. 어정쩡하게 끌려가다가 적당히 타협해 줄 거예요. 바로 이런 중도를 가장한 무능력 때문에 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안 올라가는 건데, 장외투쟁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거죠."

- 그럼 비주류가 빠진 더 민주당의 모습은 어때요?
"몇 명 안 나갔잖아요(웃음). 30명이 나간다고 한들 지금 더 민주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진 않아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에서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실 경제 문젭니다. 경제 문제에서 분명한 입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직 부족해요. 이번에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했는데,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이라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더 보완되어야 합니다.

지금 더 민주당은 과거 새정련과 별 차이가 없고, 국민의당은 새정련보다 상당히 보수적인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중도를 놓고 보수화 경쟁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국민의당 스탠스를 보면 새누리당보단 좌고 더 민주당보단 우 같은데.
"저는 그게 자연스럽다고 봐요. 지금 소위 낡은 진보를 비판하면서 자기들은 중도 노선으로 가겠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중도라는 게 말이 중도지 잡탕이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중도와 중용을 많이 혼동하는데, 중용은 그냥 기계적인 가운데를 찾는 게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제대로 잡는다는 거예요. 그러나 이걸 기계적인 중도 찾기로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거든요.

저는 국민의당이 이런 스탠스를 취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봐요. 왜냐면 지금 새누리당이 보수정당이라고 하지만 거긴 가짜 보수예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오히려 제대로 입지를 굳히면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서 새누리당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지금 새누리당은 일베 정당 비슷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이 확장성을 띠려면 그건 호남으로의 확장성이 아니라 합리적인 보수를 견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최근 호남 자민련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어요.
"그런 주장을 하는 분은 대부분 호남 사람인데 그만큼 피해의식이 큰 거에요. 이건 사실 노무현 정부가 야기한 현상이라고 봐요. 노무현 정부는 진보적인 정부가 아니었잖아요. 물론 초반엔 진보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었는데 5년 집권 기간 동안 보여 준 행보나 행태는 오히려 보수정당의 노선을 많이 보였거든요.

그것은 정책보다 인맥으로 연결되어 이로 인해 PK 정부라는 인식을 집권 후반기 호남 사람들한테 많이 준 게 분명히 사실입니다. 호남 사람들로서 거기에 대한 피해나 소외 의식을 많이 느꼈죠. 그 결과 '호남 자민련이라도 있어야 우리가 제대로 대접받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시죠.

하지만 호남이 그런 식으로 호남 자민련을 만들어서 PK나 TK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더부살이를 하는 게 과연 호남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냐면 전 아니라고 보거든요. 진정으로 호남이 자존감을 세우고 대한민국도 발전하는 길을 찾아야죠.

그건 호남과 다른 지역이 연대하는 겁니다. 무엇을 고리로 연결하느냐면. 우리 사회의 약자들끼리 연대해야죠. 호남 정권이든 영남 정권이든 실제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은 몇 안 되는 기득권층들뿐입니다. 두 지역의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이런 분들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힘든 건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영호남의 못사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결국 정책 노선에 따라 각 정당이 이합집산 하는 길밖에 없다고 봐요. 진보와 보수, 각각의 성향에 맞는 사람들끼리 연합할 수 있는 그런 정당 체제가 만들어지면 지역주의도 해결되고 특정 지역 주민이라는 소외감도 벗어날 수 있는 겁니다."

"국민의당, '이승만 박정희 찬양' 나쁘지 않다... 보수 끌어안아야"

- 11일 안철수 의원 등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참배했어요. 그 자리에서 한상진 창당 준비위원장이 두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나라 근대화·산업화를 몸소 이끈 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 땅에 도입하고 굳게 세우신 분"이라고 평했는데.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행보잖아요. 이승만, 박정희에 대해서 이렇게 찬양성 발언을 한 것 자체가 국민의당 색깔을 보여 주는 게 아니냐고 분노를 할 텐데, 국민의당은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이라서 양쪽을 다 칭찬을 수 있습니다. 거꾸로 양쪽을 다 비판할 수 있죠. 잡탕인데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이런 식으로 해서 국민의당이 보수를 끌어안고 가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한다면 나중에 새누리당을 대체할 수도 있거든요.

지금 새누리당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처럼 합리적인 보수가 내쳐지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일베 정당 비슷하게 자꾸 가고 있단 말이에요. 새누리당이 극우화될수록 합리적인 보수를 끌어올 수 있는 영역은 자꾸 넓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국민의당은 그쪽을 공략하는 게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 자리를 잡는 게 오히려 좋은 게 아니냐는 거죠.

그렇게 될 경우에 보수도 새롭게 재편이 될 수 있는 거고, 진보도 재편되면서 합리적인 보수 대 합리적인 진보 간의 대결구도로 우리 정치권이 재편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측면에서 그렇게 크게 나쁘진 않다고 봐요."

- 가능성이 있나요?
"지금 현재는 쉽진 않죠. 일단은 총선이 임박해 있는 상황이고 갈라지려면 좀 더 빨리 갈라졌어야죠.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 색깔들을 보여 주는 노력을 해야 했는데 지금은 당을 이제 만드는 단계고 포지션도 애매하죠. 그런 여러 측면에서 이번 총선에서 과연 그 정도까지 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어찌 됐든 그쪽으로 계속 자기 스탠스, 포지션을 유지하고 간다면 그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요."

- 탈당한 의원 대부분 호남 의원으로 교체 요구가 높은 지역구에요. 그래서 국민의당에 탈당한 의원은 계륵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대부분이 계륵이 되겠죠. 이게 한국 사회 제3당의 딜레마예요. 세력을 확장해야 되는데 그냥 새로운 사람들로는 지명도도 떨어지고 당선 가능성이 낮거든요. 그래서는 제3당으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인물을 영입하는데, 기존의 인물이 들어오면 대부분 기존 정당의 마이너란 말이에요. 참신성이 떨어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계속 빠지는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지금도 호남 자민련을 주장하는 그런 분들이 국민의당으로 가는데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 이들은 계륵이죠. 이들이 있으면 참신성을 잃어버리거든요. 지금 문재인 대표가 영입하는 인물들이 참신성에서는 훨씬 낫잖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과연 당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 같아요."

- 어제(12일) 권노갑 상임고문이 더 민주당을 탈당했는데.
"흘러간 인물이죠. 노무현이 대선 후보로 나왔을 당시 권노갑을 비롯한 동교동계가 지지했던 사람은 이인제였어요. 김대중은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인데 김대중을 따랐던 분들은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보면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지금 동교동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기들이 보수기 때문에 노무현 이런 사람들 보면 진보고 종북좌파가 되는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그 동교동계가 나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봐요.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 선거에 영향이 있을까요?
"선거에 영향이 있긴 할 텐데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호남에서 국민의당하고 더 민주당의 싸움이 치열하게 될 텐데 동교동계는 이미 과거잖아요. 김대중 집권한 지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요. 그러기 때문에 전체적인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굉장히 적을 거라고 봅니다. 화무십일홍인데, 자기 시대를 알아야죠."

- 문제는 총선에서 1여 다야 구도로 가면 야권은 필패란 말이죠. 그래서 연대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제가 빨리 갈라서라고 말을 했던 배경이에요. 변호사들 얘기 들어보면 이혼하는 부부는 감정적으로 이미 선을 다 넘어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상대에게 전부 다 비수로 받아들입니다. 부부관계는 헤어지면 남이고 안 보면 그만이라 그 정도까지 가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그러나 정당이라고 한 건 안 보고 싶어도 똑같은 선거의 장에서 끊임없이 만납니다. 안 볼 수가 없어요. 서로 감정적으로 앙금이 너무 많이 남아 있으면 헤어지더라도 안 좋아요. 그래서 갈라서려면 빨리 갈라서는 게 낫고 명분 있게 정책을 가지고 갈라서야죠.

금 양당을 보면 감정적 앙금이 꽤 있는 거 같아요. 지금 탈당하는 사람들이 아주 독한 배설을 하고 나가잖아요. 안철수 의원도 단일화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갈 수 있을까? 결국, 총선이 임박해지면 야당의 연합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겠죠. 감성보다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안 그러면 지금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새누리당이 많게는 2백석, 적게는 180석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결국 거기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게 반영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해 봐요 "

"이념 정당 체제로 못 가는 이유 야당에 있다"

- 우리나라는 정당이 이념보다는 지역이잖아요. 제대로 하려면 이념정당이 되어야 할 텐데.
"지금 우리나라가 지역주의 정당에서 이념주의 정당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봐요. 과거엔 오로지 지역주의 정당이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되면서 이념 갈등이 시작하잖아요. 그리고 이게 2000년대 이후에 지역주의와 함께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 지역주의를 못 깨고 이념 정당 체제로 못 가는 이유가 야당에 있다고 봐요. 새누리당은 좋든 싫든 무조건 보수잖아요. 하지만 지금 야당은 진보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이들은 '새누리당이 보수니까 진보는 무조건 자기를 찍을 거다. 그래서 자기들은 중도를 잡으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건 엄청난 착각이죠.

2007년도 대선을 보세요.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가 나왔잖아요. 그때 이명박 후보와 거의 더블 스코어였잖아요. 진보는 대거 기권해버렸어요. 무슨 얘기냐면 보수는 이 정당이 자기 마음에 들 든 안 들든 지지하지만 진보는 이 정당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따져봅니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들면 '네가 잘못했어'라고 귀찮을 정도로 비판하고도 자기 맘에 안 들면 기권해 버려요. 그게 2007년 대선 때 나타났던 현상이에요. 

대신 마음에 들면 노무현 돌풍에서 보듯이 열렬히 지지를 보내는 게 진보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야당은 자꾸 중도라고 하면서 보수화 되는 식으로는 절대 진보의 지지를 못 얻습니다. 만년 20% 지지율 나오는 이유가 진보가 더 적극적으로 지지를 안 한 결과죠. 그래서 문제는 야당이란 얘기예요. 집토끼 먼저 확보하고 산토끼 잡으러 가야지, 지금은 대문 열어놓고 산토끼 쫓아가니 집토끼가 다 도망가는 거예요. 야당이 자기 포지션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해서 제가 진보 정당들과 연합정치 하라는 이유가 바로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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