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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성동일 마음, 이런 거였구나

미안하다, 우리딸...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란다

등록|2016.01.21 11:35 수정|2016.01.21 11:35
"으아아악~!"

6살 아들의 자지러지는 소리. 9살 누나와 2인3각 경기하듯 발을 묶고 출발하는 것은 봤는데, 잠시 방문을 나간 사이 들린 소리였다. 보통의 울음소리와는 달랐기에 느긋하게 의자에 눕혀놨던 몸을 반사적으로 일으켜 한 걸음에 뛰어나갔다.

아들은 엄마에 안겨 계속 울고 있었다. 넘어져 얼굴이나 치아 쪽을 다친 게 아닐까 싶어 온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딸에게 소리쳤다. 동생과 발을 묶고 뛰어가면 어쩌느냐, 동생한테 게임 방법을 잘 설명해야지...

둘째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어디가 아프냐 물으니 오른쪽 발등을 이야기한다. 크게 부러지거나 접질린 것 같지는 않았다.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들 녀석이 조금 진정이 됐을 때, 옆에 서서 잔뜩 겁에 질린 딸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미안하다! 사랑하는 우리 딸욱하고 큰 소리 내는 성질머리 고칠께 ⓒ 신춘열


아차, 싶었다. 순간 딸아이를 안아 다리 위에 앉혔다. 조금 톤을 낮추고 괜찮다며 안아주었다. 놀랐을 테다. 서러웠을 테다.

동생의 생각보다 큰 울음소리에 놀랐을 거고, 아빠의 더 큰 호통에 서러웠을 거다. 딸아이가 펑펑 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빠의 다독임이 늦지 않아서인가? 한 살 더 먹어 아빠의 미안함을 알게 된 걸까? 아빠의 큰 소리가 이미 만성이 돼서인가?

딸에게 미안하다. 맘속에 큰 상처로 남지 않길 바란다.

급하거나 날카로워지면 언성이 올라가고, 남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고 마는 반드시 고쳐야 할 이놈의 성질머리.

문득 얼마 전 <응답하라 1988>의 성동일이 덕선이에게 말했던 대사가 생각났다.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 자네. 아빠도 아빠가 처음 인디. 긍께 우리 딸이 쪼까 봐줘."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gcpcman.blog.me/)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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