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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편드는 근로감독 아웃" 노동청 점거 알바노조 연행

알바노조 조합원 70여 명, 서울지방노동청 민원실 점거... 경찰에 50명 이상 연행

등록|2016.01.22 19:54 수정|2016.01.22 19:58

사장 편드는 근로감독관 OUT알바노조는 22일 서울지방노동청 민원실을 점거하고 근로감독관의 태도와 일처리 개선을 촉구했다 ⓒ 알바노조


근로감독관님, 알바노동자들의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22일 알바노조 70여명은 서울지방노동청을 점거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책임져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현장에서 이들은 "알바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노동청 진정이지만 근로감독관마저 제대로 된 일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 알바노조


"사장 편드는 근로감독관 아웃!"
"고용노동부 장관이 책임져라!"

22일 오후 3시 50분경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 조합원 70여 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 민원실을 점거했다. 알바노조 2기 출범총회를 마친 직후였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이 전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노조의 점거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양대지침 내용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성과가 낮은 직원 해고, 노조의 동의 없이 사회 통념상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취업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양대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선출된 박정훈 알바노조 2기 위원장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퇴직금만 받으면 됐지, (임금체불 사업자를 처벌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은 알바노동자가 임금체불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나서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들은 답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꿔 달라고 이야기한 적 없다. 다만 기존에 있는 법대로 해 달라고 했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현재 한국 근로감독관 수는 총 1100명으로 전체 1900만 명의 노동자의 진정을 처리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알바노조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양대지침에 대해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하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노동개혁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억울한 알바노동자들이 노동청을 찾았을 때 근로감독관들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사건을 축소하고 합의를 종용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알바노조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알바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감독관이 사장 편에서 사건 축소하는 경우 많다"

사장 편 드는 근로감독관 OUT알바노조가 22일 서울고용노동청 민원실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알바노조


현장에서 어느 알바노조 조합원은 1월 말에 노동청을 통해 임금체불 대질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합원은 "사장님의 글씨인데도 근로감독관은 저더러 위조했다고 말했다"며 민원인으로서 겪은 불합리함을 토로했다. 그는 "가난해서 일을 어릴 때부터 시작했는데, 근로감독관이 내가 받아야 할 임금을 '용돈'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조합원은 이어서 "스무 살 때부터 (체불임금 문제로) 근로감독관을 만나왔고 합의를 종종 종용받아 왔는데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알바노조는 지속해서 '근로감독관이 사장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알바노조는 "실제 체불임금 진정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사장 편에 서서 사건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근로감독관은 사장 편?알바노조는 지난 1월 18일 근로감독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 알바노조


지난 18일에도 알바노조는 '근로감독관을 바꾸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이들이 밝힌 설문 내용 중 알바노동자의 가장 큰 불만으로 '근로감독관이 체불임금 전액 지급이 아니라 고용주 편의에 맞게 합의할 것을 유도함'을 꼽았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해당 설문에서 100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 중 설문 응답자의 99%가 '합의 종용'을 가장 큰 문제로 답했다고 한다.

알바노조 조합원 50명, 투입된 경찰에 연행

알바노조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을 점거하자, 오후 5시경 경찰이 투입됐다. 알바노조 측은 "오후 5시 30분경 경찰이 투입돼 알바노조 조합원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박정훈 위원장과 용윤신 사무국장을 비롯해 조합원 50여 명이 연행되었으며 경찰이 민원실 입구를 막고 나가려는 조합원들을 추가 연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점거 이후 경찰에 연행되는 알바노조 조합원 ⓒ 알바노조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점거 이후 경찰에 연행되는 알바노조 조합원 ⓒ 알바노조


이에 앞서 알바노조는 22일 오후 1시에 2기 출범총회를 열고 '알바들의 존엄을 위한 5대 정치의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해당 정치의제의 내용은 ▲ 노동자를 위한 근로감독관 확충 ▲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알바 차별금지 협약 체결 ▲ 알바 차별금지법 제정 ▲ 최저임금 1만 원법 제정 ▲ 기본소득 도입이다. 

아래는 알바노조 2기 출범선언문 전문이다.

[알바노조 2기 출범선언문] 알바노조로 뭉쳐야 갑이다.


"퇴직금만 받으면 됐지, (처벌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알바노동자가 임금체불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나서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들은 답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꿔 달라고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다만 기존에 있는 법대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지키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지키라고 부탁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법도 지킬 수 없다."

누구도 우리의 삶을 바꿔주거나,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알바노조로 뭉쳐야 갑이다'라고 외친 이유입니다.

세상의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 저항은 소비됩니다. 저항이 위협이 되지 않을 때 시위는 상품이 되고 맙니다. 내가 목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 타인의 목소리를 소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바노조는 여기에 답합니다. 혜리의 '뭉쳐야 갑이다' 광고에서 생략된 질문.

누가 뭉쳐야 하는가? 알바노동자가!
어디로 모여야 하는가? 알바노조로!

물론, 우리는 잘 압니다. 허락된 저항은 TV속에 방영될 수 있지만, 허락되지 않은 저항은 TV밖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시선 밖으로 사라진 이들의 연대와 돌출적인 행동들이 사회를 조금씩 바꿔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미래의 변수를 만드는 일. 사후에 역사적 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
2016년 1월 22일 오늘은 알바노조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요구한 날입니다.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만 원을 적용하는 법을 만들라고 선언한 날입니다. 맥도날드 조 앨린저 사장과 만나자고 약속한 날이며 위원장이 알바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예고한 날입니다. 근로감독관을 바꾸라고 외친 날입니다. 여러분이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날입니다.

2기 알바노조의 힘찬 시작을 세상에 알립니다.
우리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고, 오늘은 우리가 멈추지 않고 전진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날입니다.

2016년 1월 22일
비정규불안정노동자와 함께하는 알바노조


덧붙이는 글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알바하다 궁금하면? 알바상담소 http://cafe.naver.com/talka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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