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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처럼 '알바가 갑'이라 행동하면 유치장 신세?

[주장] 유치장에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근기법 위반 사업주'와 '근무태만 근로감독관' 아닌가요?

등록|2016.01.23 20:41 수정|2016.01.23 20:41
22일 저는 알바노조 2기 출범식을 마치고, 사장 편만 드는 근로감독관 퇴출을 외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향했습니다. 민원실에 들어간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근로감독관들이 얼마나 불법을 자행하는 사업주에게 관대한지, 얼마나 노동자들에게 불손한 태도를 가졌는지 말했습니다. 자신이 무슨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근로감독관들에게 자신들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저지른 협박과 폭언, 망언들을 직접 모은 상담 내용과 녹취록을 통해 들려줬습니다.

"노동개약이 아니라 우리 권리를 지켜줄 근로감독관을 원한다"알바노조는 23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일 민원실을 점거한 알바노조 조합원 57명 강제연행을 규탄했다. ⓒ 알바노조


도둑이 제 발 저렸나 봅니다. 근로감독관들은 그들의 악행에 대해 귀를 막은 채 경찰들을 불러 폭력적으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연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6~7명의 남성 경찰들에게 연행될 뻔 하다가 밀쳐 넘어졌고 실신했습니다. 함께 온 조합원들은 거의 잡혀갔습니다. 민원실에 민원을 넣으러 온 (비조합원인) 30~40대 남성 민원인조차 근로감독관이 부른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슬픕니다. 사람들이 잡혀가는 순간에 쓰러진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잡혀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이 저를 짓누릅니다.

새로운 근로감독관들로부터 듣는 새로운 협박과 새로운 사업주 편들기

제가 알바노조에 가입하게 된 것은 2014년입니다. 당시 저는 대구문화재단이라는 대구시 출자기업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게 되었고, 식사 시간에 무급으로 일을 시키는 것에 항의를 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을 찾아보던 중 알바노조를 알게 되었고, 알바노조에 상담한 결과 저는 무급노동뿐만이 아니라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고, 가장 기초적인 근로계약서조차 지급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관리자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며칠 뒤 얼굴도 모르는 대표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생애 첫 진정을 내게 되었고, 저는 근로감독관의 불손한 태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반말은 물론이고, 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근로감독관의 협박과 "그러니까 (알바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지"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불법을 저지른 사업주들의 편에 서서 임금 체불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 문제의 원인이 저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알바를 구했고 또 새로운 진정을 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근로감독관들로부터 새로운 거짓말과 새로운 사업주 편들기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일주일 전까지도 말이지요.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22일 민원실을 방문한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자진해산하겠다고 알렸으나, 경찰은 해산을 막고 일일이 개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실신, 성추행, 부상 등 인권침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 알바노조


17살부터 총 12개의 알바, 어느 한 곳도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지 않아

저는 17살 때부터 지금까지 총 12개의 사업장에서 알바를 해왔습니다. 알바노조를 통해 근로기준법을 알고 난 후 그 중 단 한 곳도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인지 몇 년이 흘렀습니까? 언제까지 우리는 멈춰진 시간 속에 살아가야 합니까? 흐르는 시간을 멈춰 썩게 한 이들은 과연 누구입니까?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알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있게 해달라고 한 이날에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기준법에도 부합되지 않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언제쯤이면 저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밀린 임금을 받으러 노동청에 가야하며, 불법을 저지른 사업주들이 처벌을 받고 다시는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엄단할 수 있을까요? 알바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마저 받지 못해 생활고에 절절매며 노동청을 찾았을 때, 근로감독관들이 노동자의 편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는 걸까요?

혜리처럼 행동하면 유치장 행?

마음이 답답합니다. 불법을 저지른 사업주들을 고발하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민원을 내러 간 친구들이 추운 날씨 유치장 안에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알바몬의 '알바당' 광고에서 혜리는 말합니다. 

"우리는 알바의 권리를 외쳤다. 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다. 권리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창당 우리는 알바당. 알바가 갑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알바는 갑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로 아직 멀었습니다. 알바노조는 22일 2기 출범 총회 '알바노조로 뭉쳐야 갑이당' 행사를 마치고 이러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을 방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59명 연행'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을 한번에 50여명을 넘게 연행한 것은, 그것도 민원실을 방문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연행한 것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치장 안에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주들과 근무 태만을 저지른 근로감독관입니다.

저는 들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몰려가자 근로감독관이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죠'라며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했던 소리를, 우리가 함께 외쳐야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뉴스들을, 알바노동자들의 절실함게 공감하는 말들을요. 그리고 노동청 민원실에서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던 구호들을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영교는 알바노조 대구지부장입니다.

아르바이트 중이라면 알바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하세요! http://www.alba.or.kr 02-3144-0935
알바하다 궁금하면? 알바상담소 http://cafe.naver.com/talka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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