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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카이브의 중요성

등록|2016.01.26 10:23 수정|2016.01.26 10:23
1997년에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화성성역의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796년 수원화성이 축성된 이후 수해로 무너지고, 일제에 의해 허물어지고, 전쟁에 의해 파괴되는 등 1970년대에 복원할 당시 수원화성은 여장을 제외한 성벽과 몇 개의 건축물만 제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화성성역의궤가 있어 거의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1846년 홍수 때 화홍문, 남수문, 매향교는 무너졌고 성곽 곳곳에 피해를 입었다. 이후 복원 되었다가 홍수에 무너지기를 반복하면서 화홍문과 주변의 구조는 조금 변했고, 다른 건축물은 오랜 기간 복원되지 못했다. 2012년이 되어서야 남수문이 복원되었지만, 남수문과 팔달문 사이의 남공심돈은 옛 사진 속에만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 1907년 헤르만 산더가 찍은 수원화성 남공심돈, 팔달문, 팔달산 일대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한정규


수원화성을 복원하는데 절대적이었고, 수원화성 축성 종합 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를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수십 년 전 번역된 빛바랜 책 몇 권만 있을 뿐 비교적 최근인 2005년에 경기도문화재단에서 번역된 책은 거의 없다. 그나마 선경도서관에 한질이 있지만 대출이 되지 않아 책을 보는데 매우 불편하다. 수원에서 화성성역의궤를 보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수원시 e-book 자료홍보관(http://ebook.suwon.go.kr) 에는 총 39권 1만 2천여 페이지 분량이 디지털화 되어있어 언제든 검색이 가능하고 책을 볼 수 있다. 수원시사 20권, 원행을묘정리의궤 역주와 원전, 수원군읍지, 수원지명총람, 수원의옛지도, 와글와글수원 등의 디지털 자료를 볼 수 있는데, 화성성역의궤 원전과 번역본이 없어 아쉽다.

현재 수원시 e-book 자료 홍보관에는 홍보용책자, 역사자료, 연설문, 백서, 업무자료, 예산자료, 통계자료, 연구자료, 도서관자료, 어린이용, 공모작품, 의회자료, 늘푸른수원, 박물관자료 등의 카테고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향후 위 자료들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내에 자료의 디지털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book을 통해 본 수원군읍지, 정조대왕 행차길인 필로 부분 ⓒ 한정규


역사자료 카테고리에 있는 수원군읍지를 보면, 총 179쪽인데 85쪽까지만 검색이 되고 이후의 페이지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디지털화 할 때의 오류인지, 서버의 오류인지 확인해서 즉시 제대로 볼 수 있게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는 '화성지' 등을 디지털로 볼 수 있고, 한국학 중앙연구원 왕실도서관 장서각 디지털 아카이브에서는 '수원군읍지' 등을 디지털로 볼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는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고전원문과 번역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홍재전서 원본과 번역본 등 방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고전과 자료들이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원전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다산 정약용을 검색하면 다산시문집 제 10권에 '설(設)' 편이 있다. 여기에 성설(城說), 옹성도설(甕城圖說), 포루도설(砲樓圖說), 현안도설(懸眼圖說), 누조도설(漏槽圖說), 기중도설(起重圖說)이 원문과 함께 번역본이 실려 있어, 수원화성의 설계도 원안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부 전문가들만 볼 수 있던 자료를 이처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자료의 디지털화에 있는 것이다.

▲ 수원화성 방화수류정을 담은 용연과 화홍문 ⓒ 한정규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고서를 볼 수 있는 것은 고서를 디지털화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책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 정보로 바꿔 보관하거나 유지관리 하는 것을 디지털 아카이브라고 하는데, 특히 오래전에 출간된 고문서 등의 보존과 이용에 탁월하다. 책을 보존하는 것은 영원하지 않지만 디지털 정보는 영원히 보존할 수 있기에 문화유산의 디지털화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정보시대에 디지털 아카이브는 필수적이다. 수원과 관련된 화성성역의궤 등의 역사자료와 근현대사 자료, 현대에 계속해서 축적되는 자료도 디지털화해서 보관하고, 시민들의 이용이 원활해야 한다. 인문학도시답게 수원의 모든 자료는 도서관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이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을 때 수원시민의 인문학적 앎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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