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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모멸감을 없애는 확실한 방법

[리뷰] <모멸감>을 읽고

등록|2016.01.27 14:18 수정|2016.01.27 14:18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 김순자씨가 출마를 했었다. 나는 김순자 선본에 참여하여 부산에서 선거운동을 하였다. 부산 시민의 반응은 다양했다. 먼저 청소노동자가 대통령 선거에 나온 사실에 대해 놀라워했다.

청소노동자 월급으로 대통령 기탁금은 어떻게 냈는지 시민들이 제일 궁금해했다. 그리고 어차피 스펙이 화려한 박근혜나 문재인이 당선될 건데 이렇게 애써봤자 소용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대놓고 김순자 후보를 비아냥거리며 모멸감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무슨 대통령이야."
"청소하는 여자가 무슨 대통령, 집에 가서 남편이나 잘 모셔야지."


모멸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 출마

▲ <모멸감> 겉표지 ⓒ 문학과지성사

김순자 후보는 모멸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청소를 하고 있는데 어린 꼬마랑 엄마가 들어왔어요. 전 묵묵히 청소하고 있는데 애 엄마가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아줌마처럼 된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났어요. 저도 대한민국에서 세금 꼬박꼬박 내고, 쉴 틈 없이 평생 열심히 일했는데 이런 얘기를 들어야 되니 정말 억울했어요.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청소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제가 느낀 모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김순자

김순자 후보가 느낀 모멸감이 어디서 왔는지 김찬호씨의 <모멸감>을 통해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육체노동을 경시하던 조선 시대의 직업관이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위세 경쟁과 맞물려, 차별의식이 더욱 첨예해진 듯하다. 공돌이 공순이라는 표현, 전문계 고를 외면하고 대학으로만 몰리는 과잉 학력,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사이의 임금 격차 등이 그런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스스럼없이 편견을 노출하면서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의 지인은 어느 중학교에서 급식 도구를 운반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교사 한 명이 멀리서 이분을 가리키며 "너희들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손가락질당하는 사람에 대한 모멸이자, 동시에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는 상당수 아이들에 대한 저주이기도 하다." - <모멸감>

약자는 더 낮은 약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사회

김찬호의 <모멸감>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약자는 모두 피해자가 아니라는 내용이다. 보통 약자들은 사회에서 배제되고 결핍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사람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대는 아니더라도 피해는 주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약자는 자신보다 더 낮은 사람들을 찾아 혐오한다.

<쇼미 더 머니>라는 힙합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블랙넛'을 기억하는가? 그는 힙합 프로그램에 나와서 '찌질이' 같이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부모님 등골 빼먹으면서 힙합 한다고 집에 앉아서 가사만 쓰고 있지만 유명한 곡 하나 없는 무명 래퍼 찌질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바지를 벗는 퍼포먼스를 <쇼미 더 머니>에서 했었는데 이런 자신의 모습을 가사에 담아 "난 바지만 벗을 줄 아는 병신새끼다"라고 스스로를 비하했다. 그가 쓴 곡에는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 여초딩이라는 말이 나오고 노인을 비하하는 말도 서슴없이 노래로 표현한다. 한국 남성 찌질이는 자신보다 약한 여성과 노인, 환자를 비하하며 자신이 그들보다 귀함을 애써 증명한다.

"한국은 여전히 전통적 신분 관념이 강하게 지배하는 사회다. 다만 그 틀이 전근대적인 신분 질서가 아닐 뿐이다. 그 대신 학력, 빈부, 외모, 지위 등이 강력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차이들을 중심으로 귀함과 천함을 구분하고 자기와 타인을 위아래로 자리매김한다." - <모멸감>

소수자들의 연대와 결속 환대의 시공간

소수자는 끊임없이 서로 혐오한다는 불편한 사실을 <모멸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약자들끼리 끊임없이 혐오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수자들의 연대와 결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김순자 후보는 자신이 느낀 모멸감을 노동조합을 만들어 정치 활동을 하면서 해소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순자씨는 노동조합 활동 이전에는 혼자 일을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꾹 참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청소노동을 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자체가 너무 수치스러웠다고 한다.

얼마나 수치스러웠으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하면서 함께 싸울 수 있는 동료들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 내 파업으로 인해 청소를 하지 못 했을 때 학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더러워지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며 청소 노동이 보통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노동조합 즉 소수자들의 연대는 자긍심과 사회 구조를 바꾸는 실천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관계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 억지로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내가 못난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수치스럽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고 뒷담화 하지 않으리라는 믿을 수 있는 신뢰의 공동체가 절실하다. 그를 위해서는 자신과 타인의 결점에 너그러우면서 서로를 온전한 인격체로 승인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 <모멸감>

신뢰의 공동체를 통해서 모멸감을 몰아내자!
덧붙이는 글 예스24, 네이버 블로그에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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