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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수 대거 이적 '장군' 박영선 재계약 맺어 '멍군'

[스토브리그 중간점검] 새 선수평가 도입 김무성 "우승 당연, 승률 7할이 목표"

등록|2016.01.27 17:42 수정|2016.01.27 17:50
스토브리그(stove league).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난롯가에 둘러앉아 각 구단과 선수들의 동향을 주고받던 풍경에서 비롯된 말이다. 각 구단의 선수계약 갱신, 이적 등이 주로 이뤄지는 이 시기에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보강·정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다가올 시즌 팀의 전력과 구단의 살림을 좌우한다.

현재 서울 여의도에서도 '정치 스토브리그'가 진행중이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각 정당들도 유권자 앞에 내세울 참신한 새 후보자를 영입하고 지탄을 받던 기존 의원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탈당과 입당, 세력 간 통합도 이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분명 총선이라는 시즌을 앞둔 각 정당들의 스토브리그라 할만하다.

탈당·입당·통합 등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 총선 스토브리그의 각 구단 및 주요 선수 동향을 정리했다. 야구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정당이름 대신 팀 이름을 붙였다. 새누리당은 '레드뉴월즈(RED NEWWORLDS)', 더불어민주당은 '블루투게더스(BLUE TOGETHERS), 가칭 국민의당은 '그린피플스(GREEN PEOPL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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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플스] : 이번 스토브리그의 진앙지

신생팀인 그린피플스가 2016 스토브리그를 달군 주인공이다. '새야구'를 하겠다고 야구판에 나서 팬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던 안철수 선수가 블루투게더스에서 '문재인 감독과 추종 선수들이 주전 구성을 독식하고 필패의 작전을 짜고 있다'고 강력 비판하며 나와 새 팀을 만들었다. 여기에 블루투게더스의 자유계약선수와 독립구단 선수 여럿이 합류하면서 이번 스토브리그에 역동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창단 초기 계약을 발표한 자유계약선수 몇 명의 과거 행적이 문제돼 계약을 철회하는 소동도 있었다.

안철수 선수는 블루투게더스를 나온 김한길 선수와 함께 플레잉코치를 맡았다. 안 선수는 '새야구 타법'을, 선수조직에 능한 김 선수는 주루플레이 강화에 주력한다. 2016 총선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진 않지만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 명실상부한 제3 프로구단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론 2017 대선리그 우승을 목표로 한다.

- 천정배 선수 : 왕년에 블루투게더스 4번 타자이자 광주에 팬이 많은 천정배 선수는 그린피플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낚은 최대어로 평가된다. 본래 제3구단 창단을 먼저 시작한 건 천정배 선수였다. 광주 연고지를 뺏길 위기의 투게더스와 빼앗으려는 피플스 사이 영입경쟁의 중심에 천정배 선수가 있었다. 정확한 계약금은 확인할 수 없으나 천 선수는 몸값을 한껏 올린 것으로 보인다.

천 선수가 단순히 몸값만 올린 게 아니라 구단·경기운영에 대한 권한도 요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피플스와 천 선수의 계약이 발표된 직후, 선택을 받지 못한 블루투게더스에선  '천 선수가 공동 감독직, 5회 이후의 작전지시권, 광주 출신 선수 주전선발권 등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천 선수측은 사실무근이라 일축했다. 천 선수가 그린피플스에서 안철수·김한길 선수와 함께 플레잉코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박주선 선수 : 한번 출루하면 어떠한 견제에도 아웃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 홈에 들어오기로 유명한 '악바리' 박주선 선수 또한 제 3구단 창단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박 선수는 천정배 선수의 그린피플스행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반응했다. 정동영·천정배·박주선 선수가 행동을 함께 하며 투게더스를 대체하는 새 구단을 만들자고 해놓고 천 선수 혼자 그린피플스로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박주선 선수도 그린피플스를 택했다.

- 권은희 선수 : 2012 대선리그 당시 야구협회가 레드뉴월즈팀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인 행정을 펴온 게 드러났고 이를 처벌해야할 협회 감사가 오히려 감사활동을 뭉갰다고 폭로한 야구협회 감사팀 직원 출신 스타플레이어다. 블루투게더스가 팬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 페어플레이 정신의 상징성을 감안해 주전으로 발탁했지만, 그린피플스로 이적하는 바람에 투게더스 팬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 윤여준 공동감독 : 창단 과정의 사령탑 역할로 영입됐지만, 계약발표 직후 부상이 발견돼 입원했다. 퇴원 뒤에도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안철수 선수가 야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조언을 해주는 사이였으나 지난 대선리그에선 블루투게더스를 지원했다.

- 한상진 공동감독 : 선수 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야구연구 활동을 통해 야구계에 이름을 알렸고 지난 대선리그 전부터 안철수 선수의 서포터스로 뛰었다. 레드뉴월즈와 블루투게더스 사이의 '소통 야구'를 주창한 한 감독은 어느 팀도 응원하지 않는 야구팬들을 적극 그린피플스 서포터스로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승만 초대야구협회장은 한국 야구의 아버지'라는 발언 등으로 많은 야구팬들의 반발을 샀고 과연, 그린피플스의 팬 확보에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같은 팀 김한길 선수와 가까운 김관영 선수가 한 감독의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돼 팀 내 안철수-김한길 알력설이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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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게더스] : 추가 이탈 막고 새 선수 영입으로 만회

그린피플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의 동인과 역동성을 제공했다면, 스토브리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건 만년 2위 구단 블루투게더스다. 선수들이 연이어 이탈하던 상황에서 성급한 야구평론가들은 블루투게더스가 로스터명단 작성도 어렵지 않느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감독은 사회인 야구에서 실력을 검증하고 팬들의 인기를 얻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이탈 선수들의 포지션을 메우면서 그린피플스에 역공을 취하는 형세다. 문 전 감독은 지난 대선리그에서 레드뉴월즈의 코칭스태프로 활약한 김종인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히고 자신은 감독직을 내놔 팀 내 사퇴여론도 무마했다. 무엇보다 박영선 선수와 재계약을 성사시킨 게 추가 이탈을 막은 요인으로 꼽힌다.

- 김종인 감독 : 지난 대선리그에서 레드뉴월즈에 타격코치로 영입돼 타격스타일을 확 바꿔놓은 김종인을 감독으로 영입한 블루투게더스의 결정은 팀 안팎으로 충격이었다. 상대팀 출신을 감독 자리에 앉혔다는 사실뿐 아니라 '관람료에 따른 관중 차별대우 폐지'에 앞장서 야구팬들의 호응을 받았던 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감독에 사퇴를 요구하던 선수들도 팀 이탈을 미루고 일단은 김 감독이 주전구성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는 모양새다. 그린피플스는 김종인 감독이 전두환 야구협회장의 독재운영을 보좌하는 조직에 몸담은 전력이 있다며 지속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 박영선 선수 : 블루투게더스 2014 정규리그 주장이었던 박영선 선수가 그린피플스로 이적하느냐 잔류하느냐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큰 관심사였다. 박 선수가 이적한다면 수도권이 고향인 여러 주전선수들의 추가 이적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린피플스도 박 선수 이적에 공을 들여 박 선수가 원한다면 감독역할도 맡길 수 있다고 제안하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박 선수는 "블루피플스가 새로운 경제구단으로서의 단단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재계약을 선택했다. 연봉 인상 폭은 높지 않은 걸로 전해졌지만, 팀 내 영향력은 더 강화된 모양새다.

- 박지원 선수 : '박 남매의 컴퓨터 중계 송구'로 찰떡 수비를 자랑하던 외야의 박지원과 내야의 박영선 중 박지원 선수 홀로 블루투게더스를 떠났다. 보해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으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박 선수는 블루투게더스가 주전선발에 윤리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주전 탈락설이 돌았다. 그린피플스에서 이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지원 선수는 당분간 어느 팀에도 들어가지 않고 팬심을 모으는 데에만 주력해 블루투게더스와 그린피플스가 다음 대선리그에선 통합하는 데에 힘쓰겠다고 했다.

- 이용섭 선수 :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1년 8개월만에 팀에 복귀하며 가장 큰 실리를 챙겼다고 평가된다. 블루투게더스 안철수-김한길 공동감독 체제 당시 포수 포지션을 노렸으나 안철수 공동감독 측 윤장현 선수가 포수자리를 꿰찼고, 이에 반발해 팀을 떠났다. 광주가 고향인 선수들이 대거 그린피플스로 옮기는 와중에 이용섭 선수가 팀에 복귀, 블루투게더스로선 '멍군'을 부른 셈이 됐다. 복귀하자마자 총선리그 작전TF의 일원이 되는 등 몸값을 높였다는 평가다.

- 사회인야구 출신 영입 선수들 : 문재인 전 감독은 사퇴 전까지 이철희, 표창원, 금태섭, 양향자, 김병관, 김민영, 오성규, 박주민 등 사회인야구에서 팬들의 인기가 높거나 실력이 검증된 선수, 팀플레이 헌신도가 높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에 공을 들였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이들 중 일부는 기존 당내 인사들과 함께 20여 명의 '뉴구단' 그룹을 형성, 각자 주전 경쟁에 나서는 한편, 기존 야구 문법을 탈피한 새로운 주루플레이 개발 등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덕아웃에 침 안 뱉기, 구단 직원 존중하기 등 '덕아웃 10계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 ⓒ 고정미


[레드뉴월즈] :  선수 돌려막기로 팀 일신?

지난 2012 총선 시즌 우승팀인 레드뉴월즈는 2016 스토브리그에서 다른 팀에 비해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감독은 선수의 기량과 팬들의 인기도만 보고 주전을 선발하겠다고 선수평가시스템을 만들어 '혁명'이라고 자부했지만 야구계 안팎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오히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선수를 영입하는 블루투게더스와 '새야구'를 외치는 그린피플스에 온 야구팬들의 관심을 빼앗긴 형국이다. 이에 김 감독은 "왜 언론은 우리 팀에 대해선 보도를 하지 않느냐"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 감독을 괴롭히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구단주의 입김이 원활한 팀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실력이 입증되지도 않았고 팬들의 관심도도 떨어지는 '진박선수'들이 구단주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주전 자리를 탐내고 있다. 구단주의 사랑을 받는다고 알려진 일부 고참 친박 선수들은 김 감독의 2016 총선리그 전략을 질타하면서 구단주 비서실장으로 파견됐던 최경환 선수를 코치진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우승은 당연, 승률 7할이 목표"라며 자신하고 있다.

- 조경태 선수 : 2016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이적 사례 중 하나다. 조 선수는 레드뉴월즈의 전통적인 라이벌팀인 블루투게더스에서 이적했다. 그러나 블루투게더스 소속일 당시에도 문재인 감독의 작전에 공공연히 반대했고 팀플레이에도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서 팀 팬들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선수이기도 하다. 다만, 조 선수는 블루투게더스가 거의 전패하다시피 하는 부산구장 경기에선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왔기 때문에 '붙박이 주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조 선수의 이적에 블루투게더스 선수들은 반색하고 있지만 블루투게더스의 부산 전패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 안대희 선수 :  안대희 선수는 야구협회 감사로 재직하며 협회장 측근들의 비리를 적발해 응원팀을 가리지 않고 야구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12 대선 시즌 당시 박근혜 현 구단주의 요청에 응해 팀에 합류했고 야구협회 부회장에 지명되기도 했지만 낙마햇다. 안 선수는 2016 총선 시즌을 앞두고 자신 있는 외야수를 희망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포지션 변경 제안을 수용하면서 내야로 희망포지션을 변경했다. 덕분에 몸값은 상승해 이번 총선리그 작전TF에 기용됐다. 

- 문대성 선수 :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운동실력으로 야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높은 인기를 얻었던 선수다. 그러나 2012 총선 중 '논문 표절 사태'를 겪으면서 당초 문 선수에 기대됐던 간판스타로서의 역할은 접은 채 시즌을 마감했다. 문 선수는 지난해 12월 급기야 "4년간 목도한 야구판은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하는 곳"이라며 은퇴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에게 포지션 재배치를 제안하며 은퇴선언을 번복시켰다. 은퇴선언 번복에 따른 안팎의 비난에 대해 문 선수는 "금메달에 도전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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