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 '프라임 사업'
[주장] 결국 기초학문 말살로 이어진다
▲ 프라임 사업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는 학생들교육부가 주최하여 전주에서 열린 '프라임 사업' 설명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를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이대건
"더조은대는 말로는 '주인'이라지만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학생들의 권리를 앗아가는 교육부의 취업중심 대학구조조정 '프라임-코어'사업과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사업 강행을 적극 반대한다. 이에 맞서는 학생회의 활동을 지지하며 '프라임-코어'사업을 막아내기 위한 활동에 임할 것이다. 동시에 아직도 결산안을 내지 않은 학생회에 2015년 감사를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인 'The 조은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게시 되었다. 정부가 대학을 취업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프라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프라임 사업'은 정부가 6000억 원을 투자하여 진행하려는 사업의 이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서 교육부가 대학에게 사회적 수요 중심의 학과 개편을 주문하는 사업이다. 정원 조정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글이 게시된 페이지는 'The 조은대'라는 단체로, 초기 조선대학교에서 있었던 학생회 횡령 문제에 대해서 깨끗한 해결을 요구하며 생겨난 단체다. 이들은 학생회 비리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정부의 '프라임 사업'에 대해서도 알리고 있다.
조선대학교 측의 사업 초안을 살펴보면 기존 16개 단과대학에서 법과대와 사회대학을 합병하고 외국어대학이 글로벌경영대로 합쳐지는 등 14개 단과대학으로 줄어든다. 반면 전기전자정보대학은 ICT 융합대학으로 이름을 바꿔 증편된다. 공대 산업공학과와 체대 스포츠산업공학과가 경영학부로 통합되거나, 역사문화학과, 신문방송학과,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하나로 통합하여 학부를 만드는 등의 직접적 관련 없는 학과들 간의 융합도 계획 중이다.
지원금 절실한 대학들... 기초학문은 안중에 없어
하지만 크게 놀랍지 않다. 이미 한 대학교에서는 부총장이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융복합학과의 한 예시로 국어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과를 합친 웹툰창작학과를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는 대학교에서 학과 간의 연관성은 이미 상관 없어진 지 오래다.
물론, 6000억 원이라는 금액이 투입된 만큼 '프라임 사업'으로 누군가는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비교적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의 학과에 비해서 '취업깡패'라는 이야기가 돌만큼 취업률이 좋은 공학계열의 경우에는 정원이 증가하거나,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로 인해 공학계열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이나 취업 지원과 같은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공평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기초학문을 말살하는 구조조정이다. 취업률을 기준으로 삼아 기초학문에 관련된 학과의 정원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절차를 계속적으로 밟는 것이다. 결국 이는 우리나라의 기초학문에 토대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구조조정의 문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2011년도에도 정부의 주도하에 여러 대학교에서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있었다. 배제대학교에서는 칠예과, 연극영화과, 아펜젤러국제학부 등을 폐지하였다. 아펜젤러국제학부의 경우에는 2008년도 신설된 학과였지만 졸업생이 나오기도 전에 폐지가 결정된 것이다. 당시 학과를 폐지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최근 대학이 진행 중인 '프라임 사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에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방학에 계획을 확정시키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단과대학이 사라지고, 학과가 폐지되는 등 학생들에게 매우 밀접한 문제이지만,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프라임 사업' 반대 활동에 속속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프라임 사업은 대학이 산업에 필요한 인력만 배출해야 하는 곳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하는 사업"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졸속 학과 개편을 중지하라"라고 요구하였다.
또한 총학생회는 경희대 학생들을 상대로 '프라임 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1480명의 학생 중에서 92%가 이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결국 학생들의 반발에 경희대는 '프라임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대학의 '프라임 사업' 공언에 대하여 '학내구성원 협의체'를 요구하면서 단식농성을 진행하였다. 또한 '구조조정 저지 실천단'을 만들어 학내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대학본부와 학과장 등을 면담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결국 인하대학교 총장이 직접 문과대학 개편안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많은 대학교에서 교육부가 주도하는 '프라임 사업'으로 소란스러운 상황이다. 학과개편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떠나서 이는 결국 기초학문을 말살하고 대학을 취업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여러 학생들의 입장이다.
많은 학생들의 반발과 기초학문을 말살하게 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들은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6000억 원이 투입되었다는 '프라임 사업'의 지원금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 역시 자신의 학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프라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간과하고 사업을 진행했을 때는 앞선 두 학교의 사례처럼 결코 제대로 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또한 산업 수요에 따른 학과개편이 초기에는 지원금이나 취업률에 있어서 성과를 보이고 이득을 가져올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기초학문을 말살하게 되는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사회에 좋은 영향을 가져오지 못한다. 학생들이 '프라임 사업'을 반대하며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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