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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곳서 마음 닦기, 비용은 따로 받지 않아요

최한실 선생과 경북 상주 '푸른누리'

등록|2016.02.01 20:28 수정|2016.02.01 20:28
"사람은 누구나 괴로움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흐뭇하고 사이좋게 잘 어울려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도 성남, 짜증, 미움, 싫음, 바람, 탐냄, 근심, 걱정, 두려움, 슬픔 같은 괴로움에 쌓여 지낼 때가 더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 마디로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 늘 마음버릇 종이 되어 헤매는 마음 따라 끌려 다니며 살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한실 선생이 지은 <마음닦기> 책 머리말에 나오는 말이다. 최한실 선생은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 늘 마음버릇 종이 되어 헤매는 사람'을 위해 속리산 자락 밝메(백악산) 기슭 물아이골에서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을 꾸려가는 주인장이다.

선생을 알게 된 것은 2년 전으로 이곳 물아이골 '푸른누리'에서 '겨레말 살리는 이들 모임'을 가지면서부터였다. 그때는 '마음닦는 마을'이라는 말없이 '푸른누리'라는 말로 불리고 있었는데 기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마음을 닦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에 마음을 닦는 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왜 마음을 닦아야 하는지 따위에 대해서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

마음 닦는 곳을 소개합니다

마음닦는 마을속리산 자락 밝메(백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 전경 ⓒ 이윤옥


숙소와 식당개인용 숙소와 식당이 잘 갖춰져 있으며 풍경 달린 건물은 식당 ⓒ 이윤옥


2년 전 푸른누리를 찾아 갔을 때는 봄철로 멧나물이 한창인 때였다. 1박 2일 동안 이름도 알 수 없는 멧나물을 삼시 세끼 먹으면서 맑고 신선한 공기와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밤하늘 가득 쏟아져 내릴 듯한 영롱한 별들이 가슴 가득 파고들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선생은 상머슴(?) 같은 옷을 입고 해맑은 미소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는데 아무런 꾸밈없이 멧나물을 뜯던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지만 선생의 눈빛이 유난히 밝았던 기억이다. 2년 전 이곳은 백아산의 맑은 정기를 흠씬 받는 양지바른 곳에 집 한 채 달랑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번듯한 '마음닦기' 수련시설을 짓기 시작하면서 이제 이곳은 '마음닦는 마을'로 훌륭한 탈바꿈을 했다. 수련생들이 마음을 닦고 먹고 자는 방들은 모두 무공해 황토방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선생이 손수 흙을 빚어 정성껏 지은 것이었다.

지난 가을 기자는 이 방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혼자 쓰는 작고 소박한 황토방은 시멘트로 발라놓은 아파트 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는데 이는 수련생을 위한 선생의 각별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수련하는 값'? 따로 없습니다

마음닦는 방마음닦는 소박한 방으로 새로 신축한 건물에도 이러한 방이 있다 ⓒ 이윤옥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은 따로 주인이 없다. 이곳에 들어와 마음을 올곧게 닦는 사람들이 주인일 뿐이다. 그걸 입증하는 것이 한 장짜리 소박한 안내문이다. 이 안내문에는 수련기간 동안 먹고 자고 마음을 닦는 데 드는 비용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

"마음닦는 일은 붓다께서 깨달음을 이룬 뒤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거저 나눠줬습니다. 그 뒤 2500해 동안 스승에서 배움이(제자)로 뉘뉘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가르치는데 돈을 받지 않습니다. 마음닦기를 배우고 나서 뒷사람이 똑 같이 이 마음닦기를 거저 배울 수 있도록 돈을 내든 참섬김(가르치기, 밥하기, 일돕기)으로든 베풀고 싶은 사람들 스스로 베풀어서 이 가르침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렇다.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에서는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마음을 잘 닦아 행복한 삶을 꾸려가도록 이끄는 것이 목적인만큼 밖의 세상에서 정해놓은 '수련하는 값'이 따로 없는 것이다. 값을 치르지 않는 수련이면서도 삼시 세끼 밝메(백악산)에서 나오는 이슬 먹고 자란 무공해 멧나물을 마음껏 먹고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을 맘껏 쪼이며 '마음의 묵은 때'를 닦을 수 있는 곳이라서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꽤 많다. 속리산 밝메 기슭 물아이골에는 우리가 꿈꾸던 그런 유토피아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푸른마을 가는 갈한폭의 그림 같은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 > 가는 길 ⓒ 이윤옥


"이번 설명절에 맞춘 마음닦기 강좌가 있으니 이 기자도 와서 한 번 해봐요"라고 선생은 기자에게 '마음닦기'를 권했지만 이번에도 시간이 나질 않아 다음으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달려 갈 수 있는 고향집이 하나 생긴 느낌이다.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들이여! 최한실 선생이 지난 2년간 손수 지은 새로운 보금자리인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에서 마음을 고요하고 튼튼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최한실대담하는 우른마을 주인장 최한실 선생 ⓒ 이윤옥

- 선생님은 언제부터 마음닦기를 하셨는지요? 
"길게 보면 스무여섯 해 쯤 되고요, 위빠사나 마음 닦기를 한지는 열다섯 해가 되었습니다."

- 현대인에게 마음 닦기는 왜 필요한가요?
"오늘날 사람들은 물질을 지나치게 가지다 보니 오히려 마음은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고 발버둥치고, 못 가진 사람은 못 가져서 괴로워합니다. 이것은 바르게 사는 길이 아닙니다.

마음닦기는 떠돌고 헤매고 몹시 앓고 있는 마음을 고요하고 튼튼하게 하는 길입니다. 바르게 살아 어느 누구도 해치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하고 튼튼한 마음을 길러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마음주인이 되고, 모르고 더럽힌 마음조차 뿌리에서 깨끗이 닦아 모든 성냄, 짜증, 미움, 싫음, 근심, 걱정, 바람, 탐냄에서 벗어나 사랑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 남 잘 되는 걸 기뻐하는 마음과 고르고 고요한 마음이 샘솟게 합니다."

- 마음을 닦으면 삶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요?
"바라고 골내고 걱정하고 미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멋진 사람으로 바뀝니다."

- 바쁜 사람들을 위한 마음닦기 과정이 있나요?
"물론 형편에 따라 닷새, 사흘, 이틀 동안 마음을 닦을 수도 있습니다. 주말에 곧 금, 토, 일 사흘이나 토, 일 이틀 동안에 마흔 사람까지 함께 와서 마음을 닦을 수 있지요."

-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을 소개해주십시오.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은 속리산 국립공원 기슭, 산 높고 소나무 많아 공기 좋고, 물 맑은 물아이골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나무와 흙과 왕겨숯과 흙벽돌로 지은 마음닦는 곳과 잘 곳, 부엌과 밥집이 잘 갖춰져서 마음닦으러 오면 혼자서 방을 쓰면서 말없이 오직 마음을 깨끗이 하는 데만 마음을 쏟을 수 있어 마음닦고 쉬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거기다 꼼꼼하게 한걸음 걸음 이끌어 주는 스승이 있고, 날마다 저녁에는 빼어난 참말을 들려주어 마음닦는 이들을 잘 이끌어 줍니다."

꾸밈없는 선생의 모습에서 안과 밖이 서로 다르지 않은 진정한 수행자를 보는 듯하다. 속리산 물아이골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우리에게 '고통스런 삶을 청산'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속삭이는 선생의 목소리가 온누리에 메아리치길 비손한다.

덧붙이는 글 * <푸른누리 마음닦는 마을>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 654(입석 5길 189-8) / 전화 : 054-536-9820 , <다음 카페 '푸른누리(상주)'> 참조
* 이 기사는 신한국문화신문과 대자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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