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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거목' 자처한 황우여, 지역 여론은 '글쎄'

연수구에서 6선 도전... '지역 현안 손 놓고 있었다' 비판

등록|2016.02.02 10:06 수정|2016.02.02 10:06
"20년 이상 자란 나무를 베어버리고 묘목을 심지는 않는다."

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까지 지낸 황우여(68) 국회의원은 자신을 '거목'이라며 인천 정치의 발전을 위해 다시 지지해 달라고 이렇게 말했다.

황 의원은 4.13 총선 출마를 위해 1년 5개월간 수행한 장관직에서 최근 물러나 정치권으로 복귀했다. 그는 5선 의원이고, 연수구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몰아쳤던 17대 총선에서도 살아남았다. 그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만큼 주된 지지 세력도 개신교 신자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황우여 "6선 성공하면 인천 정치력 강화돼"

그는 최근에 진행한 한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20년 이상 자란 나무를 베어버리고 묘목을 심는다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 내가 6선에 성공하면, 그 자체를 인천의 정치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에서 YS(김영삼)에게 '또 (출마)하시겠냐'고 묻지 않는다. DJ(김대중)에게 목포에서도 묻지 않는다. 무엇을 할 수 있냐가 핵심"이라며, "인천을 보면 전부 초선이나 재선 의원이라 괜히 걱정된다. 전국에 다선 의원이 이재오(5선) 의원, 서청원(7선)의원, 나까지 셋뿐"이라고 했다. 6선에 성공하면 YS나 DJ처럼 정치력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의 '거목' 발언에 대해 우호적으로만 반응하지는 않는다. 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임을 자처한 그가 사회부총리로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인천의 유일한 정부기관인 해양경비안전본부(아래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걸 막지 못했다. 인천시와 시민사회, 여야 정치인들이 인천 존치를 위한 활동을 벌일 때, 여권 실세인 황 의원은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욱이 해경본부는 황 의원의 지역구에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황 의원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 황우여 국회의원(맨 위 맨 왼쪽)과 20대 총선 연수구 예비후보자들. 윗줄 왼쪽부터 새누리당의 민경욱·신호수·이중재·정승연·이만재·민현주·남해령·정영남,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박소영, 정의당의 김상하, 무소속 진의범.(이상 등록 일시 순) ⓒ 한만송


또한 '송도의 핵폭탄'으로 불리는 LNG(천연액화가스) 저장탱크 증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국내 LNG 저장비율을 2012년 11%에서 2027년 21%까지 높이기 위해 LNG 저장탱크를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는 연수구 송도동 348번지 일원(25만 5353.4㎡)에 20만 킬로리터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와 기화송출설비, 변전소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1992년 송도 LNG 인수기지를 건설할 때, 10만 킬로리터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만을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10만 킬로리터'급 탱크 10기, '14만 킬로리터'급 탱크 2기, '20만 킬로리터'급 탱크 8기를 운영 중이다. 이렇다 보니 송도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송도 LNG 인수기지는 당초 송도국제도시와 18km 떨어진 해상에 있었지만, 지금의 거리는 2km에 불과하다. 게다가 2005년에 발생한 저장탱크 가스누출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여기다 연수구엔 송도 중고자동차단지 이전 민원, 송도유원지 복원 문제, 수인선 소음·분진 문제 등이 있지만,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모두 오래된 현안이다. 황 의원이 여당 대표, 사회부총리로 있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또한 사회적 논쟁을 야기한 '누리과정 예산 파행'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시 황 의원이 교육부장관으로 있을 때 발생한 문제다. 중앙행정에서 한 일도 심판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나온다.

박찬대(48, 더불어민주당 연수구지역위원장)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황 의원의 '거목' 발언에 대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흙의 양분을 20년이나 받아왔음에도 과실을 충분히 맺지 못하는 나무가 양분을 계속 독식하게 내버려둔다면, 숲은 시들어버리고 생태계의 순환은 파괴되고 말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번 총선은 더불어 사느냐, 아니면 혼자서만 독식하느냐의 가치판단의 기로에 서 있다"며 "황 의원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는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인천 최초 여성 국회의원 탄생할까?

연수구는 선거구 인구 상한선 초과로 인해 분구가 예상된다. 새로운 선거구는 송도신도시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예비후보는 민경욱(52)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KBS 앵커 출신인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얼마 안 돼 청와대에 입성해 '대통령의 입'으로 불렸다. 처음엔 중동옹진 지역구 출마가 예상됐지만, 연수구 출마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의 당내 최고 경쟁 상대는 새누리당 민현주(46, 비례)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다. 인천과 연고는 없지만, 짧은 기간에 지역 민심을 파고들어 대중적 인지도에서 민경욱 예비후보보다 앞서면서 당내 경선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더민주당 인천시당 핵심 관계자는 "민경욱 예비후보가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당내 경선을 쉽게 통과할 것으로 봤지만, 민현주 국회의원이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경선 시 승부를 점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민현주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과할 경우 송도신도시에선 여성 후보 간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더민주당에선 인천 출신의 박소영(40)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정치 초년병이라 아직까지 두각을 보인 건 없지만, 우직함과 전문성으로 한 발씩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 국민의당에서 노현경(53) 전 인천시의회 의원의 출마가 예상되기도 한다. 최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지부장을 맡은 그녀는 "당의 요청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연수구에 연고가 적을 뿐 아니라 여당 강세 지역이라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출마를 쉽게 결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에선 김상하(51) 변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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