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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 못 버텨", 김무성은 왜?

[분석] '연탄, 조선족', '살생부 파동'으로 본 김 대표의 심리

등록|2016.02.29 19:31 수정|2016.02.29 19:31
유력 정치인이, 그것도 거대 여당 대표가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는 일, 참 드문 일인데요.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 살생부'를 언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김 대표는 "그런 얘기를 한 바 없다"고 부인했는데요. 그러나 그 말을 직접 전해들었다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논란이 되니까 왜 도망가냐, 김 대표는 일을 저지르면 30시간을 못 버틴다는데 이번에도 그 꼴"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대표적인 구설로 비하 발언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지난 해 12월 인종 비하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던 김 대표는 보름 만에 조선족, 여성 비하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꼭 '말실수'를 하는 김 대표. 실수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겠죠. 도대체 김 대표 내면에 어떤 심리가 자리하고 있어서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걸까요.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이 두 분께 김 대표 심리분석을 부탁했습니다.

이재연 교수는 "심리학으로 봤을 때 사람의 성격은 '머리' 사고형, '가슴' 감정형, '배' 행동형으로 나뉘는데 김무성 대표는 전형적인 행동형"이라며 "사고하지 않고 행동을 하니 실수가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29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대표최고위원 회의실에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 '생각하고 말하세요' '알바도 니들처럼하면 바로 짤린다' 등 당 페이스북 공모를 한 네티즌 쓴소리를 담은 백보드판이 설치되었다. 쓴소리 백보드앞에 김무성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권우성


"자신보다 약하다 싶으면 잔인하고 못되게 무시하고 짓밟는 성향"

세분화해서 들어가면, 김 대표의 발언에는 유독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으로) 우리는 조선족이 있다, 문화 쇼크를 줄일 좋은 길이 있기 때문에 우리 이민 정책은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1월 29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지난 해 12월 18일에는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함께 하던 아프리카계 유학생에게 "연탄색이랑 얼굴색이랑 똑같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연탄색'은 전형적인 인종차별 발언입니다. '조선족' 발언에도 폄하의 시각이 깔려있긴 마찬가지죠. 여성, 특히 조선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출산의 도구'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에 대해 김태형 소장은 "심층적인 분석을 정확하게 시행하진 않았지만, 김 대표는 '권위주의적 성격'으로 보인다"라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권위주의적 성격의 대표적인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권위주의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타인을 레벨로 나누어 판단해 자신보다 약하다 싶으면 잔인하고 못되게 무시하고 짓밟는 성향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인간 존중 사상을 찾아볼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연탄', '조선족'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자신과 동등하지 않다고 판단한 상대에 대해 가차 없이 폄하발언을 한다는 것인데요.

이 교수 역시 "연탄, 조선족 발언은 김 대표의 무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여기에 '을'에 대한 하대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 수행비서의 로비 문제를 물은 기자에게 "너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2015년 11월 4일)라며 반말한 것, "강성 기득노조 때문에 (국민소득) 2만불 대에서 10년을 고생하고 있다"(2015년 9월 2일)라며 노조를 폄하한 것도 '을에 대한 하대'와 같은 맥락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인데요.

"모든 사람을 분류해서 '나는 갑이고, 너는 그에 비해 부족하다'라고 나눈다. 김 대표가 노조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도, 나보다 아래에 위치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세게 주장하면 이는 곧 '나를, 국가를 무너뜨리려 한다'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강남구에 대해 김 대표는 "전국이 강남만큼 수준 높으면 선거 필요도 없다"(2015년 11월 9일)라고 할만큼 칭송했는데요. 이 교수는 "강남이 곧 여당이고, 국가의 기반이며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향한 복종 계속될 것" vs "힘 약해지면 가장 먼저 물어 뜯을 인물"

김 대표의 또 다른 특징은 유독 '박근혜 대통령에게 약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 11월, 김 대표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역사교과서를 개정한 것을 언급하며 "대처보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이 더 한수 위 아니냐"라며 박 대통령을 잔뜩 치켜세웠습니다. 또 지난 해 10월, 경남 고성군을 방문했을 때는 "이렇게 개혁적인 대통령은 앞으로 만나기 힘들 것이다, 박 대통령 임기 중에 개혁에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잘 좀 도와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교수는 "권력의 상징 중에 이미지로서의 '지위'가 있고, 명칭상의 '직위'가 있는데 김 대표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복종해야 하는 지위와 직위를 다 갖고 있다"라며 "따라서 자신의 위라고 인식한 박 대통령에게는 계속해서 복종, 순종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일면 충성스럽다고도 볼 수 있는데 반대로 봤을 때는 윗사람이 잘못했을 때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는, 자기 생각이 없는 인물로 비춰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는 간간이 박 대통령에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물론 오래 가지 못하지만요.

지난 1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김 대표는 "(2012년) 당시 권력자가 찬성하자 모두 찬성으로 돌아섰다"라며 입법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박 대통령 생일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함께 그려진 도자기를 중국에 제작 의뢰해 전달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는데요. 일명 치고 빠지기 입니다.

지난 해 6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당시에도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와 한 몸처럼 행동하며 청와대에 맞서더니 결국 유 전 원내대표의 손을 놓는 선택을 했습니다.

가장 최근 문제가 된 '살생부' 발언 역시 같은 패턴입니다. 정두언 의원의 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청와대 인사'로부터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이 담긴 살생부를 받았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이 사실을 정 의원에게 말했고 정 의원이 언론에 언급해 논란이 확산 된 것인데요. 이 같은 과정이 사실이라면, 김 대표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발언 자체를 부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 소장은 "전형적으로 절대 권력자 앞에서 약해지는 스타일"이라며 "반면 권력자의 힘이 약해졌다 싶으면 하이에나처럼 가장 먼저 덤벼들어 물어뜯을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김 대표의 '숨은 속마음'이 조금은 읽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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