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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운 해트트릭, 포항 스틸러스 ACL 본선 진출

[2016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스틸러스 3-0 하노이 T&T

등록|2016.02.09 20:06 수정|2016.02.09 20:06

▲ 9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포항 스틸러스와 베트남 하노이 T&T의 후반전 경기. 두번째 골을 넣은 포항 심동운(11번)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장에서도 멋진 설 선물 상자가 열렸다. 평범한 승리 소식이 아니라 시원한 해트트릭까지 나왔으니 2016년 축구의 봄이 더 기다려진다.

최진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9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하노이 T&T(베트남)와의 홈 경기에서 심동운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32강이 겨루는 본선 조별리그에 올랐다.

심동운의 섬세한 오른발 감각

설날 다음 날이어서 낮 기온이 7℃까지밖에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틸야드에는 축구의 봄을 기다리는 2877명 관중들이 찾아와주었다. 황선홍 감독이 떠난 포항을 최진철 감독이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상대가 비교적 약한 팀이었기에 그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줄 수는 없었지만 필드 플레이어들이 공을 끌지 않고 동료를 활용하여 간결한 패스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스틸 타카'가 여전했다. 특히, 상대 페널티지역 부근에서는 원 터치 이내로 빠르게 공을 연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34분에 터진 선취골도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한 논스톱 슛이 제대로 터진 것이었다. 살림꾼 손준호가 중앙선 위에서 부드럽게 띄워준 공을 향해 공격형 미드필더 심동운이 달려들어가 오른발로 상대 골키퍼 쩐 안 득의 키를 살짝 넘긴 것이다.

포항은 울산에서 데려온 양동현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고 바로 아래에 '라자르-문창진-심동운'을 배치하여 간결하면서도 템포 빠른 공격을 펼쳤다. 양동현이 골맛을 보지 못하고 67분에 벤치로 물러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포항 팬들이 새 시즌을 기대할만한 흐름을 보여주었다.

디펜딩 챔피언 만나게 된 포항 스틸러스

심동운의 감각적인 오른발로 숨통이 트인 포항 스틸러스는 후반전에 보다 경쾌한 패스를 전개하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62분에 심동운이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전남을 떠나 지난 해 처음 포항 유니폼을 입고 28경기를 뛰면서 1득점 3도움에 그친 기록을 지워버리려는 듯한 몸부림으로 보일 정도였다.

심동운은 84분에 오른쪽 측면 공격을 전개한 박선용의 찔러주기를 받아 오른발 터닝 슛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문창진, 양동현과 함께 스틸야드를 용광로로 만들어줄 주인공이 바로 심동운이라는 것을 웅변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포항의 수비는 불안했다. 심동운의 선취골이 나오기 전에 먼저 골을 내줄만한 빈틈을 드러낸 것이다. 하노이의 공격수 삼손이 공을 몰고 들어올 때 수비수 배슬기와 박선용이 위험 지역에서 너무 쉽게 돌파를 당한 것이었다. 삼손의 패스를 받은 꾸앙 하이를 밀어내야 할 수비수 동료도 없었다. 꾸앙 하이의 오른발이 헛발질이었기에 망정이지 홈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뻔한 장면이었다.

56분에도 포항의 센터백끼리 어이없이 충돌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삼손의 발 앞에 정확한 전진 패스가 이어질 때 골키퍼 신화용이 페널티지역 밖까지 달려나와서 간발의 차이로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걷어내는 순간이 아찔했다. 수비 조직력을 정비하지 않으면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는 물론 3월 12일 개막하는 2016 K리그 클래식에서도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는 이 승리 덕분에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상대 팀이 만만치 않다. 2월 24일 오후 8시 30분에 열리는 조별리그 1차전이 바로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원정 경기다.

그리고 3월 2일 일본 J리그의 전통 강호 우라와 레즈를 스틸야드로 불러들인다. 3월 12일(토) 오후 4시에는 광주 FC와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이 펼쳐지며 나흘 뒤에 시드니 FC(호주)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이 예정되어 있다. 축구 명가 포항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보름간의 담금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겼다.
덧붙이는 글 ※ 2016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결과(9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

★ 포항 스틸러스 3-0 하노이 T&T [득점 : 심동운(34분,도움-손준호), 심동운(62분), 심동운(84분,도움-박선용)]

◇ 포항 스틸러스의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일정표
vs 광저우 에버그란데(원정) : 2월 24일
vs 우라와 레즈(홈) : 3월 2일
vs 시드니 FC(홈) : 3월 16일
vs 시드니 FC(원정) : 4월 5일
vs 광저우 에버그란데(홈) : 4월 19일
vs 우라와 레즈(원정) :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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