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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경쟁해야 보상받게 해준다는 삼성

[응답하라 삼성, 사과와 보상이 남았다①] 차별과 배제 없는 보상 되도록 해야

등록|2016.02.11 15:55 수정|2016.02.11 17:34
반올림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 투쟁이 100일을 훌쩍 넘겼다. 이 농성은 지난 2015년 10월 7일 조정위원회, 삼성, 반올림의 조정회의가 파행된 후 시작됐다. 그 결과, 2016년 1월 12일 반올림 투쟁 8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과 반올림 사이에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차별과 배제 없는 보상, 여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반올림은 삼성과의 싸움을 매듭 지을 수 있다. 그리고 왜곡된 산재보상 체제 개혁과 노동자 알 권리 확보를 위한 다음 싸움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난 1월 12일, 삼성전자가 직업병 재발방지대책 중 '일부'에 합의했다. 반올림이 싸워온 지 약 9년째, 직업병 피해 제보자가 222명(반도체, LCD공장에 한함)에 달한 후에야 삼성이 제한적으로 응답한 것이다. 이날 합의의 내용에 따라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옴부즈만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 지난 1월 13일 삼성의 직업병 문제 대책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 ⓒ 반올림


이제까지 반올림에 집계된 사망자 76명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게, 그리고 삼성 노동자들의 생명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직업병 예방을 향한 삼성전자의 '첫 발걸음'이 꼼수 없이 올바르게 떼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죽음과 삶 앞에서 삼성에 또 다른 책임을 물어야 할 시기이다. 바로 직업병 피해 보상 문제를 삼성이 정당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그리고 배제와 차별이 없는 방향으로 응답해야 할 시기다.

삼성의 보상, 무엇이 잘못되었나?

"피해자들을 등급으로 나누는 보상 체계는 곧 피해 정도를 더 드러내야 하는 방식이다. 매우 안타깝다. 이를테면 현재 삼성이 정한 기준을 보면 1, 2, 3군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보상 금액이 차이가 나게 되어있다. 3군의 피해자들이 1군을 부러워하게 하는 건 이상한 일 아닌가. 3군에도 못 들어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힘든 사람들끼리 미워하게 만드는 방식, 일방적인 기준으로 피해자를 줄 세우는 방식, 당연히 받아야 하는 보상을 굴욕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이런 방식은 정말 잘못되었다."

반올림 농성장에 방문한 한 기자의 말이다. 현재 진행되는 일부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삼성전자의 보상 행태를 보고 비판한 내용이다.

그렇다. 삼성전자의 보상은 틀렸다. ▲ 보상의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 중, 보상 의제 합의 당사자였던 반올림과 여러 피해자를 배제한 것, ▲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대상에 있어, 질환과 근속 기간 및 고용 형태를 회사가 독단적으로 구분해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좌절하게 만드는 것 ▲ 직업병으로 인한 정신적·경제적 피해에 대한 다각적인 고려 없이 보상액이 정해진 점이 현재 삼성이 하려는 보상의 문제점이다.

이에 반올림은 예방 대책 일부에 대한 합의 이후에도 '투명하고 실효성 있는 보상', '배제와 차별 없는 보상'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앞 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직영 생산직 노동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삼성전자 공장을 드나들며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노동자(연구직·청소 등, 계열사 및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피해를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보상에 해당하는 근속 기간이나 퇴직연도를 협소하게 설정해 배제되는 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경우, 현재 과학의 수준을 고려하여 노출 시기나 잠복 기간에 대해 될 수 있는 한 폭넓게 열어 놓고 보상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 과정에 반올림을 주체로 인정하고 보상의 기준과 형식에 대해 성의 있게 논의할 테이블을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논의의 과정과 보상의 실제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보상의 사회화'를 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직업병 피해 보상,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과정으로

삼성은 더 이상 한 단위 사업장이 아니다. 기업의 크기나 영향력에 있어 대한민국이라는 한 사회를 대표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태도가 한국 기업의 직업병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주류를 형성할 수 있다. 즉,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과 삶의 가치를 이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우하게 될지에 대한 '사회적 잣대'를 형성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삼성이라는 데가 저 정도 나왔으면 그래도 많이 양보한 거 아니냐?', '왜 삼성이 차린 보상위원회에 신청하지 않느냐?'라며 반올림이 농성 투쟁을 지속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다.

반올림은 일정 수준에서 적당히 '타협'하기 위해 약 9년의 시간을 싸워왔던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둘러싸고 '사과', '보상', '예방' 의제가 올바른 지향을 담으며 일단락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보상' 의제를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사안 혹은 회사의 재량권에 달린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자본의 이해에 따라 피해자들을 나누고 개별화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일하다 아프고 고통받는 이들이 회사가 정한 일방적 기준에 갇혀 모종의 경쟁심이나 절망감이 들게 하는 삼성의 방식이 틀렸다'고 더 큰 목소리로 외쳐야 한다.

보상의 원칙을 피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 속에 투명하게 설정하고, 차별과 배제 없는 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직업병 피해 해결의 올바른 기준을 세우고, 모든 이가 평등하게 향유할 만한 '원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반올림 농성 투쟁의 행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으며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하나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 2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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