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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노조가 천막 농성 중인 진짜 이유

[인터뷰]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신철우 위원장 인터뷰

등록|2016.02.16 15:11 수정|2016.02.16 15:19
"아시아나항공, 과도한 유급조합활동 보장 요구"
"아시아나항공, 117일 근무 열외 노조 간부"
"단체협약 교착, 과도한 유급조합활동 요구 탓"

아시아나항공을 검색하면 나오는 뉴스 헤드라인이다. 1988년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 만족'이라는 경영 이념으로 창립한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84대의 항공기로, 한해 5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2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기 위해 지난 1월 3일 김포공항 국내화물청사 내 회사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언론에선 노동조합이 왜 농성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주목하기보다 노동조합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한파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던 지난 1월 22일 천막 농성장에서 신철우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원들 ⓒ 공공운수노조


-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지난해 5월부터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고, 하는 일은 인천공항에서 출도착 업무를 하고 있다. 손님들이 탑승수속 마치고 출국장 들어선 순간부터 비행기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밟기 전까지 담당하는 일이다.

지금은 이 업무를 회사가 주장하는 협력사의 비정규직이 하고 있는데, 저는 이분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단, 기상 상황, 정비 등으로 인해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협력사에서는 책임지기 어려워, 이럴 때 손님들을 응대하고 고충처리를 주로 하고 있다. 하는 일이 이렇다 보니 저희끼리는 '무릎 꿇는 직업'이라고도 부른다."

조종사를 제외하고 일반·정비·캐빈·케이터링 4직종의 노동자들이 가입된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1999년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시작해 2006년 산별(공공운수)노조로 전환했다.

- 각 업무에 대한 소개와 조합 규모에 대해서도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일반직은 쉽게 말해 지상에서 예약, 공항 업무를 담당한다. 정비는 말 그대로 정비업무고, 캐빈은 승무원을 뜻한다. 케이터링은 기내식을 담당하는데, 2003년 회사에서 외국계 회사로 매각했는데, 이때 고용·단협·임금을 승계하기로 하면서 회사는 다르지만, 노동조합은 저희 소속으로 함께하고 있다. 조합원이 많을 땐 2500여 명 정도로 전체 과반을 넘을 정도로 많았는데, 2001년 파업 이후 탄압을 받으면서 지금은 153명이 함께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1년 파업 이후 노무관리 컨설팅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2006년 산별노조로 전환할 땐 회사의 탄압은 극에 달했다.

"직원들이 항공사에서 일한다는 프라이드가 있다 보니 회사는 이점을 이용해서 특히 승무원들에게 이데올로기 작업을 했다. 산별로 전환하면 운수화물 노동자들하고 같이 노동조합으로 묶이는데, '너희가 화물차 운전사하고 같은 레벨이냐'던가 '진급하고 싶지 않느냐?' '니 동기들은 이미 노조 다 탈퇴했다'라면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와해시켰다."

교대, 장거리 근무를 하는 승무원의 특성상 동료간 소통이 쉽지 않은 데다 파업의 후유증, 사측의 진급 압박 등은 실제 효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노동조합 조합원의 평균 근속이 20년이 넘지만, 직급이 대리인 경우가 가장 많을 정도로 진급에서도 피해가 있었다.

"전면적 구조조정 계획 발표는 처음이다"

- 지난 구조조정 발표가 어느 정도 예상됐었나?
"지난 여름 회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했었다. 직원들은 '회사 설립하고 27년 동안 힘들다고 안 한 적이 언제 있었느냐'면서 화도 냈지만 대수롭지 않게도 생각하기도 했다. 그동안 회사는 양치기 소년 같았다. 그런데 2015년 12월 24일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단협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교섭위원 8명 전원에게 현장 근무 복귀 통보했다. 그리고 5일 만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 구체적으로 계획도 나왔나?
"회사가 공식으로 축소 인원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부서별로 발표해서 노동조합이 확인해본 결과 500여 명 정도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회사가 생각하는 유휴 인력 500명에 영업, 관리부서에서 인건비 부담이 큰 연차 높은 직원들을 쫓아내고 조직 통폐합을 진행할 것 같다. 이전에도 매년 비상경영이네 하면서 TFT를 꾸리고 현장을 불안하게 했는데 이렇게 전면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 한 건 처음이다."

전임자도 없이 간부들이 휴무, 연차를 이용해서 조합 활동을 하고, 교섭 테이블도 일방적으로 파기된 상태에서 사측과 대화 채널이 없는 노동조합은 사측에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천막 농성을 결의했다.

-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할 만큼 회사 상황이 실제로 좋지 않은 상황인가?
"회사가 실제 힘들고 위기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 2006년 회사의 부채비율이 200%였다. 만일 제조업 회사라면 재무구조가 건강한 건 아닌데, 항공사는 항공기 구입에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400%가 일반적이고 이를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본다.

그런데 2006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2008년엔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이 두 번의 과정에서 10조가 들었는데 그중 6조억 원을 차입금으로 하면서 부채 비율이 680%가 됐다. 이러니 노동자들이 죽도록 일해서 영업 이익을 내도 이자로 한해 2000억씩 나가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매번 어떻게든 임금 인상을 안 하려고 몸부림을 쳤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사의 공세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더욱 고전하고 있다. 국내선의 경우 운행을 대부분 중단하고 자회사인 에어부산에 넘겨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급 모델 항공사입니다. 그렇다 보니 항공사 규모가 있는 대한항공이 유럽, 미국 등 장거리 노선에 강점이 있다면, 우리는 중·단거리 노선 일본, 중국 등에서 강점이 있었는데 저가항공사와 노선 경쟁을 하게 되었고, 이럴 때 어떻게 생존할 것 인지 전략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무조건 고급화, 항공기 대형화 기조로 방향을 잘못 잡으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노동조합은 회사 경영진이 무리한 기업 인수, 그로 인한 채무, 이자 문제와 저가항공사와 경쟁 실패 등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고, 무조건 노동자를 해고하고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만들어가는 노동조합

▲ 투쟁의 결의를 모아내는 조합원들 ⓒ 공공운수노조


- 언론은 노동조합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는데 어떤 심경인가?
"2014년부터 임단협도 못 맺고, 통상임금 관련 취업 규칙도 회사가 강압적으로 개정하고, 임금피크제도 도입하고, 전임 간부도 없이 한 달에 800시간 타임오프 받아서 활동하는 노동조합이 과도하다고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또 단협으로 보장되어있는 고용안정위원회 (노사 5:5 동수)를 구성해서 구조조정 관련 논의를 하자고 해도 회사는 구조조정을 발표해 놓고도 고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오면 다 응하고 있는데, 언론에선 노동조합이 과도하다고 하고, 회사 경영진의 책임에 관해서는 얘기되지 않는 부분이 힘들다."

- 농성 투쟁도 그렇고 지난 시간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간부들이 건강해서 그런 것 같다. 전체 8000명 중에 단 153명 조합원이 그것도 몇 년째 투쟁을 지속하면 상당한 패배의식이 있고, 움츠러들 법한데, 그런데도 함께 싸우다 보니 조합을 찾아오는 노동자들 있고 이들에게 희망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비스업계에선 내부고객(노동자), 외부고객(손님)이란 말이 있다. 서비스라는 게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인데 내부 고객이 만족하지 않고 불만투성인데 어떻게 자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한 응대, 서비스가 나오겠는가.

물론 가식적으로, 회사가 말하는, 이빨 몇 개 보이는 미소는 보일 수 있겠지만,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는 안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부고객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이 생길 수 있도록, 노동자를 인건비·비용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아시아나 측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2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전직원 상대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3년 정도 신규 채용을 가능한 한 자제하면서 500여명의 인원을 인력이 순감하는 곳에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고용을 보장할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도 노조가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억측만 제기하면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일터>에도 연재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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