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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김종인에 직격탄 "재벌개혁위해 뭐 했나"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장하성 고려대 교수 인터뷰

등록|2016.02.16 21:20 수정|2016.02.17 08:30


▲ 1일 국회에서 열린 장하성-안철수의 '경제토크' ⓒ 이희훈


"야당의 대표를 맡아서 경제민주화 얘기를 하는데 구체적으로 하는 얘기가 별로 없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16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한 장 교수는 "김 대표가 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의 구절을 넣은 것은 맞지만, 국회의원을 여러 차례 그것도 비례대표로만 하면서 그 이후에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서 어떤 법안을 제시했고 어떤 정책을 실천했고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으로 국한해서 얘기한다면 김 대표가 재벌개혁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87년 헌법 개정 당시 제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를 포함시키며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김 대표가 4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냐는 것이다.

이어 그는 "(경제민주화를) 실천하지도 않을 박근혜 후보에게 (김 대표가) 가서 박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뒤, "더민주가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오는 것은 2012년에 메아리 없는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 것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았다.

장 교수는 이번 달 초 한 강연에서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김종인 대표의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결례를 했다"면서도 더민주의 김 대표 영입을 다시 한번 비판했다.

"더민주의 가장 큰 정치적 기반인 광주항쟁의 한이 맺힌 사람들에게 '국보위의 위원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을 대표로 모시는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제가 결례를 했다. 그것(문재인 전 대표가 저에게 김종인 대표 자리에 영입 제안을 했다는 얘기)은 제가 더 이상 언급해서는 안 될 이야기 같다."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던 장 교수는 탈당으로 야권 분열 상황을 만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선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먼저 그는 "처음부터 안철수 대표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지 않고 힘들고 어렵더라도 제3의 정당을 만들어서 독자적으로 해 왔다면 아마 대단한 지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큰 정치적 결정을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민주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최소한 야권이 분열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망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는데 그것도 맞는 얘기"라면서도 "그걸 또 다시 뒤집어 얘기하면 더민주에서 안철수 대표가 나가지 않게 구조가 바뀌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 교수는 불평등 문제가 총선 이슈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밝히며 이번 총선이 청년 세대가 새 비전과 이상을 가지고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 인터뷰 전체 내용은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영입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의 핫 이슈였다. 그런데 사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쉽게 생각해서 '재벌 개혁 정도 하자는 건가'라고 이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후보 때 김종인 박사를 국민행복위원장으로 영입해서 경제민주화를 최대 경제 이슈로 만들어서 중도층의 표를 끌어 모았다. 김종인 위원장이 한국의 헌법의 경제 민주화라는 구절이 들어가는 데에 기여했다. 그 공은 굉장히 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천되지도 않을 박근혜 후보에게 가서 그를 당선시키는 데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지금 그분이 야당의 대표를 맡아서 경제민주화 얘기를 하는데 구체적으로 하는 얘기가 별로 없다. 그분이 여러 당에서 국회의원을 여러 차례 그것도 비례대표로만 하면서 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의 구절을 넣은 것은 맞지만 그 이후에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서 어떤 법안을 제시했고 어떤 정책을 실천했고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민주화라는 말만 하고 정작 실천은 안 했다는 것인가.
"만약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으로 국한해서 얘기한다면 그분이 재벌개혁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왜냐하면 평범한 분이라면 이럴 질문을 던질 이유가 없는데 국회의원을 그동안 계속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책을 주도할 비중있는 분이었기 때문에, 그럼 무엇을 했느냐. 결국은 더민주가 또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오는 것은 2012년에 메아리 없는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 것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이 안 된다."

-2012년 답 없는 경제민주화 메아리의 재판 아니냐는 비판인데.
"비판이라기 보다는 제가 목도한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 대표의 자리를 제안했다고 했는데 왜 그 자리를 왜 거절했나.
"그분이 저를 신뢰하고 하신 말씀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큰 결례였고 그것은 언급해서는 안 될 이슈였다. 그런데 더민주에 130명의 국회의원이 있는데 그 중에 사람이 없어서 박근혜 정부 탄생에 최대의 공을 세우신 분, 더민주의 가장 큰 정치적 기반인 광주. 광주 항쟁의 한이 맺힌 분들에게 행위 당사자들이 만든 국보위의 위원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을 대표로 모시는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제가 결례를 해서 그것은 제가 더 이상 언급해서는 안 될 이야기 같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200석을 외치고 있고 야당은 3분할 된 상황이다. '최소한 지금 의석을 유지할 수 있을까'란 비관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불평등 문제 해결과 관련해 야권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총선은 이미 희망이 없다. 총선 58일 전에 이슈 만들기 한다? 그건 선거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적어도 1,2년 전부터 불평등 문제가 정치권의 중심적 화두가 됐어야 한다. 갑자기 선거용으로 불평등 문제 들고 나와서 선거 한다고 해서 이게 달라지겠냐. 총선용 공약에 뭐가 구체적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선거 두 달 앞둔 상황에서도 무슨 정책을, 무슨 공약을 내세우는지조차를 국민이 모르는데 선거 며칠 전에 공약집이라고 내던져놓고 그것이 얼마나 실천 의지가 있겠냐. 한국 사회를 바꾸겠다는 실천 의지를 본다면 이번 총선은 별 희망이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불평등 문제가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건데 이 불평등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까.
"불평등으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분노하고 행동해야만 이 상황이 바뀐다. 불평등한 구조가 삶에 고통이 되고 있는 계층들, 사람들이 '정말 왜 이렇게 됐느냐 이건 바꾸어야 한다, 이건 옳지 않다'고 해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 50,60대는 이걸 바꿀 생각이 없다. 예를 들면 지금 60대 이상 10명 중 7,8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20,30대는 10명의 7,8명이 못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잘하고 있다는 얘기는 지금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긴박감이나 절박감이 없다. 바꿀 의지가 없는 거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부모세대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이걸 바꾸어야 할 세대는 자식세대다."

▲ '안철수, 천정배, 장하성의 위기의 대한민국, 공정성장으로 길을 찾다' 토크콘서트가 4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안철수 공동대표,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 ⓒ 소중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중학생들도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로 광장에 모이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열패감이 있다.
"그 심정은 이해가 된다. 왜냐면 지금부터 9년 전에 지금의 30대가 20대일 때 그 세대를 '88만원 세대'라고 규정했다. 거의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보다 나은 희망적인 결과로 진전이 있었어야 했는데 지금은 '포기 세대'가 됐다. '3포세대' '5포세대' 'N포세대'가 됐다. 이 사회가 10년 전 20대 청년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지 못한 결과다. 10년 전 10대였던 20대는 '잉여세대'라고 한다. '우리는 쓸모 없는 나머지'라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절망의 늪이 너무 깊어졌다.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 거다.

그러니까 열패감이 크고 '이 고통을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감내하면 되지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세상은 바뀔 수는 없는 거야'라고 포기해버리게 된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편으로는 고용이 너무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예들 들면 청년 세대는 첫 일자리가 3명 중 2명이 비정규직으로 시작한다. 어떻게 해서든 나만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해야겠디는 절박감이 겹쳐있다 보니까 세상 일에 관심을 끄거나 나서지 않는다. 또는 그런 것을 냉소적으로 보는 것이 마치 멋있고 쿨한 것처럼 비춰지는 잘못된 문화가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되면서 부모들이나 앞 세대들이 말하는 것처럼 세상의 잘못된 것에 외면하고 분노하지 않는 분위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앞서 지금 총선에 희망이 없다고 했는데 안철수 대표가 당을 나가지 않았다면, 분당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이런 사태가 벌어졌겠냐는 안타까움 표하는 분들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택은 어떻게 평가하나.
"여러 가지 각도로 볼 수 있다. 첫번째로 처음부터 안철수 대표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단한 대안세력이 돼 있었을 거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제3의 정당을 만들어서 독자적으로 해 왔다면 아마 대단한 지지가 있었을 거다. 큰 정치적 결정을 잘못한 거다. 두번째는 더민주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최소한 야권이 분열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망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는데 그것도 맞는 얘기다. 그걸 또 다시 뒤집어 얘기하면 더민주에서 안철수 대표가 나가지 않게 구조가 바뀌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가정이 있다.

그러나 어떤 정당에 대한 지지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한국 사회를 20년 간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게 만드는 데에 대립적 공생관계에 있던 기존의 정당이 이번 총선 한 번으로 바뀔 수 있다면 안철수 대표가 아니라 누구라도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제가 볼 때는 지금 더민주 구조에서 총선에 지든 이기든 그것을 바꿀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 큰 툴의 구조에서 본다면, 단순히 총선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세상은 여전히 마찬가지 구조로 이어져 간다. 여전히 암울하다.

이번 총선에서 변화를 기대한다면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됐으면 좋겠다. 기존의 산업화·민주화 세대로 일컬어지는 정치인들이 대거 한국 정치의 장에서 물러나줬으면 좋겠다. (중략) 정당들이 국회의원 당선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바꿀 사람들의 모임이 되려면 이번 총선에서 여든 야든 또 야당이 패배하더라도 정말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비전과 이상을 가지고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정치의 승리라고 본다."

-직접 출마는 안 하나?
"출마 뿐만 아니라 공직에 나서거나 선출직에 나서거나 정당 활동할 계획은 전혀 없다. 자꾸 그렇게 비추어지는 것은 정치를 하는 분들을 정책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직접 정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한국사회를 바꿀 실질적인 힘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하고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는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학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으로 인해서 정치적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더라도 그것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정당을 그대로 둔 채로 20,30대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해서 노선이나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까.
"정당을 하루 아침에 어떻게 만드냐. 있는 구조에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하고 정책 토론을 하니까 국민의당에 갔다고 언론에서 평가를 하던데 사실 정의당 가서도 똑같은 걸 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 당 대표를 포함해 여러 분을 모시고 했었다. 더민주든 정의당이든 또는 새누리당이든 '세상을 바꾸는 데에 저의 지혜가 필요하다, 당신 무슨 생각이냐 얘기해달라' 그러면 기꺼이 하겠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내 편, 내 생각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더 빨리 바꾸는 방법은 상대편의 생각까지 바꾸어 놓으면 더 빨리 바꿀 수 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샌더스의 돌풍이 불고 있는데.
"샌더스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정치인이 아니다. 1981년에 제가 공부하던 도시 바로 옆에 있는 벌링턴이란 작은 도시에서 시장이 된 이후에 무려 30여 년 이상을 걸어온 길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한국 사회에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려면 지금부터 그런 씨앗을 뿌려야 하기 때문에 1981년의 샌더스 같은 인물을 몇 명이라도 배출한다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한국 미래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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