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은 외모가 경쟁력" VS "이혜훈 참 저돌적"
불꽃 튀는 신경전 벌인 여성 후보들, 친박-비박 대리전 펼쳐질 서초갑 결론은?
▲ 새누리당 20대 총선 예비후보 공천 면접 사흘째인 22일 서울 서초갑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접 순서를 기다리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윤선, 최양오, 이혜훈 예비후보. ⓒ 남소연
"(앉은 순서가) 가나다 순으로 앉은 것이 아니네요. 구도가 안 맞아..."
20대 총선에서 서초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착석을 거부했다. 22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예비후보자 공천 면접심사장 앞이었다. 다분히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의식한 '불평'이었다. 면접장 앞에 마련된 대기석에는 조 전 수석과 김무성 당대표의 처남 최양호 예비후보 그리고 조소현 예비후보가 먼저 앉아 있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번호 순서대로 앉으시면 된다"는 당직자의 만류, 네 예비후보가 함께 앉은 모습을 촬영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요청을 받고서야 비어 있던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조 전 수석의 '역공'은 면접 심사 후였다. 네 예비후보가 함께 화이팅을 외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조 전 수석은 "(서 있는 순서가) 가나다 순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면접심사 전 대기석 착석 순서를 놓고 불평했던 이 전 최고위원을 비꼰 것이다.
'본선 같은 예선'을 치러야 할 두 여성 정치인의 불꽃 튀는 신경전이었다.
서울 서초갑은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곳이다. 이곳에 17, 18대 지역구 의원이었던 이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거치면서 '진박(眞朴)'으로 인증받은 조 전 수석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두 여성 정치인의 달라진 상황도 관심을 고조시키는 원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대변인으로 대표적인 친박계 여성 의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 등 현 정부의 정책에 쓴 소리를 마다 않는 '원박(遠朴, 멀어진 친박)' 혹은 '비박(비박근혜)'로 새롭게 분류됐다.
반면, 조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당시 '중립 성향'으로 분류됐던 이었다. 그러나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대변인으로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친박'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정부 출범 후 여성가족부 장관, 정무수석 등을 거치면서 확실한 '진박'으로 분류됐다.
"지역현안인 재건축 다루려면 내가" VS "2012년 전에는 지지부진해"
▲ 서초갑 새누리당 예비후보 한자리에새누리당 20대 총선 예비후보 공천 면접 사흘째인 22일 서울 서초갑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접을 마친뒤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양오, 이혜훈, 조소현, 조윤선 예비후보. ⓒ 남소연
즉, 친박 대 비박의 대리전이 펼쳐지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경계심은 이날 그대로 드러났다.
이 전 최고위원은 면접 전 "서초갑은 현재 재건축이 최우선 순위 현안"이라며 "처음 지역구를 맡는 사람이 뭐가 문제인지, 복잡하게 얽힌 사정들을 속속들이 알기 힘들다, 이걸 익히는데도 몇 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또 "제가 당선된다면 3선"이라면서 "(재건축과 관련) 서울시를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노하우가 있는 사람을 지역 분들이 높게 평가하신다"라고 강조했다.
18대 국회 당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아직 지역구를 맡은 바 없는 조 전 수석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는 "서초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현안을 알기 힘들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라 새벽 일찍 나가셨다가 늦게 오셔서 동네 일은 잘 모른다"라고도 덧붙였다.
조 전 수석은 면접 전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는 함께 촬영에 응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도 사양했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셈.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조 전 수석을 겨냥해 "같이 하시기 싫어하시네요, 지난번에도 그랬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신경전은 면접 중에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자기 대신 다른 예비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통질문에 서로를 우회적으로 깎아내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조 전 수석을) 닮고는 싶은데 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라며 "얼짱이라서 그걸 제가 닮을 수 있을지(라고) 답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외모 외에) 다른 칭찬은 하지 않았나"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 이상 다른 칭찬이 뭐가 필요하겠나, 요새 같은 비주얼 시대에 (그것이) 최고 경쟁력 아니냐"라고 부연했다. 듣기에 따라선, 조 전 수석에겐 외모 외 자신보다 뛰어난 강점은 없다는 '디스'에 가까웠다.
조 전 수석도 지지 않았다. 조 전 수석은 "(이 전 최고위원의 강점은) 다른 후보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하셨는데 '저돌적이다'는 것"이라며 "저 역시 같은 점을 좋은 점으로 지적했다"라고 답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읽힐 수 있는 '저돌적'으로 규정한 셈이다.
조 전 수석은 면접 후 '지역구를 처음 맡은 의원은 재건축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초선의원이 아니다"라면서 "(지역의) 재건축 문제는 그간 지지부진하다가 19대 국회 당시 김회선 의원 오시고 2012년부터 활발히 진행됐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전 최고위원이 17·18대 서초갑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재건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그는 "1000일 간 대변인을 했던 '조율과 설득'의 조윤선이 각 조합의 대변인이 되어드릴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벌써 당원모집 의혹까지, 경선룰 갈등도 불가피?
한편, 조 전 수석은 이 전 최고위원 측이 경선에 대비해 무분별하게 당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는 뉘앙스의 문제 제기도 했다. 앞서 경선룰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지역에 대해서는 당원 여부와 관계 없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진행할 것이라는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입장을 감안하면, 향후 서초갑 경선룰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그는 "특정 후보가 모집한 당원 중 주소가 불분명한 분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라면서 "그간 당을 위해 헌신하신 당원들께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당원 자격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당이 새로운 방식을 결정한다면 거기에 따르겠다"라면서도 당원 30% 대 일반 국민 70% 비율로 진행되는 경선 룰을 강조했다. 그는 "그 룰은 거의 1년 이상 논의와 숙의를 거쳐서 진행됐으니 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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