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 박근혜와 미국 생각은 달랐다"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박근혜 길 잃었다"
▲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사진은 2월 23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 모습. ⓒ EPA·연합뉴스
"미국 대북 정책의 목표는 지속적인 응징에 있는 것이 아니라(The goal of this is not to be in a series of cycling, repetitive punishments),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돌려놓으려는 것(That purpose is to bring the DPRK back to the table for the purpose of the Six-Party Talks)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오고, 협상에 응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It can actually ultimately have a peace agreement with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that resolves the unresolved issues of the Korean Peninsula, if it will come to the table and negotiate the denuclearization.)"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에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왕이 부장이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6자회담을 재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자료사진) ⓒ 남소연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25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케리 장관이 중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그가 제재의 목적이 대결이나 북한 체제 붕괴가 아니라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면서 "지금까지는 한·미·일이 북한을 두들겨 패는 국면이었는데, (유엔 대북제재와 한미연합 훈련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 판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기획실 행정관(동북아평화체제담당관)과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으로 북한 핵문제 등을 담당했던 그는 "제재의 목적이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말은 이제 공은 북한에 있으니 북한이 선택하라는 것"이라며 "(다르게 표현하면) 미국이 중국에 숙제를 낸 것이고,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라는 말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미국이 지난 1월 6일 북한 핵실험 직전 북한과 평화협정 논의에 합의했었다'는 지난 21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복기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이 이 기사에서 "우리는 북한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했으며, 비핵화가 그런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We carefully considered their proposal and made clear that denuclearization had to be part of any such discussion)"라고 한 발언 중 '신중하게 검토했다'(carefully considered)고 한 대목과 23일 케리 장관의 발언이 모두 미국이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이고,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또 이 기사가 예민한 문제인 북한과의 평화협정 관련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기사를 흘려준 미 정부 당국자는 사전에 상부의 허락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비서관은 이와 함께 "케리 장관의 발언은 '북한과의 협상은 없다'며 북한 정권교체 의사까지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6일) 국회 연설과는 너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는 유엔 제재 틀내에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관련 기사: 미국·중국의 정면충돌, '압록강 전선'을 복원하라)했어야 하는데, 독자 제재한다고 너무 앞장서고 (B-52·B-2스텔스 전략폭격기, F-22 스텔스기, 핵잠수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들여오면서 중국을 자극해서 북한 편에 서게 만드는, 앞뒤가 바뀐 전략을 썼다"라면서 "전체적인 상황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는 길을 잃었다"라고 진단했다.
"고고도항공기 한국이 사드 운영은 주한미군이 한다더라, 사드 중국 반발 이해돼"
그는 또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시절 경험과 관련해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뒤 대북 정보수집 능력 강화를 위해 고고도무인항공기 도입을 검토하면서 주한 미 대사관 무관부 기술전문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한국에 팔아도 운영은 주한미군이 하고, 찍은 자료도 전부 다 한국에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라면서 "제가 중국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험으로 보면 사드(THAAD·종말단계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중국이 왜 저렇게 우려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관리하기 때문에, 탐지거리가 짧은 종말단계 X밴더 레이드를 들여온다고 하지만 그걸 장거리모듈로 바꿔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박 비서관이 23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과 미국의 남중국해와 한반도에서의 중국 포위 전선에 대해 분석하고,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시절의 경험을 전한 <한통속> 95회 방송은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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