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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노인들만 죽이는 살인범

[리뷰] 하마나카 아키 <로스트 케어>

등록|2016.02.29 17:59 수정|2016.02.29 17:59

<로스트 케어>겉표지 ⓒ 현대문학

'개호(介護)'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 단어에는 '곁에서 돌보아줌'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병원에서 하는 '간호'하고 비슷한 의미다.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가끔 이 단어를 접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개호'가 일상생활에서 환자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일반적인 장애인이나 중증환자 등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겠다.

하지만 주로 나이가 많아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자잘한 심부름부터 시작해서 목욕을 도와주는 일까지 포함된다.

이 일은 일반 가정에서 할 수도 있고 병원 또는 다른 요양시설에서 하게 될 수도 있다. 동시에 가족이 할 수도 있고 전문 개호요원에게 맡길 수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가족이 개호를 할 경우에는, 가족이기에 성의껏 돌보겠지만 그만큼 일상적인 가정생활을 챙기기 어려워진다. 돌보는 사람이 직장인이라면 직장생활에도 지장이 많을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사람들

그렇다고 직업 개호인에게 맡기기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하마나카 아키의 2013년 작품 <로스트 케어>에서는 전문 개호의 부작용이 일부 묘사되고 있다.

젊은 여성 도우미가 나이든 남성환자를 보살필 경우, 남성이 성희롱을 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참지 못한 여성도우미는 욕설을 퍼붓거나 심지어는 손찌검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거동이 힘든 노인이니 그런 경우에도 그냥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스트 케어>에서는 이런 노인들, 거동이 불편하고 나아가서는 의식도 없는 노인들을 전문적으로 살해하고 다니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그는 무려 40명이 넘는 노인들을 살해했다.

살해당한 노인들은 모두 개호 대상자였다. 말기 암 환자, 뇌졸중 환자 등 혼자서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가족이나 전문 개호요원이 주기적으로 와서 돌봐주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실제로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가 된다.

살인범은 이런 노인들을 약물로 살해하면서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은 환자와 가족 모두를 해방시켜주었다는 것이다. 의식이 없거나 거동하지 못하는 상태도 고통이다. 그리고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가족의 심정도 고통일 것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일본의 노인 복지 시스템

'긴 병에 효자없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님이 거동을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고 자식들이 오랫동안 병수발을 하다보면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로스트 케어>의 한 여인은 연쇄살인범에게 투병생활을 하는 아버지를 잃었지만, 오히려 다른 희생자 가족들에게 '그가 당신들을 구원해주었다는 생각은 안드나요?'라고 묻는다.

작품에서는 일본의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말한다. 일본은 점점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노인들 사이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돈이 많은 노인들은 고급 요양시설이나 실버타운에서 생활한다.

그렇지 못한 노인들은 집에서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해야 한다. 작가는 이런 점을 지목하면서 '이 사회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라고 말한다. 이 구멍에 빠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데 그 들을 돌볼 제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트 케어>는 범죄소설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품을 읽다보면 생각하게 된다. 내가 늙고 병들면 어떻게 해야될까.
덧붙이는 글 <로스트 케어> 하마나카 아키 지음 / 권일영 옮김. 현대문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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