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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은교> 이적요가 부럽지 않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③] <익명의 집필실 >

등록|2016.03.02 11:43 수정|2016.03.02 11:50

▲ 아파트 단지 ⓒ 이상옥


<은교>의 이적요도 부러워 할
중국 정주 어느 고색창연한 아파트단지 내
으슥한 
- 이상옥의 디카시 <익명의 집필실>

중국 정주에서 덤을 누리고 있다. 한국의 대학을 떠나 중국의 대학으로 와서 유유자적하게 중국의 풍물을 보며, 한국사회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정주경공업대학교는 중국에서는 큰 규모의 대학이 아닌데도 재학생이 2만5000명이라고 하니, 놀랍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는 엄청 큰 대학일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대학마다 학생들이 넘쳐난다.

대학 구조개혁의 칼날 앞에 선 한국 대학

요즘 한국의 대학 사정은 편치가 않다. 지금 국회에는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이미 제출돼 있는 상태다. 대학 정원에 비해 인구 감소로 자연히 고교 졸업생이 격감하므로 대학 정원 감축과 통·폐합 등을 시행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여기에는 법인 해산시 잔여재산을 학교법인에 돌려주는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되고, 정부의 지나친 권한도 교육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드러난다. 야당에서는 잔여재산을 학교법인에 주면 부실운영에 면죄부를 주는 일명 '먹튀법'이 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한계대학의 자발적인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에서 논의를 한다지만 묘수가 있을까 싶다. 옛날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 교수가 존경받는 풍토였지만, 지금은 학문적 업적과는 상관없이 나이 든 것 자체가 퍽 유쾌한 일이 못 된다. 속된 말로 이꼴 저꼴 보지 않기 위해 나는 마음을 틀었는지도 모른다.  

▲ 케리어 두 개 달랑 들고 정주 왔지만 숙소인 단독 아파트가 규모가 너무 컸다. ⓒ 이상옥


▲ 눈부심이 심해서 야외에서 선그라스를 쓰고 싶었지만 한국에서는 마음껏 쓰지도 못했다. ⓒ 이신수


전에 영화 <은교>를 보며 이적요의 멋진 서재를 탐했던 적이 있다. 고성의 시골집을 리모델링하여 집필실 겸 거처로 사용한 것도 이적요가 부러워서다. 서재는 비록 창고를 이용하였지만 전원풍경이 마음에 들어 한동안 즐거움을 누렸다. 이제 정주로 오고 보니 앞 연재서도 지적한 바대로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숙소가 단독 아파트로 규모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커서 놀랐다. 아무도 모르는 중국 정주라는 익명성의 공간에 그것도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미로처럼 숨겨져 있는 숙소는 거대한 비밀 집필실에 다름 아니다.

3일은 중국 정주, 4일은 한국 거주 가능

먼 타국의 집필실은 특별한 영감의 원천일 것 같다. 이번 학기 수업은 월·화·수요일에 집중적으로 짜여져서, 수요일 저녁 비행기로 한국에 와서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다시 정주로 오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3일은 정주, 4일은 한국 거주가 가능하다.

정주 집필실에서 혹 영감이 시들해지면 다시 한국 집필실로 가서 충전을 하고 와서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써도 좋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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