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설거지 시켜? 말아?" 아들의 대답은...
며느리한테 설거지 못 시키는 시어머니 그리고 안 시키는 시어머니
"며느리한테 설거지도 못하게 했어."
"어머나, 왜?"
"난 아직 누가 내 살림에 손대는 것이 싫어."
지난해에 며느리를 본 친구가 하는 말이다. 며칠 전 명절을 보내고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명절 후라 명절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의 며느리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여 명절 음식을 한다는 것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아 친구가 미리 다 해놨다고 한다.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먹고 난 뒤에도 설거지를 못하게 했단다. 그래도 며느리가 주방까지 쫓아 들어와 설거지를 하려했지만 친구는 들어가서 과일이나 깎으라고 등을 밀어 거실로 들여보냈다고 한다. 그의 대답에 우리 모두 놀랐다.
"뭐? 설거지도 못하게 했어? 그건 좀 너무 심한 것 같다. 설거지 정도는 시켜도 괜찮잖아?"
"난 아직 내살림에 남이 손대는 것이 싫어."
"며느리입장에서는 설거지 정도는 해야 마음이 편하고 정도 들 텐데."
"설거지를 자꾸 하려고 해서 내가 그랬어.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너한테 도움을 청할 테니 그때 하라고. 아직은 괜찮다고."
평소에도 그 친구는 담백한 성격이고 깔끔한 성격이라 그의 말을 듣고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 성질 어디 가니? 어지간히 하지, 결벽증이야 결벽증"이라고.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친구 K는 "야, 그건 아니더라, 난 며느리가 설거지 할 생각도 안 하니깐 서운하던데"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아들만 둘인 그 친구. 명절을 치르고 설거지를 하는데 며느리가 주방에 나와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도 시어머니가 다하니까 으레 그러려니 했던 모양이라고 친구가 말한다.
그 친구가 한동안 홀로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친구 남편이 "무슨 설거지를 그렇게 오래 해?"라고 물으니 "그러게, 다섯 명이 먹은 거라 설거지가 생각보다 많네"라고 답했단다. 그런데 왜 그리도 서운하고 섭섭하던지. 그렇다고 며느리를 불러 설거지를 하라는 말도 못했다고 한다. 뒤늦게 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며느리와 아들,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다
평소에는 며느리를 본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날은 그들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고 있었다. 며느리를 보기 전까지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며느리를 보고 나니 모두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 그때 한 친구가 나한테 "아참! 너도 며느리 보고 첫 명절인데 어떻게 보냈어?"라고 묻는다.
올해 1월. 드디어 아들이 결혼을 해 며느리가 들어왔다. 친구들은 아들이 결혼하고 한 달 만에 설 명절을 맞은 내가 뒤늦게 궁금했던가 보다.
"웬만한 음식은 내가 다해놓고 동태전 부칠 것만 남겨 놓았지. 그래도 궁금하잖아. 어떻게 하는지."
아들과 며느리가 도착해서 아들이 먼저 "엄마, 우리 뭐하면 돼요?"라고 물어보는 게 아닌가.
"어, 동태전만 부쳐, 나머지는 엄마가 다 해놨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과 며느리는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아주 익숙한 솜씨로 며느리가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아들은 보조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아들 녀석, 결혼 전에는 내가 뭘 해도 주방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아들의 그런 모습이 조금은 낯설기는 했지만 둘이 주방에서 알콩달콩 일하는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며느리의 솜씨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전 부치는 솜씨가 좋다. 결혼 전에 해봤니?"
"네, 어머니. 명절이면 엄마따라 큰집에 가서 전 부쳐봤어요."
어깨너머로 본다는 게 참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사위가 백년 손님이면 며느리도 백년손님
명절 아침에 상차림도 며느리가 도와주기도 했다. 음식을 먹고 설거지 할 시간이 돌아왔다. 설거지 시작하기 전에 아들과 둘이 있을 때 "아들 네 색시 설거지 시켜 말아?"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아들은 씨익 웃으면서 "엄마 왜 그러세요, 당연히 해야지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난 속으로 '그럼 그렇지, 그래야지'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설거지 때도 아들아이의 등을 주방을 밀었다. 같이 하라고.
아들아이도 싫지 않은지 망설임 없이 팔을 걷고 주방에 들어섰다. 시댁이라고는 하지만 낯선 집에 와서 혼자 설거지를 한다는 게 무슨 이유인지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설거지의 '설'자도 해보지 않은 아들아이가 제법 잘 도와주는 듯했다.
친구들이 내말을 듣더니 "어머어머, 쟤가 아들 며느리를 들었다 놨다 한다"라면서 박장대소다.
"결혼을 했다고는 하지만 얼마 안 된 낯선 집에 와서 혼자 설거지를 한다고 생각해봐. 다른 식구들은 모두 거실에서 과일 먹으면서 TV 보고, 웃고, 수다 떨고 있는데 왠지 소외된 느낌이 들지 않겠어. 입장 바꿔서 내 딸이 시댁에 가서 그렇게 혼자 설거지를 한다고 상상을 해봐. 바로 답 나오지."
친구들도 맞다며 이구동성으로 공감한다. 설거지를 직접 했다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아들아이하고 며느리하고 함께하라고 해봤어?"라고 물으니 "아니, 그런 생각은 못해봤네, 나도 다음엔 그렇게 해봐야겠다"란다. 요즘 며느리들 대부분은 한 명이나 두 명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니 애지중지 귀하게 자랐을 것이다. 그 정도는 대부분의 시어머니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설거지까지 하는 시어머니들이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시어머니가 된 친구들이 며느리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려고 무척 애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위를 먼저 본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사위만 백년손님이라 생각하지 말고 며느리도 백년손님이라 생각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고부관계가 되지 않을까.
"어머나, 왜?"
"난 아직 누가 내 살림에 손대는 것이 싫어."
지난해에 며느리를 본 친구가 하는 말이다. 며칠 전 명절을 보내고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명절 후라 명절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의 며느리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여 명절 음식을 한다는 것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아 친구가 미리 다 해놨다고 한다.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먹고 난 뒤에도 설거지를 못하게 했단다. 그래도 며느리가 주방까지 쫓아 들어와 설거지를 하려했지만 친구는 들어가서 과일이나 깎으라고 등을 밀어 거실로 들여보냈다고 한다. 그의 대답에 우리 모두 놀랐다.
"뭐? 설거지도 못하게 했어? 그건 좀 너무 심한 것 같다. 설거지 정도는 시켜도 괜찮잖아?"
"난 아직 내살림에 남이 손대는 것이 싫어."
"며느리입장에서는 설거지 정도는 해야 마음이 편하고 정도 들 텐데."
"설거지를 자꾸 하려고 해서 내가 그랬어.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너한테 도움을 청할 테니 그때 하라고. 아직은 괜찮다고."
평소에도 그 친구는 담백한 성격이고 깔끔한 성격이라 그의 말을 듣고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 성질 어디 가니? 어지간히 하지, 결벽증이야 결벽증"이라고.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친구 K는 "야, 그건 아니더라, 난 며느리가 설거지 할 생각도 안 하니깐 서운하던데"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아들만 둘인 그 친구. 명절을 치르고 설거지를 하는데 며느리가 주방에 나와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도 시어머니가 다하니까 으레 그러려니 했던 모양이라고 친구가 말한다.
그 친구가 한동안 홀로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친구 남편이 "무슨 설거지를 그렇게 오래 해?"라고 물으니 "그러게, 다섯 명이 먹은 거라 설거지가 생각보다 많네"라고 답했단다. 그런데 왜 그리도 서운하고 섭섭하던지. 그렇다고 며느리를 불러 설거지를 하라는 말도 못했다고 한다. 뒤늦게 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며느리와 아들,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다
▲ 며느리의 설거지. '시어머니'들의 난상토론 ⓒ pixabay
평소에는 며느리를 본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날은 그들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고 있었다. 며느리를 보기 전까지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며느리를 보고 나니 모두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 그때 한 친구가 나한테 "아참! 너도 며느리 보고 첫 명절인데 어떻게 보냈어?"라고 묻는다.
올해 1월. 드디어 아들이 결혼을 해 며느리가 들어왔다. 친구들은 아들이 결혼하고 한 달 만에 설 명절을 맞은 내가 뒤늦게 궁금했던가 보다.
"웬만한 음식은 내가 다해놓고 동태전 부칠 것만 남겨 놓았지. 그래도 궁금하잖아. 어떻게 하는지."
아들과 며느리가 도착해서 아들이 먼저 "엄마, 우리 뭐하면 돼요?"라고 물어보는 게 아닌가.
"어, 동태전만 부쳐, 나머지는 엄마가 다 해놨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과 며느리는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아주 익숙한 솜씨로 며느리가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아들은 보조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아들 녀석, 결혼 전에는 내가 뭘 해도 주방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아들의 그런 모습이 조금은 낯설기는 했지만 둘이 주방에서 알콩달콩 일하는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며느리의 솜씨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전 부치는 솜씨가 좋다. 결혼 전에 해봤니?"
"네, 어머니. 명절이면 엄마따라 큰집에 가서 전 부쳐봤어요."
어깨너머로 본다는 게 참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사위가 백년 손님이면 며느리도 백년손님
명절 아침에 상차림도 며느리가 도와주기도 했다. 음식을 먹고 설거지 할 시간이 돌아왔다. 설거지 시작하기 전에 아들과 둘이 있을 때 "아들 네 색시 설거지 시켜 말아?"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아들은 씨익 웃으면서 "엄마 왜 그러세요, 당연히 해야지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난 속으로 '그럼 그렇지, 그래야지'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설거지 때도 아들아이의 등을 주방을 밀었다. 같이 하라고.
아들아이도 싫지 않은지 망설임 없이 팔을 걷고 주방에 들어섰다. 시댁이라고는 하지만 낯선 집에 와서 혼자 설거지를 한다는 게 무슨 이유인지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설거지의 '설'자도 해보지 않은 아들아이가 제법 잘 도와주는 듯했다.
친구들이 내말을 듣더니 "어머어머, 쟤가 아들 며느리를 들었다 놨다 한다"라면서 박장대소다.
"결혼을 했다고는 하지만 얼마 안 된 낯선 집에 와서 혼자 설거지를 한다고 생각해봐. 다른 식구들은 모두 거실에서 과일 먹으면서 TV 보고, 웃고, 수다 떨고 있는데 왠지 소외된 느낌이 들지 않겠어. 입장 바꿔서 내 딸이 시댁에 가서 그렇게 혼자 설거지를 한다고 상상을 해봐. 바로 답 나오지."
친구들도 맞다며 이구동성으로 공감한다. 설거지를 직접 했다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아들아이하고 며느리하고 함께하라고 해봤어?"라고 물으니 "아니, 그런 생각은 못해봤네, 나도 다음엔 그렇게 해봐야겠다"란다. 요즘 며느리들 대부분은 한 명이나 두 명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니 애지중지 귀하게 자랐을 것이다. 그 정도는 대부분의 시어머니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설거지까지 하는 시어머니들이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시어머니가 된 친구들이 며느리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려고 무척 애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위를 먼저 본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사위만 백년손님이라 생각하지 말고 며느리도 백년손님이라 생각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고부관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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