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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두번째 심상정 "여당에 두려움 주는 데 실패"

37번째 필리버스터 주자..."야당다운 야당에 대한 갈증 확인"

등록|2016.03.02 08:13 수정|2016.03.02 11:23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의 중단 결정으로 테러방지법에 대한 무제한토론이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단에 오른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결국 테러방지법은 통과되겠지만, 투표로 테러방지법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호소했다.

2일 새벽, 같은 당 정진후 의원에 이어 1시간 반 가량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심 대표는 "유감스럽게도 필리버스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쓰러질 때까지 토론하지 못해 죄송하다. 10일까지 버텨서 막을 수 있다면 버텨보겠지만 10일까지 혼자 버틴다 해도 테러방지법 통과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비판하진 않겠다. 그들의 곤혹스러움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상대를 두렵게 만들 수 있어야 했다. 끝을 보겠다는 의지가 전달됐어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데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이번 선거가 늦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구획정안을 정하는 공직선거법 처리 때문에 무제한 토론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결정한 상황에서 이같이 말한 것이다.

심 대표는 "선거법 처리 때문에 이 지경(필리버스터 중단)인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른다"며 그 이유를 "박근혜 정권은 2년 남았다. 테러방지법도 되돌릴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테러방지법의 미래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상황이 되면 국회가 테러방지법을 개정 혹은 폐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 대표는 "필리버스터에 모인 국민들의 관심과 열정이 고스란히 투표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정당들의 정치적 실천을 평가하는 것이 선거다. 결국은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자리에 선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가 계속되는 한 민주주의는 계속된다. 정책도 사람도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는 교차로에 선 차 앞에 놓인 신호등과 같다"고 비유한 심 대표는 "신호에 따라 직진을 할지 방향을 바꿀지, 혹은 운전자를 바꿀지 결정하게 된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박근혜 정권에 단호히 경고하고, 국정원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등을 켜 달라. 무슨 색인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얼마 후에 통과될 테러방지법에 대한 대안"이라고 호소했다.

심 대표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혹시라도 일어날 테러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느냐"며 "하지만 하루 평균 37.9명이 자살하고 산업재해로 5시간에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 매일 수많은 학생들이 다치고 죽어간다. 대한민국을 떠받친 어르신들은 아무런 돌봄도 받지 못하고 죽어간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킬 거냐'고 했고, 이렇게 테러에는 민감한 정부가 현재 일어나는, 막을 수 있는 국민들의 희생에 대해선 왜 이렇게 둔감한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필리버스터 수확은 정치의 재발견, 정당과 야당의 재발견"

정진후 껴안은 심상정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치자 심상정 대표 등 동료의원들이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 남소연


심 대표는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돼 이날 종료하게 된 필리버스터에 대해 "테러방지법을 한 점, 한 획도 바꾸지 못한다 해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너무나도 소중한 재발견이 있었다. 필리버스터가 민주주의를 한발짝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거라고 감히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가장 먼저 "정치의 재발견"을 꼽았다. 그는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제발 국회에서 싸움 좀 하지 말라'는 말이다. 왜 싸우는지보다 싸운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비난"이라며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러 의원님들이 헌신적인 토론으로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많은 국민들이 알게됐다. 국정원에 줘야 할 것은 무제한 사찰 능력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라는 것에 대한 공감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과 야당의 재발견"을 꼽았다. 심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야당은 한국 정치에서 들러리로 전락했다. 처음엔 대립하지만 끝에 가선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행태가 반복된 결과"라며 "이번 필리버스터로 제1 야당은 오랜만에 밀실에서 걸어나왔다. 국민들을 향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의 열렬한 성원에서 저는 야당다운 야당에 대한 국민 갈증이 얼마나 깊은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며 "민주정치의 수준은 야당의 수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깨달은 것도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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