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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차별은 이제 그만

분양동과 임대동은 공사과정에서부터 달라... 엘리베이터 없는 곳도 많아

등록|2016.03.04 14:52 수정|2016.03.04 14:53
2015년 9월 20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성남시 도촌지구를 방문해 국민임대주택 입주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임대아파트라고 차별 받는다는 말이 너무 가슴아프다. 차별이 사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휴거'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보통은 예수가 재림할 때 구원받는 사람들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초등학생들은 '휴먼시아 거지'라는 뜻으로 쓴다. 휴먼시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사용하는 임대아파트 브랜드다.

공사 과정에서부터 차별이 존재하는 임대아파트

실제로 임대아파트에 대한 차별은 어느정도 일까? SH공사가 2015년 10월 28일 접수를 마감한 공공임대, 주거환경임대 및 재개발임대주택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청약관련 커뮤니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재개발임대주택의 서울의 한 아파트를 살펴봤다.

해당 아파트는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유명브랜드라는 기대 속에 1순위 경쟁률이 16:1에 달했다. 그만큼 시민들의 큰 기대를 받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아파트의 조감도를 보면 입주자가 아닌 사람은 임대동은 전혀 다른 아파트로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양동은 큰 평수로 건축방식도 신식이었고 주민들의 복지시설이 모두 모여 있는 반면 임대동은 대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었고 최근에는 보기 힘든 복도식의 아파트였다.

현재 서울시는 주택재건축사업의 특성상 일정비율 이상 임대분량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공사과정에서부터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분양동과 임대동을 따로 짓는데 심한 곳은 둘 사이에 벽을 쌓는 곳도 있었다.

앞서 말한 서울의 한 아파트는 복지시설로 수영장과 헬스장을 운영하는데 입주동 입주민들은 비용을 관리비에 포함시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임대동 주민들은 이용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특히 임대동은 복도식에다가, 평수가 너무 작았다. 아이가 있거나 가족수가 많아서 우선공급이나 1순위로 어렵게 청약에 당첨되어도 편리한 거주 생활은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였다.

방송에서 비춘 임대 아파트 차별 문제
2014년 10월 SBS는 '차별하는 아파트'라는 주제로 임대아파트 차별문제를 다뤘다. 당시에는 분양동과 임대동이 붙어 있는 소셜믹스 아파트였으나 "임대아파트는 관리비를 아파트로 내지 않기 때문에 놀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매번 관리비 문제로 차별이 발생하고 있지만 SH와 LH는 아직까지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송에서 분양동 입주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같은 아파트에 입주하여 비슷한 혜택을 누린다면 그 정도 차별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임대동 입주민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너무 야박하다는 입장이다. "차별로 인해 사실상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면서 서로 간의 감정만 상할 뿐이었다.

임대동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할 수가 없어서 동대표도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최소 2년에서 10년 이상 거주가 가능한 임대 입주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모든 아파트의 관리는 분양입주민들의 위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단지 내 갈등을 해결하라고 만든 법으로 주택법, 임대주택법, 혼합단지 관리규약이 있으나 갈등이 발생하면 3개의 규약으로 인해 서로에게 유리한 규약만을 내세운다. 오히려 규약이 갈등과 분쟁만 키우는 꼴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임대아파트

천정배(광주 서구을, 무소속)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LH가 일반분양아파트에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임대아파트에는 설치하지 않고 차별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지적한 일이 있었다.

2005년부터 사업승인된 공공주택지구 802곳 중 40%에 해당되는 304곳이 지하와 지상을 이어주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특히 국민임대주택은 95% 미설치상태였다.

2009년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이후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57곳이나 됐다. 반면 분양아파트는 모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천 의원은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회적 상식, 헌법적 가치, 실정법 어느 것에 비추어 봐도 이런 차별은 부당하다."며 LH에 문제사항을 전부 개선하라며 질책했다.

이 외에도 국민임대아파트는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불허하는 등 임대아파트 차별은 수 없이 존재한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서 옛날의 '이웃'은 이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것인지 주민들의 고민을 떠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관리비를 따로 내는 임대동도 대표자회의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거나 법이나 지자체에서 분쟁을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복지시설의 경우 사용료를 입주자카드 등을 만들어 청구하거나 입주민을 증명하면 임대동 입주민들도 사용료를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존중과 배려 필요해

최근 종영한 tvN의 응답하라 1988의 인기가 뜨거웠다. 시청자들은 복고풍의 아날로그 시절도 그립지만 골목을 두고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때'를 그리워한다. 지금은 그때보다 풍요롭고 넉넉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이웃은 없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옛날에 생각한 오늘의 모습이 과연 사람 간의 정 보다 눈치를 보고 사는 삭막한 세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으며 저녁 반찬거리를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하고 훈훈한 이웃관계를 다시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상호간의 존중과 배려가 임대아파트 차별을 없애는데 가장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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