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조선 <강적들>, 예능도 근거와 상식은 갖춰야
TV조선 <강적들>은 진행자인 박종진‧박은지‧김성규‧김성경씨, 그리고 패널인 송영선 전 국회의원, 이봉규 정치평론가, 손광운 변호사, 함익병씨가 출연해 다양한 시사 이슈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다.
2월 24일, TV조선 <강적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도발 사태가 왜 다른 때보다 위험한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논의된 소주제는 총 12개였는데 이중 북핵과 관련된 주제는 △ 북핵 내부자들 공개 : 북핵 기술자들 △ 핵 보유국 꿈꾼 지도자 박정희 △ 핵보다 무서운 남남갈등 △ 한반도 날리는 북핵 위력 △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은? △ 북한의 핵 공격 예상지역 △ 북핵 막아주는 건 사드 뿐? 등 6가지뿐이었다.
이마저도 박정희 대통령의 핵 무장론, 남남갈등과 같이 당장의 북핵 문제와 거리가 먼 사안이 뒤섞여 있었고, 나머지 주제들의 경우 △ 젊은 폭군, 김정은의 불안증 △ 막 나가는 '북한 비정상' 김정은과 같이 김정은 개인의 정신상태, 건강문제, 성장과정을 다루는 인물 중심의 이슈였다. 토론 내용은 근거도 없는 전쟁 공포를 이유로 '대통령 뜻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의 반민주, 몰상식으로 점철되었다.
■ 과도한 공포감, 위기감 조성
진행자인 박종진씨의 오프닝 멘트는 "농담이 아니라 이제 심각합니다. 핵을 진짜 쏘겠다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였다. 이어서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처 방법은?" 이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질문이었다. 이러한 공포감 조성은 시작부터 후반부까지 프로그램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패널인 이봉규씨는 "2016년 상반기 중에 (테러) 일어납니다!"라고 단언했다. 어디까지나 이건 이봉규 개인이라는 자막이 들어갈 정도였다. 이어서 송영선 전 의원은 "북한의 전략계획서에 2016년이 '성전(성스러운 전쟁)을 하는 해'로 지정돼 있다"고 했다. 두 패널 모두 앞뒤 근거와 논리도 없이 위험한 주장을 쏟아낸 것이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두고도 실제 북한의 실험 규모와는 무관하게 일반적인 수소폭탄의 위력을 운운하는 과장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송영선 전 의원은 "수소폭탄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0배 이상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와 함께 이번 핵실험과는 무관한 히로시마 등의 핵 투여 장면이 화면으로 나갔다.
박종진씨는 수소폭탄의 위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반도가 끝이 나는 겁니다"라며 전쟁 공포에 격한 공감을 표했다. 이어서 수소폭탄이 서울시청에 떨어졌을 때의 시나리오가 입에 올랐다. "서울에 핵이 떨어지면 춘천 시민이 3도 화상을 입는다", "대한민국은 쑥대밭이 된다!" 등 전시를 방불케 하는 멘트들이 곁들여졌다.
함익병씨는 "히로시마 때에 20만명이 사망했다. 핵무기의 타겟은 사실상 도시 전체"라며 손광운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손 변호사는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나는 대답을 안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종진씨와 송영선 전 의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라며 재차 전쟁 가능성에 힘을 줬다.
■ 치우친 패널 구성 및 편파적 분위기도 문제
대개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4명의 패널이 출연할 경우, 2:2로 입장을 나누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적들>에서는 손광운 변호사를 제외한 3명의 패널이 모두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또한 3명의 진행자도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등 개입이 잦은 편이다.
이들도 모두 보수적 패널들의 입장에 공감하거나 동조하면서 사실상 6:1의 구도로 모든 논의가 이뤄졌다. 손 변호사가 발언을 할 때에는 모두가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고, "진보 측의 입장은 어떠한가?"라며 가끔 구색을 맞추는 데 그쳤다. 발언의 대체적인 순서도 세 명의 패널과 진행자들이 논의를 이어나가고, 그 논의에 대한 토론이 마무리 될 때 즈음 손 변호사의 의견을 물어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는 데에 그쳤다.
■ "대통령 뜻을 따라야 한다" "우리도 핵 가져야" 노골적인 정부‧여당 편들기도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대해서도 논리도, 근거도 없는 막말 수준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봉규씨는 "김정은의 총 통치자금인 5억 달러 중에 개성공단에서 1억 달러를 벌어들인다"며 "통치자금의 1/5이 개성공단에서 유입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지난 15일 "확증은 없다"며 거짓말임을 인정했던 '개성공단 현금 핵개발 전용' 논리와 똑같은 내용이다.
함익병씨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 1억불 안주려고 개성공단을 막은 게 아니다. 개성공단에 일한 54,367명의 근로자 가족 합쳐서 20만 명이 실직자가 됐다. 북한 내부에 체제 불만 세력이 쌓여갈 것이다. 체제 불만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1번이다" "1년 후에 일어날 '내부적 동요'를 기다리자"며 황당한 주장을 했다.
정부에서 북한의 '내부적 동요'가 개성공단 폐쇄의 이유라고 발표한 적도 없으며 북한 근로자 20만 명의 생계를 볼모로 북한 붕괴를 꾀한다는 전략은 몰상식을 넘어 유치한 수준이다.
진행자 김성경씨는 "대통령이 결정을 했으니 온 국민이 뭉쳤으면 좋겠다"며 "안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내린 결정에 그냥 따라가 주면 어떨까?"라며 상식적 민주주의마저 무시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손광운 변호사는 "위험한 발언이다. 모여서 고민도 하고 토론도 하고 이런 과정 없이 결정한 걸 우리가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다음 장면이 가관인데, 이봉규씨는 "그러다가 우리가 구한말에 나라를 뺏겼습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새누리당 일각의 남한 핵무장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핵 무장 시도,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을동 의원의 발언이 논의됐다. 진행자 박종진씨는 "우리 최강국이지. 난 왜 이렇게 핵이 갖고 싶지? 난 진짜 핵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야", 이봉규씨는 "우리도 핵 가질거야 하고 협박하는 게 제일 좋은거다. 미국, 중국, 북한,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 등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물론 외교적 고려가 완전히 배제된 유아론적 주장만이 만연했다.
2. '백분토론'을 야당에 대한 '불만토로'로 바꾼 김진 위원
MBC <백분토론>은 지난 2월 16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제언 3부 -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미래"를 토론이 아닌 '청와대 발제' 형태로 진행해 비판 여론을 자초했다. 23일 "D-50 막 오른 총선 전쟁, 전망은?"을 주제로 다룬 <백분토론>은 다시 2 대 2 토론의 형태로 돌아가 정상화된 모습을 보였다.
토론자로는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빅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등 4명이 출연했다. 선거구 획정 결과에 대해 김태일 교수가 정치권력의 수도권 집중이 강화되었음을 지적하고, 지역대표성 문제에 왜곡이 온다는 사실을 고민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하는 등 의미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하지만 옥의 티가 있었으니 김진 논설위원이었다. 김진 위원은 끊임없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흠집을 내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주제와 상관없이 더민주를 폄훼했다.
■ 토론에서도 '친노' 마녀사냥, '노조투쟁가'는 정치하면 안 된다는 김진
김태일 교수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공천 전략을 분석하던 중, 김진 위원은 맥락과 관련 없이 더민주의 공천 방식을 비난했다. 상향식 공천과 하향식 공천이 단순한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모든 토론자들이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제가 하향식이라며 비난한 것이다.
김 위원은 비례대표 의석의 감소로 더민주가 타격이 클 것이라 예상하면서 "4년 전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통해서 했던 이른바 강경파, 이념 노선형 의원들을 영입을 해서 운동권, 시민단체, 노조투쟁가 출신들을 대거 한명숙 대표가 영입해서 이들이 사실상 제1야당의 대의회 전략을 좌지우지해서 국회가 엄청난 파란을 겪었습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표로 상징되는 친노 강경 주류세력, 이념에 지나치게 경도돼가지고 의회민주주의의 발목을 잡고 이런 강경투쟁 노선으로 갔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조중동에서 야당을 비판할 때마다 고질적으로 내세우는 '친노 강경파' 프레임이다. 이는 아무런 "운동권, 시민단체, 노조투쟁가 출신들"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재단하는 반민주주의, 그리고 정치는 '이념'과 무관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판단이 어우러진 부당한 비난이다.
■ 출연자 윽박지르며 전략 공천에 힘 싣는 김진
김진 위원은 상향식 공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친박계'가 주장하는 전략 공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무리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진 위원은 "김(태일) 교수께서 어느 지역에 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학을 전공한 김 교수께서도 거기서 여당이나 야당의 예비후보들이 몇 명이 나왔고 그 사람들의 경력이 뭐고 공천이 뭐고 하는 것을 자세하게 잘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아니, 정치학 교수가 그런데 하물며 생업에 바쁜 유권자들이 그걸 어떻게 자세하게 압니까?"라며 김 교수를 겨냥했다.
이어 "자기생업에 바빠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불쑥 핸드폰 받아 가지고 1번부터 5번까지 누구누구 이름대면서 이중에서 누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면 5명을 비교선별해서 투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유권자들에 얼마나 됩니까? 그래서 적당히 이것을 조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원래 원칙은 민주주의에서 공천은 정당이 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이 생업에 바빠 후보자들을 검증할 수 없다면 국민이 생업과 정치 참여를 병행할 수 있게 하는 복지 시스템, 또는 노동 환경을 고민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김진 위원은 그런 고민 대신 하향식 전략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만 늘어놓은 것이다. 또한 함께 출연한 김태일 교수를 타박하는 듯한 그의 어투는 시청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3. 뉴스타파, 가뭄에 단비 같은 총선 기획 선보여
한편 뉴스타파는 25일, <2016 총선 기획: 사라진 공약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0대 총선에서 헛된 공약이 남발되는 일을 막기 위해 기획했다는 본 프로그램은 뉴스타파는 무상보육, 무상 고교교육 등 '무상'이 붙은 공약들의 이행률이 10%(11개 중 1개)에 그쳤다는 점과, 지자체에 각종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하는 '유치공약' 또한 대부분 재원이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된 사실을 소개했다.
"검찰개혁과 남북관계, 표현의 자유 관련 공약은 애초에 공약 실행 의지가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는 박정은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의 인터뷰로 공약 이행이 단순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문제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시민과 언론이 감시하지 않을 때 이렇듯 겉만 번지르르한 헛공약이 남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방송이었다. '북풍' 논란과 테러방지법 정국으로 유권자가 정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 단비 같은 보도였다. 유권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고, 선거를 앞둔 언론이 반드시 해야 할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이외에 MBC <시사매거진 2580>, KBS <시사기획 창> <일요진단>에서는 총선 관련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 JTBC <정치부회의>는 "[여당] '당 대표도 예외 없다'…김무성 25일 공천 면접" "[여당] 이번에는 '유령당원' 논란…원칙 무너진 공천" 등 여당을 중심으로 총선 관련 내용을 다뤘다. 균형 잡힌 브리핑으로서 특이할 만한 점은 없었다.
□ 모니터 대상 : KBS <일요진단> <시사기획창>, MBC <100분 토론> <시사매거진 2580>, JTBC <정치부회의>, 뉴스타파 총선 관련 프로그램
□ 모니터 기간 : 2월 18일 ~ 25일
TV조선 <강적들>은 진행자인 박종진‧박은지‧김성규‧김성경씨, 그리고 패널인 송영선 전 국회의원, 이봉규 정치평론가, 손광운 변호사, 함익병씨가 출연해 다양한 시사 이슈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다.
2월 24일, TV조선 <강적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도발 사태가 왜 다른 때보다 위험한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논의된 소주제는 총 12개였는데 이중 북핵과 관련된 주제는 △ 북핵 내부자들 공개 : 북핵 기술자들 △ 핵 보유국 꿈꾼 지도자 박정희 △ 핵보다 무서운 남남갈등 △ 한반도 날리는 북핵 위력 △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은? △ 북한의 핵 공격 예상지역 △ 북핵 막아주는 건 사드 뿐? 등 6가지뿐이었다.
이마저도 박정희 대통령의 핵 무장론, 남남갈등과 같이 당장의 북핵 문제와 거리가 먼 사안이 뒤섞여 있었고, 나머지 주제들의 경우 △ 젊은 폭군, 김정은의 불안증 △ 막 나가는 '북한 비정상' 김정은과 같이 김정은 개인의 정신상태, 건강문제, 성장과정을 다루는 인물 중심의 이슈였다. 토론 내용은 근거도 없는 전쟁 공포를 이유로 '대통령 뜻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의 반민주, 몰상식으로 점철되었다.
■ 과도한 공포감, 위기감 조성
진행자인 박종진씨의 오프닝 멘트는 "농담이 아니라 이제 심각합니다. 핵을 진짜 쏘겠다는 목적이기 때문입니다"였다. 이어서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처 방법은?" 이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질문이었다. 이러한 공포감 조성은 시작부터 후반부까지 프로그램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패널인 이봉규씨는 "2016년 상반기 중에 (테러) 일어납니다!"라고 단언했다. 어디까지나 이건 이봉규 개인이라는 자막이 들어갈 정도였다. 이어서 송영선 전 의원은 "북한의 전략계획서에 2016년이 '성전(성스러운 전쟁)을 하는 해'로 지정돼 있다"고 했다. 두 패널 모두 앞뒤 근거와 논리도 없이 위험한 주장을 쏟아낸 것이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두고도 실제 북한의 실험 규모와는 무관하게 일반적인 수소폭탄의 위력을 운운하는 과장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송영선 전 의원은 "수소폭탄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0배 이상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와 함께 이번 핵실험과는 무관한 히로시마 등의 핵 투여 장면이 화면으로 나갔다.
박종진씨는 수소폭탄의 위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반도가 끝이 나는 겁니다"라며 전쟁 공포에 격한 공감을 표했다. 이어서 수소폭탄이 서울시청에 떨어졌을 때의 시나리오가 입에 올랐다. "서울에 핵이 떨어지면 춘천 시민이 3도 화상을 입는다", "대한민국은 쑥대밭이 된다!" 등 전시를 방불케 하는 멘트들이 곁들여졌다.
함익병씨는 "히로시마 때에 20만명이 사망했다. 핵무기의 타겟은 사실상 도시 전체"라며 손광운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손 변호사는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나는 대답을 안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종진씨와 송영선 전 의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라며 재차 전쟁 가능성에 힘을 줬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 치우친 패널 구성 및 편파적 분위기도 문제
대개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4명의 패널이 출연할 경우, 2:2로 입장을 나누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적들>에서는 손광운 변호사를 제외한 3명의 패널이 모두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또한 3명의 진행자도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등 개입이 잦은 편이다.
이들도 모두 보수적 패널들의 입장에 공감하거나 동조하면서 사실상 6:1의 구도로 모든 논의가 이뤄졌다. 손 변호사가 발언을 할 때에는 모두가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고, "진보 측의 입장은 어떠한가?"라며 가끔 구색을 맞추는 데 그쳤다. 발언의 대체적인 순서도 세 명의 패널과 진행자들이 논의를 이어나가고, 그 논의에 대한 토론이 마무리 될 때 즈음 손 변호사의 의견을 물어 기계적 중립을 유지하는 데에 그쳤다.
■ "대통령 뜻을 따라야 한다" "우리도 핵 가져야" 노골적인 정부‧여당 편들기도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대해서도 논리도, 근거도 없는 막말 수준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봉규씨는 "김정은의 총 통치자금인 5억 달러 중에 개성공단에서 1억 달러를 벌어들인다"며 "통치자금의 1/5이 개성공단에서 유입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지난 15일 "확증은 없다"며 거짓말임을 인정했던 '개성공단 현금 핵개발 전용' 논리와 똑같은 내용이다.
함익병씨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 1억불 안주려고 개성공단을 막은 게 아니다. 개성공단에 일한 54,367명의 근로자 가족 합쳐서 20만 명이 실직자가 됐다. 북한 내부에 체제 불만 세력이 쌓여갈 것이다. 체제 불만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1번이다" "1년 후에 일어날 '내부적 동요'를 기다리자"며 황당한 주장을 했다.
정부에서 북한의 '내부적 동요'가 개성공단 폐쇄의 이유라고 발표한 적도 없으며 북한 근로자 20만 명의 생계를 볼모로 북한 붕괴를 꾀한다는 전략은 몰상식을 넘어 유치한 수준이다.
진행자 김성경씨는 "대통령이 결정을 했으니 온 국민이 뭉쳤으면 좋겠다"며 "안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내린 결정에 그냥 따라가 주면 어떨까?"라며 상식적 민주주의마저 무시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손광운 변호사는 "위험한 발언이다. 모여서 고민도 하고 토론도 하고 이런 과정 없이 결정한 걸 우리가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다음 장면이 가관인데, 이봉규씨는 "그러다가 우리가 구한말에 나라를 뺏겼습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새누리당 일각의 남한 핵무장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핵 무장 시도,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을동 의원의 발언이 논의됐다. 진행자 박종진씨는 "우리 최강국이지. 난 왜 이렇게 핵이 갖고 싶지? 난 진짜 핵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야", 이봉규씨는 "우리도 핵 가질거야 하고 협박하는 게 제일 좋은거다. 미국, 중국, 북한,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 등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물론 외교적 고려가 완전히 배제된 유아론적 주장만이 만연했다.
2. '백분토론'을 야당에 대한 '불만토로'로 바꾼 김진 위원
MBC <백분토론>은 지난 2월 16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제언 3부 -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미래"를 토론이 아닌 '청와대 발제' 형태로 진행해 비판 여론을 자초했다. 23일 "D-50 막 오른 총선 전쟁, 전망은?"을 주제로 다룬 <백분토론>은 다시 2 대 2 토론의 형태로 돌아가 정상화된 모습을 보였다.
토론자로는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빅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등 4명이 출연했다. 선거구 획정 결과에 대해 김태일 교수가 정치권력의 수도권 집중이 강화되었음을 지적하고, 지역대표성 문제에 왜곡이 온다는 사실을 고민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하는 등 의미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하지만 옥의 티가 있었으니 김진 논설위원이었다. 김진 위원은 끊임없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흠집을 내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주제와 상관없이 더민주를 폄훼했다.
■ 토론에서도 '친노' 마녀사냥, '노조투쟁가'는 정치하면 안 된다는 김진
김태일 교수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공천 전략을 분석하던 중, 김진 위원은 맥락과 관련 없이 더민주의 공천 방식을 비난했다. 상향식 공천과 하향식 공천이 단순한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모든 토론자들이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제가 하향식이라며 비난한 것이다.
김 위원은 비례대표 의석의 감소로 더민주가 타격이 클 것이라 예상하면서 "4년 전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통해서 했던 이른바 강경파, 이념 노선형 의원들을 영입을 해서 운동권, 시민단체, 노조투쟁가 출신들을 대거 한명숙 대표가 영입해서 이들이 사실상 제1야당의 대의회 전략을 좌지우지해서 국회가 엄청난 파란을 겪었습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표로 상징되는 친노 강경 주류세력, 이념에 지나치게 경도돼가지고 의회민주주의의 발목을 잡고 이런 강경투쟁 노선으로 갔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조중동에서 야당을 비판할 때마다 고질적으로 내세우는 '친노 강경파' 프레임이다. 이는 아무런 "운동권, 시민단체, 노조투쟁가 출신들"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재단하는 반민주주의, 그리고 정치는 '이념'과 무관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판단이 어우러진 부당한 비난이다.
■ 출연자 윽박지르며 전략 공천에 힘 싣는 김진
김진 위원은 상향식 공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친박계'가 주장하는 전략 공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무리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진 위원은 "김(태일) 교수께서 어느 지역에 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학을 전공한 김 교수께서도 거기서 여당이나 야당의 예비후보들이 몇 명이 나왔고 그 사람들의 경력이 뭐고 공천이 뭐고 하는 것을 자세하게 잘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아니, 정치학 교수가 그런데 하물며 생업에 바쁜 유권자들이 그걸 어떻게 자세하게 압니까?"라며 김 교수를 겨냥했다.
이어 "자기생업에 바빠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불쑥 핸드폰 받아 가지고 1번부터 5번까지 누구누구 이름대면서 이중에서 누가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면 5명을 비교선별해서 투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유권자들에 얼마나 됩니까? 그래서 적당히 이것을 조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원래 원칙은 민주주의에서 공천은 정당이 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이 생업에 바빠 후보자들을 검증할 수 없다면 국민이 생업과 정치 참여를 병행할 수 있게 하는 복지 시스템, 또는 노동 환경을 고민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김진 위원은 그런 고민 대신 하향식 전략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만 늘어놓은 것이다. 또한 함께 출연한 김태일 교수를 타박하는 듯한 그의 어투는 시청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3. 뉴스타파, 가뭄에 단비 같은 총선 기획 선보여
한편 뉴스타파는 25일, <2016 총선 기획: 사라진 공약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0대 총선에서 헛된 공약이 남발되는 일을 막기 위해 기획했다는 본 프로그램은 뉴스타파는 무상보육, 무상 고교교육 등 '무상'이 붙은 공약들의 이행률이 10%(11개 중 1개)에 그쳤다는 점과, 지자체에 각종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하는 '유치공약' 또한 대부분 재원이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된 사실을 소개했다.
"검찰개혁과 남북관계, 표현의 자유 관련 공약은 애초에 공약 실행 의지가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는 박정은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의 인터뷰로 공약 이행이 단순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문제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시민과 언론이 감시하지 않을 때 이렇듯 겉만 번지르르한 헛공약이 남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방송이었다. '북풍' 논란과 테러방지법 정국으로 유권자가 정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 단비 같은 보도였다. 유권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고, 선거를 앞둔 언론이 반드시 해야 할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이외에 MBC <시사매거진 2580>, KBS <시사기획 창> <일요진단>에서는 총선 관련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 JTBC <정치부회의>는 "[여당] '당 대표도 예외 없다'…김무성 25일 공천 면접" "[여당] 이번에는 '유령당원' 논란…원칙 무너진 공천" 등 여당을 중심으로 총선 관련 내용을 다뤘다. 균형 잡힌 브리핑으로서 특이할 만한 점은 없었다.
□ 모니터 대상 : KBS <일요진단> <시사기획창>, MBC <100분 토론> <시사매거진 2580>, JTBC <정치부회의>, 뉴스타파 총선 관련 프로그램
□ 모니터 기간 : 2월 18일 ~ 25일
덧붙이는 글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김수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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