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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에 살해된 'O병규'를 아십니까?

홍성 폐광산에서 유해 21구 발굴..이름 새겨긴 유품도

등록|2016.03.06 19:33 수정|2016.03.06 20:48

▲ 6일 오후 2시, 박선주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장이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에 대한 유해발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심규상

충남 홍성 광천읍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모두 21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또 이름이 새겨 있는 라이터, 4열 단추, 벨트 등 유품도 나왔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하 공동조사단, 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아래 조사단)은 6일 오후 2시 유해발굴 현장인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에서 가진 유해발굴 설명회를 개최했다. <관련 기사/홍성 광천 암매장지, 현장 보존 가능할까?>

공동조사단은 이 자리에서 최소 21구의 희생자 유해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유해는 유실 또는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유해 대부분은 폐금광 입구에서 2∼3m 동굴안 지점에서 뒤엉킨 상태로 발굴됐다.

박선주 발굴단장은 "탄피가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동굴 밖에서 군경에 의해 사살된 후 안으로 옮겨 진 것으로 보인다"며 "습기가 많고 물리적 손상도 많아 온전한 게 없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는 대부분은 20대와 30,40대로 모두 남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품 등으로 볼 때 희생자들은 50년 7월 중순 경 희생된 보도연맹원들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해 21구 발굴..."동굴안 2∼3m 지점에서 뒤엉킨 채.."

이곳에서는 1950년 6월부터 10월까지 2차례에 걸쳐 보도연맹원 및 부역 혐의 등으로 최소 60여 명이 군경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조사단은 발굴된 유해가 주로 보도연맹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에서 발굴한 유해. ⓒ 심규상


▲ 6일 오후 2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에서 벌굴하 ㄴ유해를 공개했다. ⓒ 심규상


유품으로는 라이터, 4열 단추, 벨트, 신발 등이 나왔다. 이중 라이터에는 '병규'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희생자가 누군 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유품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안경호 상황실장(4.9 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희생자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신분을 알리기 위해 새긴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공동조사단이 3번째로 발굴한 광천 담산리 폐금광 유해발굴은 지난 달 25일부터 5일까지 2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이곳에서 아버지를 잃은 최홍이(72)씨는 인사말을 통해 "슬프지만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와 재능기부를 통해 유해를 발굴한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4차 발굴부터는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야..."

▲ 광천읍 담산2리 산 92번지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품(라이터) ⓒ 심규상


▲ 발굴된 희생자 라이터 유품에 '병규'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 심규상


정석희 충남민간인희생자유족회장은 "'억울한 것이 가장 큰 질병'이라는 말이 있다"며 "국가가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안 상황실장은 "이번 유해 발굴 통해 국가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4차 발굴부터는 국가가 책임지고 유해발굴에 나서 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6년이 지났지만 당시 군경에 의해 불법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는 전국 곳곳에 방치돼 있다.

한국전쟁유족회, 민족문제연구소,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4년 2월 공동조사단을 발족하고 시민모금과 자원 활동을 통해 진주지역 보도연맹원학살사건, 대전형무소 사건 희생자등 매년 1곳씩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해발굴과 희생자 명예회복 등 정부의 역할을 요구해왔다.

한편 함께 유해발굴작업을 해온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홍성대책위원회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발굴된 유해를 용봉산 자락에 안장하는 추도식 및 안장식을 홍성시민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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