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뉴스 프로그램 앵커는 대부분 매우 신뢰받는 인물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이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이유는 뉴스 앵커가 단순히 원고를 읽는 뉴스 리더(news reader)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이슈에 논평과 해설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현장 보도를 연결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심인물 역할을 하는 앵커는 미국사회에서 높은 신뢰를 받을 뿐만 아니라 사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처럼 미국의 시청자들이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날카로운 논평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사회적 이슈를 분석해 전달해 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은 대부분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면서 매우 제한된 부분에서 논평을 한다. 우리나라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에게 허용되는 대표적인 논평 기회는 뉴스 프로그램 마지막에 앵커의 짧은 클로징 멘트라고 할 수 있다. 클로징 멘트는 당일 뉴스프로그램의 중심 보도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뉴스 앵커의 시각을 표현하고 크게는 방송국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달 24일 SBS <8시 뉴스>를 진행하는 신동욱 앵커는 클로징 멘트에서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임박했고 이에 따른 북한의 추가 도발도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국회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 세계의 눈들이 과연 지금 우리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의문"이라고 말을 맺었다.
신동욱 앵커의 이 클로징 멘트는 국가정보원에 인권침해 위험성이 높은 감청, 금융계좌 추적권 등 과도한 권한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의 일방적인 처리를 옹호하는 모양새다. 일방적 표결을 막기위한 야당의 합법적인 필리버스터를 비판하면서 마치 국제사회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우려하는 것처럼 주장했다.
신동욱 앵커의 주장과 달리 테러방지법 표결에 반대하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가 되어 국민들 사이에 테러방지법의 쟁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의 소통과 여론 환기의 기회를 제공했다. 약 3~4만 명이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통해 국회 필리버스터를 생중계로 시청하면서 댓글로 소통하고, SNS와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 내용은 <국회방송>, <유튜브>, <팩트TV>,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어떤 게이트키핑도 없이 생중계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가 국민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고 혐오감을 가지고 있던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런 현상은 보수 성향의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명확히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자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지난 달 27일까지 약 12만 명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가운데, 필리버스터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85%(10만1941명)로, 응답자의 15%(1만8072명)만을 차지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다섯 배 이상 많았다.
미국의 <LA 타임즈>는 지난 24일, 196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고, < ABC > 방송 온라인 판은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한국의 필리버스터 5일째 돌입"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외신들의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신동욱 앵커의 멘트처럼 이번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우려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오히려 야당의 필리버스터 시도가 "한국 야당으로서는 드물게 보이는 협동의 행위"라고 평가하는 등, 긍정적인 내용이 훨씬 많았다.
결국, 지난 24일 SBS <8시 뉴스>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필리버스터의 본질을 왜곡하고,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와 필리버스터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논평을 비교해 보면 크게 다른 점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생명인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앵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정부 여당의 논평과 별반 다르지 않는 내용으로 클로징 멘트을 했다는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공공의 자산인 공중파를 이용해 방송을 내보내는 공중파 방송사의 메인 앵커의 이러한 태도는 방송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버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 동안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정치권력에 완전히 장악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SBS 뉴스가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한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다. 메인 뉴스 프로그램 앵커는 자신의 클로징 멘트가 시청자들이 방송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미국의 시청자들이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날카로운 논평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사회적 이슈를 분석해 전달해 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뉴스 프로그램 앵커들은 대부분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면서 매우 제한된 부분에서 논평을 한다. 우리나라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에게 허용되는 대표적인 논평 기회는 뉴스 프로그램 마지막에 앵커의 짧은 클로징 멘트라고 할 수 있다. 클로징 멘트는 당일 뉴스프로그램의 중심 보도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뉴스 앵커의 시각을 표현하고 크게는 방송국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달 24일 SBS <8시 뉴스>를 진행하는 신동욱 앵커는 클로징 멘트에서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임박했고 이에 따른 북한의 추가 도발도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국회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 세계의 눈들이 과연 지금 우리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의문"이라고 말을 맺었다.
신동욱 앵커의 이 클로징 멘트는 국가정보원에 인권침해 위험성이 높은 감청, 금융계좌 추적권 등 과도한 권한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의 일방적인 처리를 옹호하는 모양새다. 일방적 표결을 막기위한 야당의 합법적인 필리버스터를 비판하면서 마치 국제사회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우려하는 것처럼 주장했다.
신동욱 앵커의 주장과 달리 테러방지법 표결에 반대하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가 되어 국민들 사이에 테러방지법의 쟁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의 소통과 여론 환기의 기회를 제공했다. 약 3~4만 명이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통해 국회 필리버스터를 생중계로 시청하면서 댓글로 소통하고, SNS와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게시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 내용은 <국회방송>, <유튜브>, <팩트TV>,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어떤 게이트키핑도 없이 생중계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가 국민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고 혐오감을 가지고 있던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런 현상은 보수 성향의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명확히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자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지난 달 27일까지 약 12만 명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가운데, 필리버스터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85%(10만1941명)로, 응답자의 15%(1만8072명)만을 차지한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다섯 배 이상 많았다.
미국의 <LA 타임즈>는 지난 24일, 196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고, < ABC > 방송 온라인 판은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한국의 필리버스터 5일째 돌입"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외신들의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신동욱 앵커의 멘트처럼 이번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우려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오히려 야당의 필리버스터 시도가 "한국 야당으로서는 드물게 보이는 협동의 행위"라고 평가하는 등, 긍정적인 내용이 훨씬 많았다.
결국, 지난 24일 SBS <8시 뉴스>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필리버스터의 본질을 왜곡하고,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와 필리버스터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논평을 비교해 보면 크게 다른 점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생명인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 앵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정부 여당의 논평과 별반 다르지 않는 내용으로 클로징 멘트을 했다는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공공의 자산인 공중파를 이용해 방송을 내보내는 공중파 방송사의 메인 앵커의 이러한 태도는 방송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버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 동안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정치권력에 완전히 장악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SBS 뉴스가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한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다. 메인 뉴스 프로그램 앵커는 자신의 클로징 멘트가 시청자들이 방송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SBS노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