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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인공지능' 바둑대결, 외신도 흥분

9일부터 서울에서 대국 시작... "인류가 기계보다 우월한 마지막 영역"

등록|2016.03.08 18:00 수정|2016.03.08 18:00

▲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 가디언


인간과 최첨단 인공지능(AI)의 역사적인 대결이 다가왔다.

세계 최강 바둑기자 이세돌(33)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결을 앞두고 전 세계 외신들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총 5차례에 걸쳐 대국한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이 1차전을 직접 관전하기 위해 방한했고, 외신들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며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승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하며, 알파고가 이기면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바둑챔피언에서 중국의 판후이 2단과 겨뤄 5-0으로 완승, 최초로 인간 프로기사를 꺾은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신들은 "수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은 흔히 서양의 체스와 비교된다"라며 "하지만 바둑은 우주 원자보다 복잡한 경우의 수로 체스를 압도하며, 아직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라고 소개했다.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한 마지막 영역"

영국 가디언은 "한국의 바둑 마스터 이세돌이 서울에서 인류를 지키기 위한 대결에 나선다"라며" 이세돌은 자신이 5-0 또는 4-1로 이길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1997년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세계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던 사례를 거론하며 "만약 알파고가 이긴다면 지금까지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인공지능의 승리를 따라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세돌 9단은 바둑 경력이 21년으로 세계 최고수 3인방 중 하나"라며 "이에 비해 알파고의 바둑 경력은 2년에 불과하지만, 이미 이세돌 9단보다 훨씬 더 많은 대국을 치렀다"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알파고의 승리는 단순히 하나의 디딤돌을 넘어서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라며 "이는 인류가 기계보다 우월한 마지막 영역인 정신적 경쟁(mental competition)이 무너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알파고가 이기더라도 바둑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라며 "우사인 볼트보다 훨씬 빠른 자동차가 있어도 육상은 끝나지 않는다"라는 체스 전문 뉴스사이트 <체스베이스>의 창립자 프레더릭 프리델의 인터뷰를 전했다.

AP는 "만약 알파고가 승리하면 인공지능 세계의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세돌 9단 역시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아름다운 무언가를 대국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결국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날이 올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바둑의 가치를 없앨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이세돌 9단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세돌 9단은 "인간과 대국할 때는 상대방의 기세를 읽는 것이 중요한데, 알파고와의 대국은 그런 감각적인 것들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

▲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을 앞둔 이세돌 9단의 영국 BBC 특집기사 갈무리. ⓒ BBC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국할 때보다 업그레이드됐다"라며 "바둑에서 직관은 매우 중요하며,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을 잘 모방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고 훈련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알파고는 인간과 달리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역대 대국을 통해 수많은 훈련을 했고, 이세돌 9단과의 이번 대국을 통해 약점을 파악하면 알파고는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 BBC는 이세돌 9단과의 대담을 소개하는 특집기사에서 "인간과 기계의 이번 대결은 마치 미래의 패권(supremacy)을 두고 벌이는 승부처럼 느껴진다"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다"라고 소개했다.

BBC는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꺾었지만, 그가 아마추어 축구팀이라면 이세돌 9단은 스페인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와 맞붙는 격"이라며 결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돌 9단은 BBC와의 대담에서 "기계와의 대국은 인간을 상대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라며 "인간과 대국할 때는 상대방의 호흡이나 기운 등 육체적 반응을 느낄 수 있지만, 기계와의 대국은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BBC는 "이세돌 9단은 나직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지만, 인터뷰 도중 손가락이 떨며 수줍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알파고와 대국할 때는 더 예민해질 것이고, 우리는 그런 그를 안타깝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슈미트 회장은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며 "인류 역사의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승리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창조한 인류가 더 위대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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