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아니 교과서에 잠시 들어본 희미한 흔적이 있는 필리버스터가 몇 일 간 장안의 화제를 낳더니 소리 없이 사라졌다. 모처럼 마주한 생생한 정치에 시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마국텔'로 채널을 돌렸지만 갑자기 온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시민들은 원망과 아쉬움을 표시했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정치로 마무리되었다.
바야흐르 정치의 시즌이 도래했다. 삼국지를 연상시키듯 삼국정립이니 양당이니 하면서 군웅들의 할거가 연일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민초들은 판세를 안주삼아 뒤틀린 현실을 소주삼아 밤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술판 위에 올려놓지만, 그들의 할거와 종편의 뉴스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사회적경제와 마을, 민주주의 없이 가능할까?
백성들은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민주주의가 되는 줄 생각했다. 나는 그대로 있을 테니 당신들이 좀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라며 점잖은 관전자의 시선을 즐겼다. 가끔 그들의 싸움에 훈수를 두고 논평을 하고, 한잔 술로 욕도 해가면서. 지난 수 백 년, 수천 년의 인류역사에서 확인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지 않고도 가능함을 믿고 싶었다. 피와 땀을 흘린다는 것은 피곤하고 힘든 일이기에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공짜 점심이라는 것은 없음을 오늘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지난 2012년에 만들어진 '협동조합기본법'으로 3년 여 만에 설립된 협동조합이 1만개에 육박해가는 모양이다. 아마 단기간의 양적인 성장은 베네수엘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리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1만개의 협동조합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아마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대기업으로 모든 힘과 자원이 쏠린 한국 현실에서 자영업과 유사한 수준의 협동조합이 제대로 될 리 없을 것이다. 기린 5마리가 모여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포스터는 아프리카의 사파리와 같은 푸른 희망사항일 뿐이다. 협동조합이 그나마 힘을 가질 수 있으려면 조합원들과 제대로 민주주의를 해보면 것인데, 생활과 일상의 민주주의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협동조합 안에서 제대로 된 작동을 기대하기는 힘들 일이다. 좋은 인연으로 협동조합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악연으로 끝나지 않는 길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데에 있다.
마을만들기도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9월 마을만들기전국대회를 하면서 50여개의 지자체가 마을만들기지방정부협의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협의회를 뜻을 살펴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마을만들기가 전국의 대세가 되도록 할 모양이다. 뜻이야 갸륵한 노릇이고, 돈을 넣어서라도 마을이 만들어지면 다행이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모여 마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준비되지 않은 곳에 돈은 불화의 씨앗만 될 뿐이다. 몇 푼의 돈으로 마음이 쉽게 모이고, 마을을 만들어서 되는 것이라면 인류는 진작에 천국을 만들고 불국정토를 만들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중요하다. 생활과 마을의 민주주의가 핵심이다
마을을 만들고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이전에 우리 공동의 약속인 헌법을 제대로 읽는 것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오천만 인구중에 우리 공동체의 약속인 헌법을 제대로 생각하며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명? 10만 명? 단언컨대, 안될 것 같다. 주위에 헌법을 제대로 읽어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 나 역시도 헌법을 읽어야겠다고 책까지 사두었지만 몇 해 동안 먼지만 쌓이고 있다. 마땅히 공화국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헌법을 읽도록 해야 하지만 그런 것을 학교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국가나 학교는 공화국의 시민들이 헌법을 읽는 것에 관심이 없든지 아니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다지만, 이번에 또 몇몇 공화국의 시민들이 헌법읽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모하고 힘든 일이고 계란으로 바위치는 일과 유사하지만 이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에 500원짜리 헌법책도 펴냈다. 처음 반응은 좋은 듯하다. 발행한지 몇 일 만에 만부가 나갔다고 하니 만만찮은 첫 힘이다. 하지만 대체로 이런 류의 일들이 그렇듯이 중요한 것은 뒷심이다. 사람들의 지혜와 뜻이 제대로 모이지 않는다면 뒷심을 발휘하기 어렵다. 제대로 뜻이 있는 시민이라면 저들의 정치리그에 헛된 힘을 쓰는 대신 이참에 손바탁 헌법이나 제대로 한번 읽어볼 일이다.
행여 손바닥 헌법을 읽고도 여력이 있다면 살고 있는 동네와 마을에서 민주주의 모임을 하고 강좌를 열어볼 일이다. 민주주의라는 게 산속에서 혼자 도를 닦는 것처럼 혼자서 할 수 있다면 편하고 좋으련만 나와는 다른 타인들과 함께 가야 할 길이기에 어렵고 힘든 일이다. 서로 발맞춰서 나가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2인 3각의 달리기와 비슷한 것이 민주주의다. 요즘 소통과 공감이 화두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민주주의 발전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다행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뜻있는 이들과 장장 3개월, 60시간 마을민주주의 장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들의 민주주의가 아닌 우리의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마을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굴러가고,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관심있는 분들은 빛의 도시 광명으로 오시라. 마침 서울과 경기도에서 이를 지원하겠다는 조례가 만들어졌으니 뜻있는 분들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마을민주주의 실험을 해봐도 좋을 듯 하다.
바야흐르 정치의 시즌이 도래했다. 삼국지를 연상시키듯 삼국정립이니 양당이니 하면서 군웅들의 할거가 연일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민초들은 판세를 안주삼아 뒤틀린 현실을 소주삼아 밤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술판 위에 올려놓지만, 그들의 할거와 종편의 뉴스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사회적경제와 마을, 민주주의 없이 가능할까?
백성들은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민주주의가 되는 줄 생각했다. 나는 그대로 있을 테니 당신들이 좀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라며 점잖은 관전자의 시선을 즐겼다. 가끔 그들의 싸움에 훈수를 두고 논평을 하고, 한잔 술로 욕도 해가면서. 지난 수 백 년, 수천 년의 인류역사에서 확인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지 않고도 가능함을 믿고 싶었다. 피와 땀을 흘린다는 것은 피곤하고 힘든 일이기에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공짜 점심이라는 것은 없음을 오늘의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지난 2012년에 만들어진 '협동조합기본법'으로 3년 여 만에 설립된 협동조합이 1만개에 육박해가는 모양이다. 아마 단기간의 양적인 성장은 베네수엘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리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1만개의 협동조합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아마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대기업으로 모든 힘과 자원이 쏠린 한국 현실에서 자영업과 유사한 수준의 협동조합이 제대로 될 리 없을 것이다. 기린 5마리가 모여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포스터는 아프리카의 사파리와 같은 푸른 희망사항일 뿐이다. 협동조합이 그나마 힘을 가질 수 있으려면 조합원들과 제대로 민주주의를 해보면 것인데, 생활과 일상의 민주주의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협동조합 안에서 제대로 된 작동을 기대하기는 힘들 일이다. 좋은 인연으로 협동조합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악연으로 끝나지 않는 길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데에 있다.
마을만들기도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9월 마을만들기전국대회를 하면서 50여개의 지자체가 마을만들기지방정부협의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협의회를 뜻을 살펴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마을만들기가 전국의 대세가 되도록 할 모양이다. 뜻이야 갸륵한 노릇이고, 돈을 넣어서라도 마을이 만들어지면 다행이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모여 마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준비되지 않은 곳에 돈은 불화의 씨앗만 될 뿐이다. 몇 푼의 돈으로 마음이 쉽게 모이고, 마을을 만들어서 되는 것이라면 인류는 진작에 천국을 만들고 불국정토를 만들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중요하다. 생활과 마을의 민주주의가 핵심이다
▲ 헌법읽기 국민모임을 마치고 국회 앞 기념촬영 ⓒ 헌법읽기 국민모임
마을을 만들고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이전에 우리 공동의 약속인 헌법을 제대로 읽는 것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오천만 인구중에 우리 공동체의 약속인 헌법을 제대로 생각하며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명? 10만 명? 단언컨대, 안될 것 같다. 주위에 헌법을 제대로 읽어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 나 역시도 헌법을 읽어야겠다고 책까지 사두었지만 몇 해 동안 먼지만 쌓이고 있다. 마땅히 공화국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헌법을 읽도록 해야 하지만 그런 것을 학교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국가나 학교는 공화국의 시민들이 헌법을 읽는 것에 관심이 없든지 아니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다지만, 이번에 또 몇몇 공화국의 시민들이 헌법읽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모하고 힘든 일이고 계란으로 바위치는 일과 유사하지만 이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에 500원짜리 헌법책도 펴냈다. 처음 반응은 좋은 듯하다. 발행한지 몇 일 만에 만부가 나갔다고 하니 만만찮은 첫 힘이다. 하지만 대체로 이런 류의 일들이 그렇듯이 중요한 것은 뒷심이다. 사람들의 지혜와 뜻이 제대로 모이지 않는다면 뒷심을 발휘하기 어렵다. 제대로 뜻이 있는 시민이라면 저들의 정치리그에 헛된 힘을 쓰는 대신 이참에 손바탁 헌법이나 제대로 한번 읽어볼 일이다.
▲ 손바닥 헌법책 표지 ⓒ 헌법읽기 국민모임
행여 손바닥 헌법을 읽고도 여력이 있다면 살고 있는 동네와 마을에서 민주주의 모임을 하고 강좌를 열어볼 일이다. 민주주의라는 게 산속에서 혼자 도를 닦는 것처럼 혼자서 할 수 있다면 편하고 좋으련만 나와는 다른 타인들과 함께 가야 할 길이기에 어렵고 힘든 일이다. 서로 발맞춰서 나가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2인 3각의 달리기와 비슷한 것이 민주주의다. 요즘 소통과 공감이 화두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민주주의 발전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다행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뜻있는 이들과 장장 3개월, 60시간 마을민주주의 장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들의 민주주의가 아닌 우리의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마을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굴러가고,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관심있는 분들은 빛의 도시 광명으로 오시라. 마침 서울과 경기도에서 이를 지원하겠다는 조례가 만들어졌으니 뜻있는 분들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마을민주주의 실험을 해봐도 좋을 듯 하다.
▲ 광명 마을민주주의 강좌 안내 포스터 ⓒ 광명민주시민교육 주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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