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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달라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준 것은?

[서평] 세계 해탈을 위한 <붓다 프로젝트>

등록|2016.03.10 09:06 수정|2016.03.10 09:07
롤 모델, 벤치마킹, 본보기... 뭐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사업에만 벤치마킹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 위인전기집을 읽고, 어른이 돼 성공한 사람들이 남긴 회고록을 읽는 것 또한 살고 싶은 삶을 찾기 위한 직·간접 벤치마킹이라 생각됩니다. 

부자로 살고 싶은 사람은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살았던 삶, 정치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들려주는 성공비결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정치적으로 출세를 하는 것도 살고 싶은 삶을 사는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두리번 거려보면 대단한 부자임에도 불행한 사람, 정치적으로 엄청난 위치에 있는 사람임에도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 불행을 견디지 못해 끔찍한 선택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했던 건 행복이지만, 얻고자 했던 행복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이 벤치마킹을 해가며 추구한 삶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부(富)를 행복 조건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도 부로 생각할 것이며, 권력(權力)을 행복 조건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 또한 정치적 입지로 할 거라 생각됩니다.  

[라훌라] "수행자여, 저에게 유산을 주소서. 수행자여, 저에게 물려 줄 유산을 주소서."-중략-
[붓다] "사리붓따여, 이 아이가 아버지의 유산을 원하는구나. 아이가 찾는 왕손의 유산은 윤회에 얽혀들어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 보라, 나는 내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고귀한 유산을 물려줄 것이다. 라훌라를 출가시켜 사미로 받아 주어라." -<붓다 프로젝트> 192쪽-

석가모니부처님은 왕위 계승이 보장돼 있던 왕자였습니다. 하지만 아들 라훌라에게 유산으로 물려준 건 돈도 권력도 아닌 출가였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에게 부도 권력도 아닌 출가를 유산으로 물려준 건 그렇게 사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일 거라 생각됩니다.

부처의 삶을 통해 부처를 닮아가는 길 <붓다 프로젝트>

▲ <붓다 프로젝트>(지은이 원담 / 펴낸곳 민족사 / 2016년 3월 10일 / 값 18,500) ⓒ 민족사

<붓다 프로젝트>(지은이 원담, 펴낸곳 민족사)는 붓다가 아들 라훌라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만큼 진정한 행복이라고 판단한 삶, 그런 행복한 삶을 산 붓다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행복으로 가는 길을 더듬어 가는 여정입니다.

붓다의 삶에 흔적처럼 남아있는 일화, 그 일화에 깃들어 있는 붓다의 삶에서 사람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행복과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붓다는 우화나 전설 속에 나오는 가공인물이 아닙니다.

결혼을 하고, 부인을 두고, 아들이 있었던 왕자였습니다. 왕위를 물려받아야 할 입장이라 왕자수업까지 받은 정치력이 뛰어난 지도자였습니다.

책에서 읽은 수 있는 건 붓다의 일생이지만 읽으면서 새기고, 새기면서 깨달을 수 있는 건 시공을 초월해 검증된 행복입니다. '내가 좇던 행복이 이게 아니었구나' 하고 후회할 여지가 없는 진정한 행복입니다.

[붓다] "여인이여,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몸매와 재물을 보배로 여기지만 그건 진정한 보배가 아닙니다. 매끈하던 피부도 세월이 가면 쳐지고, 날씬하던 다리도 어느 날 돌아보면 볼품이 없어집니다. 영원을 맹세하던 사랑도 봄날 아지랑이처럼 흩어지고, 천 겹의 성처럼 나를 보호할 것 같았던 재물도 한 줌의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빠져나갑니다. 아름다움도 건강도 사랑도 재물도 무상한 세월의 힘 앞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여인이여, 그 날이 와도 비탄에 빠지지 않으려면 진정한 보물을 찾아야 합니다." -<붓다 프로젝트> 382쪽-

붓다는 너무 뜬금없어 뜬구름처럼 들릴 말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을 현실에서 인식하도록 일깨워줍니다.

붓다는 정치도 이야기했고, 경제도 이야기했고, 사회도 이야기했고, 도리도 이야기 했습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일화, 붓다가 남긴 삶의 흔적은 행복으로 가는 물고를 트는 커다란 물길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유산, 출가

저자 원담 스님은 서울대학교 77학번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대학교에 합격했을 했다고 하면 가족잔치쯤은 벌이는 게 씁쓸하지만 현실인 우리사회의 자화상입니다. 어느 정도는 성공(행복)이 보장되는 출발을 하는 거라고 기대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스님 중에는 소위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한 스님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모든 스님이 같은 이유로 출가를 하고, 같은 사연으로 출가 수행자의 삶을 선택한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모든 스님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건 붓다의 삶을 닮아가는 여정이라 생각됩니다.

라훌라처럼 출가를 유산으로 물려줄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 원담 스님 스스로가 선택한 출가, 진정한 행복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 출가 수행자의 삶을 통해 얻은 결론을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날 한국 조계종의 현실은 어떤가? 독신으로 살아갈 것을 천명한 조계종단 내에 '은처승隱妻僧'이란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은처승이란 누구인가? 독신으로 살아간다고 부처님과 세상에 서약하고 비구 신분을 얻은 스님이 몰래 여자를 두고 내연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말 그대로 처妻를 숨겨 놓은隱 승려이다. 애욕으로 맺어져 있으나 안 그런 척해야 하고, 사실이 밝혀지면 제 이름에 먹칠하니 숨겨야 한다. 은처승의 주의는 늘 숨겨 놓은 처자식에게 가 있어, 절에서 번 돈은 모두 그곳으로 흘러든다. 그래서 은처승은 절집의 재산이 빨려 들어 사라지는 블랙홀이다. -<붓다 프로젝트> 164쪽-

책에서 읽을 수 있고, 저자 원담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붓다의 삶만을 읽고, 붓다의 삶만을 모방하는 단순한 내용이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경계, 지금을 가늠할 수 있는 올곧음을 가늠자를 회초리질을 하듯 들려줍니다.

깨달은 붓다, 붓다의 생애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작금의 사회를 통찰하게 되면 조금은 더 지혜롭고,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무형의 뭔가를 찾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붓다 프로젝트>(지은이 원담 / 펴낸곳 민족사 / 2016년 3월 10일 / 값 1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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