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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사람이라면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

알파고와 첫 바둑 대국에서 패배... 바둑인들 "인공지능 무서움 실감"

등록|2016.03.09 18:30 수정|2016.03.09 18:55

▲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대국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구글 제공


[기사 보강 : 9일 오후 6시 45분]

"사람이라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당대 최고의 프로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이 벌인 대결 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알파고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첫 대국에서 후반부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초중반 우세를 잘 지키며 186수만에 불계승(기권승)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9단은 "첫 번째는 아무래도 초반은 알파고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반을 풀어가는 능력이 놀라웠다"라면서 "두 번째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승부수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알파고는 이미 지난해 10월에도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 프로바둑기사 판후이 2단에 5전 전승을 거둔 전적이 있다. 이 때문에 혹시 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도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쳤던 바둑인들도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이날 바둑전문채널 <바둑TV>에서 첫 대국을 중계한 프로바둑기사 유창혁 9단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아직까지 알파고의 단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상상 이상으로 잘 두고 있다"라고 알파고를 칭찬했다. 하지만 중후반 알파고가 큰 실수를 하자 "두 군데에서 이해가 안 되는 수가 나왔다"라면서 "앞에서는 프로기사 중에서도 최고수 수준을 보여주다가 이젠 아마추어 중에서도 강하지 않은 수준을 보여줬다"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알파고 실수했지만 이세돌도 흔들려, 인공지능 무서움 실감"

▲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 1국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인 아자 황 박사(왼쪽)가 알파고 대신 돌을 두고 있다. ⓒ 구글 제공


하지만 후반부 형세가 알파고 쪽으로 기울자 유 9단은 "알파고가 실수를 많이 했는데 쉽게 안 무너졌다"라면서 "(알파고가) 초중반에 워낙 잘 뒀고 알파고가 실수할 때 이세돌도 같이 실수를 했다, 이번 경기는 이세돌 본인이 흔들렸다"라고 한탄했다.

유 9단과 함께 해설자로 나선 김효정 9단도 "상대방이 흔들림이 없는데 우리(해설자)는 일희일비하고 실망했다"라면서 "(흔들림이 없는 게) 인공지능 알파고의 무서움이란 걸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대국을 시작해 3시간 30분만인 오후 4시 30분쯤 돌을 거뒀다. 이 9단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이번 결과가 충격적이지만 난 이 대국을 즐기고 있고 다음 대국도 기대하고 있다"라면서도 "두 번째 놀랐던 수가 안 나왔다면 내일은 자신 있다고 말할 것 같은데 그 수 때문에 이제 5대 5가 아닌가 싶다"라고 전망했다.

구글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날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라고 평가하면서 "이세돌은 강력한 상대이고, 전투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유명한데 알파고는 정면으로 맞서서 긴장감 넘치고 대등한 게임을 했다"라고 밝혔다.

첫 승리는 알파고가 가져갔지만 아직 네 차례 대국이 남아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10일 오후 1시 두 번째 대국을 벌이고 하루 쉰 뒤 12일과 13일, 그리고 15일에 다섯 번째 대국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종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첫 패배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대국을 마친 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와 악수하고 있다. ⓒ 구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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