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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컷오프', 더민주의 '자충수'

[주장]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에 반대한다

등록|2016.03.10 16:35 수정|2016.03.10 16:35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서울 마포을), 부좌현(안산 단원을), 윤후덕(경기 파주갑), 강동원(전북 남원순창),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정청래, 부좌현, 윤후덕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공천 검토지역으로 발표했다.

전략공천이란 중앙당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경쟁 없이 공천하는 것을 말한다. 전략공천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을 하지만 사실상의 낙하산 공천이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정당의 후보를 뽑는 공천 제도는 대단히 중요하고 공정성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국민 참여 배제

홍창선, 2차 컷오프 발표홍창선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날 홍 위원장은 정청래, 부좌현, 윤덕후, 강동원, 최규성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됐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하지만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대한민국 정치권은 4년마다 반복되는 모습을 이번에도 똑같이 보이고 있다. 컷오프에 해당하거나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을 하고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거나 철새처럼 날아서 다른 당으로 간다. 어떤 후보들은 결과에 승복해 불출마를 선언하고 조용히 정치권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국민이 아닌 중앙당 소수의 결정이나 실질적인 공천권자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거대 양당은 공천심사란 이름으로 행해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위적인 물갈이를 해왔다. 현재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공천관리위원회란 명칭을 가진 모임에서 내부 심사와 여론조사를 통해 컷오프, 전략공천, 단수 추천, 공천 확정, 경선 대상 등을 발표한다.

하지만 정작 선거의 주인이 되어야 할 지역구민이나 일반 국민들은 공천관리위원회의 위원이 누구인지 심사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냥 어느 날 공천관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발표하면 그걸로 끝이다. 불복이나 재심사 절차도 유명무실하다.

선거란 것은 정당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며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이다. 국민들의 참여란 측면에서 보면 당원들이나 국민들은 후보 선정 과정에서부터 선거운동, 투표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거 때가 되면 항상 오픈프라이머리와 국민참여경선, 상향식 공천제 등을 떠들고 다니지만 막상 선거에 임박해서는 과거 방식의 밀실공천이 이루어지고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유권자가 선거 당일 각 정당의 후보를 투표하는 하나의 과정이 전부이다.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국민들은 정당이 내려준 후보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거나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나 각 정당, 또는 시민단체에서 국민들의 주권행사를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라고 한다. 하지만 선거의 시작인 공천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의 참여가 배제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또다시 정치에 관심을 거두어 버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의원을 '막말' 등의 이유로, 강동원 의원은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 제기'로 컷오프 대상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5월 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공갈' 발언으로 당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직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평소 정부여당과 강하게 싸우며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강한 지지를 받아온 정 의원은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서도 11시간 39분에 걸쳐 열정적이고 논리적인 연설로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지역구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기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심사 기준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심사 기준의 제1원칙이 당선 가능성과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와 핵심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를 선정해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의 2차 컷오프 대상 발표를 보면 앞서 말한 심사 기준은 모든 후보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의원에게 적용된 제1원칙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 마음의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되고, 새누리당과 싸울 때는 적당히 하고 그만둘 줄 알아야 하며 해당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며, 가끔씩 탈당하겠다고 협박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의 싸움에서 뒤로 물러나 앉아서 훈수를 두고 새정치연합 시절 문재인 대표를 비난하고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상당수 의원들이 이번에 단수공천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정청래 의원을 친노 패권 청산과 개혁공천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으로도 판단된다.

만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익을 위해 정청래 의원을 희생양으로 생각했다면 그 이익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익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의당과의 야권 통합의 희생양으로 정청래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면 그건 어렵게 끌어올린 더불어민주당을 다시 혼란의 새정치연합 시절로 되돌리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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