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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날개 단 조경태, 웃을 수 있을까

[민심-부산 사하을] 긍정 여론 우세, 야권 지지자들은 아쉬움 토로

등록|2016.03.10 17:56 수정|2016.03.18 17:20

▲ 부산 사하구 장림2동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 사무실 벽면에 선거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정민규


"사하사랑 조경태, 일 잘하는 우리 경태"

부산 사하구 장림2동 조경태 의원의 사무실 건물 한쪽 벽면에 나붙은 커다란 현수막이 바람에 일렁였다. 빨간색 잠바를 입고 밝게 웃는 조 의원의 사진 아래로 붉은 바탕의 '새누리당'이란 네 글자가 선명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 의원은 새누리당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런 조 의원을 바라보는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오마이뉴스>는 사하을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시민들을 만났다. 10일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한 감천문화마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관광객들 사이로 주민들은 꽃모종을 나르고 있었다. 다가오는 봄, 꽃으로 동네를 장식하는 중이라고 했다.

57년을 이 마을에서 산 손판암(77)할아버지는 다가온 봄 만큼이나 조 의원의 새누리당행을 반겼다. 손 할아버지는 "야당에서 3선을 한 사람이 새누리당에 갈 때는 기대와 포부가 있지 않았겠나"라면서 "조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간 건 참 반가운 일"이라고 웃었다.

손 할아버지의 조경태 자랑이 이어졌다. 특별교부금을 따와 마을 도로를 넓혔고, 자주 동네를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민원 해결에 적극적이었다는 조 의원에게 손 할아버지는 무한의 애정을 보였다.

손 할아버지 옆에 마을주민인 구귀숙(66)씨가 앉았다. 구씨도 조 의원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구씨는 "조 의원이 능력이 있다"면서 "추진력 있게 일을 잘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씨는 "그렇다고 당을 바꾼 것까지 잘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당?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 부산 사하을 지역구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 전망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마을을 찾았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 정민규


"이제 새누리당 왔으니 더 도와줘야지!"

장림골목시장의 한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80대 노인 2명에게 조 의원에 관해 묻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깨끗이 비워진 2병의 소주와 몇 점 남지 않은 멍게를 사이에 둔 노인들 사이에 조 의원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당 후보들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화제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을 선호하면서도 조 의원에게만큼은 애정을 보내는 이 지역의 민심은 여론조사로도 확인된다. 그가 탈당하기 전 <부산일보>의 여론조사(18개 선거구 유권자 10036명 대상 유선 임의 전화조사(사하을 501명)/95% 신뢰 수준 ±1.0%P/응답률 2.1%)에서 조 의원의 의정 활동을 평가해달라는 말에 응답 유권자 70% 가까이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를 한 번 더 당선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49%를 차지했다.

반면 당시 조 의원의 소속 정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는 19.6%에 머물렀다. 49%가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런 조 의원을 새누리당은 예비후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총선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탈당이 발목 잡을 것" 부정적 여론도

▲ 10일 지역 주민들이 부산 장림골목시장을 오가고 있다. ⓒ 정민규


더민주에서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출마설이 지역 정가에 퍼지기도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가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물론 모두 현실화하지 못했다. 지금은 김갑민 법무사와 오창석 전 팩트TV아나운서, 이용한 뉴사하희망포럼 공동대표가 공천을 기다리고 있다. 정의당은 유홍 후보가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은 조 의원의 벽을 실감하는 수준이다.

한편, 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은 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여론이 뒤집힐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다대포에 사는 김현석(32)씨는 "조 의원이 야당이지만 사실상 여당 의원같이 활동해왔는데 오히려 제대로 된 야당 표를 이번에 모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숨은 표가 나온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보았다.

조 의원의 지지자였다는 박 아무개(53)씨는 "이번에야 조 의원이 웃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탈당이 조 의원의 발목을 잡을 것 같다"면서 "새누리당 틈에 1석이라던 상징성을 버리고 여당에 들어가 부산 지역 의원 18명 중에 한 명이 된 건 조 의원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기사에 언급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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