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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아시안 듀오, 류현진·마에다의 숙제

[MLB] 아시안 선발투수의 메이저리그 적응 과제, 5일 간격 등판 유지할 수 있는 건강

등록|2016.03.13 12:11 수정|2016.03.13 12:11

류현진과 마에다, MLB 다저스 한일투수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한일 투수인 류현진과 마에다 겐타가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볼파크에서 함께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겨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하여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하게 됐다. 기존에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약하고 있던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는 2명의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풀 타임으로 두 명의 아시안 선발투수를 보유했던 팀은 다저스가 유일하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2005년 김병현(현 KIA 타이거즈)과 김선우(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두 선수를 보유했던 적은 있었으나 김선우는 웨이버 영입으로 후반기에 영입되었던 사례였다.

다저스는 이전에 2명의 아시안 투수가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었던 적이 있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1994년에 입단했던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가 2년 동안 더블A와 트리플A에 머물렀다.

이후 박찬호는 1996년 스윙맨을 거쳐 1997년에 전 시간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1995년부터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던 노모와 박찬호가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함께 지켰던 시기는 1997년뿐이었는데, 노모가 1998년 시즌 중반에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다저스는 2006년에 다시 2명의 아시안 선발투수를 보유했다. 메츠에서 서재응(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트레이드되었고, 대만 출신의 궈홍즈가 있었다. 그러나 서재응은 시즌 중반 부진으로 불펜으로 밀려난 뒤 탬파베이 데빌레이스(현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되었고, 궈 홍즈 역시 선발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찬호가 다저스에 돌아왔던 2008년에는 일본인 투수 구로다 히로키(현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다저스에 합류했다. 당시 박찬호는 2007년 트리플A에 머물다 스프링 캠프 초청 선수로 다저스 투수진에 합류했고, 구로다는 전 시간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그러나 2008년의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은 아시아 선수 2명이 풀 타임을 채우진 못했다. 박찬호가 잠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온 적은 있었으나 클레이튼 커쇼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고, 후반기에 그레그 매덕스(명예의 전당 입회 선수)가 트레이드되면서 팀 사정상 불펜으로 돌아갔다. 2008년 시즌을 마친 뒤 매덕스가 은퇴하고 박찬호는 FA가 되어 떠나면서 다저스에는 다시 구로다만 남게 됐다.

5일 간격 등판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투수들

기자회견하는 박찬호와 류현진박찬호(오른쪽)와 류현진이 지난 2014년 5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인터뷰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그리고 NPB는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이 다르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KBO리그와 NPB는 월요일에 정규 경기 편성이 없고 월요일은 우천순연 등 피치 못할 사정에 대비한 예비 일로 편성되어 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특정 요일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팀별 일정에 따라 각기 다른 날에 이동일이 편성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메이저리그에서는 5명의 선발투수가 로테이션을 구성하고, 대부분 등판 후 4일을 쉰 뒤 등판한다. 간혹 이동일이 있으면 하루 더 쉴 수도 있지만 5선발 요원의 일정을 조절하여 다른 투수들의 4일 휴식을 보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화요일에 등판하는 투수가 일요일에 등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5일 간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게다가 NPB에서는 6인 로테이션을 운영하는 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한다. 일본인 투수들의 경기 당 소화 이닝이 긴 이유 중 하나는 등판 간격이 긴 요소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팀당 162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선 5명의 선발투수가 평균 32~33경기의 일정을 소화해야 정상적인 시즌을 치를 수 있다. 따라서 팀에서는 최소 30경기 이상의 풀 타임 선발 등판이 가능한 투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중 30경기 이상의 선발 등판 시즌을 3번 이상 치른 선수는 박찬호(4시즌), 노모(6시즌), 구로다(6시즌) 3명뿐이다. 자국 리그도 아닌 외국 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등판하며 롱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후 아시아에서는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류제국, 송승준, 류현진, 이대은, 정영일(이상 대한민국), 왕 치엔밍, 궈 홍즈(이상 대만),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가와 게이, 구로다, 우에하라 고지, 이와쿠마 시사시,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그리고 올 시즌 새롭게 도전하는 마에다(이상 일본) 등 수많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에 도전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박찬호와 노모 그리고 구로다를 제외한 3명 이외에는 3시즌 이상 전 시간 선발투수로 꾸준히 활약한 사례가 없었다. 부상으로 인하여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고, 메이저리그 다년 계약에 성공하더라도 부상으로 전 시즌을 치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아시아 선수들의 내구력? 등판 간격의 문제?

류현진, 교정용 밴드 허리에 차고 캐치볼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볼파크에서 투구 때 오른손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교정용 밴드를 허리에 차고 캐치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안 선발투수로는 류현진, 마에다(이상 다저스), 다나카(뉴욕 양키스), 다르빗슈(텍사스 레인저스), 이와쿠마(시애틀 매리너스)뿐이다. 우에하라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에는 대부분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2년 차부터 구원투수로 전환했다.

그리고 5명의 아시안 선발투수들은 마에다를 제외한 4명의 투수가 모두 2015년 부상에 시달렸다. 이와쿠마는 허리 부상으로 일부 결장하면서 20경기에 선발로 등판, 9승 5패 평균 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다나카는 2014년부터 양키스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수술 소견까지 나온 팔꿈치 통증을 참느라 아직 30 등판을 채운 적이 없다.

류현진과 다르빗슈는 아예 2015년 정규 시즌 등판 기록이 없다. 다르빗슈는 2015년 3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하 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2016년 전반기까지 전력 이탈 상태이며, 2015년 5월에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2016년 5월에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 두 선수 모두 30 등판을 넘긴 시즌은 2013년뿐이다.

사실 아시안 선발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마다 거론되는 문제가 KBO리그나 NPB에 비해 다소 짧은 등판 간격이다. 또한, 몇 년 전까지 한국 청소년 야구에서의 특정 선수 혹사가 거론되기도 했으며, 선발투수의 많은 투구가 보편화하여 있는 NPB에서도 혹사 문제가 언급되고 있었다.

다르빗슈가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을 때도 메이저리그에 6인 로테이션의 도입에 관해 한때 언급되기도 할 정도로 선발투수들의 등판 간격에 대해서는 항상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다저스의 경우는 이동일을 이용하여 다저스 선발투수들의 등판 순서를 바꿔주는 식으로 류현진에게 5일 휴식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다저스는 올해부터 2명의 아시안 선발투수를 운영해야 한다. 두 선수에게 모두 5일 휴식 기회를 줄 여유가 더 줄어든 셈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지켜주기 위해 6인 로테이션을 운영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토니 라 루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CBO)가 감독 시절에 확립한 선발-계투-마무리의 분업화가 이뤄지던 시기에 5인 로테이션이 정착되었고, 선발투수들의 시즌 당 등판 경기도 평균 35~36경기에서 32~33경기 정도로 줄어들었다. 물론 투수 분업화 이후에도 30선발-200이닝이 가능한 선발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높은 가치의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 있는 5명의 아시안 선발투수 중 30선발-200이닝을 달성했던 선수는 다르빗슈와 이와쿠마뿐이다. 다르빗슈는 탈삼진왕(277탈삼진)에 올랐던 2013년 32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209.2이닝을 던졌다. 이와쿠마도 2013년에 33선발-219.2이닝을 이뤄냈다. 류현진은 2013년에 30경기 선발 등판은 성공했지만 192이닝이었다.

결국, 아시아 투수들이 5일 간격 등판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올 시즌 이들의 활약을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들 중 류현진과 마에다 그리고 이와쿠마의 활약 여부가 특히 중요할 전망이다. 다나카는 팔꿈치 통증을 달고 있어 언제 수술대에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며, 다르빗슈는 토미 존 서저리 회복 기간으로 인하여 후반기에나 등판할 수 있다.

일단 개막 시리즈부터 로테이션에 합류할 마에다와 이와쿠마가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이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마에다는 현재 5일 간격의 등판으로 다저스 시범경기를 소화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2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5월에 복귀할 류현진도 건강한 상태에서의 구위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었으니 류현진도 건강한 복귀가 최우선이다. 류현진과 마에다가 과연 1997년의 박찬호와 노모 듀오가 활약했던 모습을 다저스에서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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