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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⑤] <춘래불사춘>

등록|2016.03.14 15:31 수정|2016.03.14 15:31

▲ 목련 ⓒ 이상옥


정주 외인촌 아파트
을씨년스러운 목련이 꽃 몽우리를 터트리고...
- 이상옥의 디카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봄이면 떠올린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 <소군원>은 왕소군의 슬픈 사연을 노래하며 '춘래불사춘'이라고 노래했다. 한 시인의 시구가 인간 세태의 한 상징으로 인구에 회자하는 건 참으로 시인으로서 홍복이다. 

봄이라도 봄 같지 않은

아동학대 살인 같은 도무지 사람의 일 같지 않은 비정한 세태를 보면 어찌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을 이 봄에 또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해 달성했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절망적이다.

남북분단도 서러운데, 남남갈등도 여전히 심각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지도층들과 자신들의 이권만을 위해 목청을 돋우는 사회….

그럼에도 한국은 정말 놀랍다.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자 세계언론이 긴급뉴스로 타전을 했다고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나도 이 세기의 대결을 중국 정주의 한 숙소에서 한 눈도 떼지 않고 봤다. 이세돌 9단이 집요한 공격으로 인공지능 알파고를 멘붕에 빠뜨리게 할 때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인류 대표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서 첫 승을 거둔 그 현장이 바로 대한민국이고, 그 인류 대표가 한국인 이세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적이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대 강국 속에 끼인 한반도 그것도 분단된 대한민국은 참 불가사의하다. 국내적으로 엄청난 문제점과 모순을 안고 있으면서도 한국은 뉴스의 초점이 되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정주경공업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는 한국은...

▲ 정주경공업대학에서 처음 만나는 건물이 도서관이다. ⓒ 이상옥


▲ 도서관 다음 만나는 건물이 체육관으로, 정주경공업대학교가 추구하는 건학이념을 보는 듯하다. ⓒ 이상옥


특히, 중국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내가 와 있는 정주 소재 정경경공업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 한국은 '꿈의 나라'다. 학생들은 코리안 드림을 가진다. 그들의 꿈은 꼭 한국에서 여행을 해보는 것이고, 할 수 있으면 한국에 유학 가서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다.

중국의 대학에만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곳이 200여 개라고 하니, 대단하지 않는가. 아직도 중국에서는 한류를 느낄 수 있다. 한국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금방 한류 스타 김수현, 이민호 등을 정확하게 말한다.

내부에서 보면 절망감만 드는데, 바깥으로 나와 보면 뭔가 달라 보이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패러독스한 나라임에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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