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법관에 '중도' 갈랜드 지명... 공화 반발
공화당 반발 속 지명 강행... '진보 대법원' 탄생할까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메릭 갈랜드 연방 대법관 후보 지명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반발에도 새 대법관 후보 지명을 강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지난달 사망한 '보수파의 거두'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 대법관의 후임으로 중도 성향의 메릭 갈랜드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을 공식 지명했다. (관련기사 : 보수파 대법관의 죽음, '사활' 건 싸움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갈랜드 법원장은 대법원에 중용, 품격, 평등의 정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그의 풍부한 경륜과 뛰어난 판결은 법조계에서 널리 알려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의 반발을 의식한 듯 "새로운 대법관 후보를 선정하면서 포괄적이고 엄격한 절차를 거쳤다"라며 "특히 단기적인 편의나 편협한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미국 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구성되었으나, 지난달 보수 성향의 스캘리아 대법관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온 보수 우위의 구도가 깨지고 말았다.
진보 우위의 대법원을 우려한 공화당은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종신직인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차기 대통령에게 지명권을 넘겨야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헌법적 소임을 다하겠다며 공화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시카고 출신인 갈랜드 법원장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빌 클린턴 정권에서 연방 검사로 임용된 그는 매리언 배리 전 워싱턴 D.C. 시장의 마약 사건, 오클라호마 연방빌딩 폭탄테러 등 굵직한 수사를 지휘하며 명성을 쌓았다.
1997년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워싱턴 D.C.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고, 2013년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순회항소법원장으로 지명된 갈랜드 법원장은 마침내 미국 법조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됐다.
민주당 정권과 인연이 깊지만, 갈랜드 법원장은 중도 진보로 평가된다. 2009년 소니아 소토마요르, 2010년 엘레나 케이건 등 진보 성향의 여성 대법관을 지명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는 공화당의 반발을 고려해 중도 성향의 백인 남성 판사를 지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인준 거부할 것"... 오바마 "헌법상 의무 다해라"
오바마 대통령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갈랜드 법원장은 "대법관 지명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라며 "대법관이 되는 것보다 법조인으로서 더 높은 공적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상원 다수당으로서 인준권을 가진 공화당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매코널 대표는 "갈랜드 법원장이 훌륭한 선택일 수 있지만, 차기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후보를 지명할 수도 있다"라며 "대선을 통해 시민들에게 대법관 지명에 관한 발언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공화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갈랜드 법원장의 청문회를 열지 않거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지명을 막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관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은 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고,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갈랜드 법원장은 초당적 지지와 존경을 받아온 법조인"이라며 "충실하고 공정한 청문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공화당을 압박했다.
지난달 CNN 여론조사(성인 1001명 대상)에서 미국인의 58%가 오바마 대통령의 새 대법관 지명을 찬성한다고 밝혔고, 41%는 차기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66%가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할 경우 상원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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