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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기업인들이 임진각에서 시위를

정기섭 개성공단 비대위 대표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 엄청나다"

등록|2016.03.18 17:55 수정|2016.03.18 17:57

▲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에스엔지 정기섭 개성공단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전을 찾아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피해 상황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 임재근


정기섭 개성공단 입주 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전을 찾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입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피해 현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상임대표 김용우)와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이사장 김병국)가 3월 17일 정기섭 대표를 초청하여 대전광역시 NGO지원센터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와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는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직접 피해자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로부터 개성공단의 의미와 피해 실태, 향후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듣기 위해 강연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강연 하루 전인 16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협력 업체, 노동자 등 1000여 명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한 달여 만에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첫 옥외집회를 열고 행진을 했다. 그래서인지, 정기섭 대표는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다. 강연장을 찾은 청중들은 개성공단 폐쇄의 피해당사자인 정 대표가 강연을 시작하자 그의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 '개성공단 중단 날벼락 피해자에게 듣는다’는 제목으로 진행된 정기섭 대표 초청강연회에 80여명의 대전 시민들이 참석해 개성공단 중단 조치로 인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 임재근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결정임에도 사전 협의나 예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를) 통보했다. '대한민국이 2016년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싶어 놀라웠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한 정기섭 대표의 첫마디였다.

정 대표는 "사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규정에도 안 맞는 것이고, 남북협력사업법에 승인을 취소할 때 법적인 절차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라며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하자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번 결정은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인도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주재원들의 신변 안전'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의 핵 개발 전용'을 개성공단 중단의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저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르다"며 정부가 왜곡된 발표를 했다고 불편함을 표했다.

정 대표는 "한두 명의 생계가 걸린 게 아니고 수천, 수만 명의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법을 통해 결정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피해가 엄청나다"며 "하지만 정부는 우리가 '보상'이라는 것을 말하면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는 피해 입주 기업에게 '지원'이 아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리가 '보상'을 말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 정기섭 대표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지금 우리는 생사의 기로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개성공단 중단조치로 인해 본인뿐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이 하루 아침에 할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 임재근


정 대표는 "정부가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기업은 원래 겁이 많다"며 "기업은 어지간해서는 정부에게 끽소리도 못하는데, 우리는 생사의 갈람길에 서 있어 어제(16일) 임진각에서 집회 신고를 하고 시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생긴 이래 기업들이 처음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하고 적대적인 관계로 들어서면서 선거에서 여당이 유리할지 모르겠으나, 실제 국민이 불안해 한다"며, "내수 경기도 엉망이라고 하는데 자꾸 전쟁 위기가 오면 국민들이 돈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활로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남북 경협을 활성화하면 그만큼 출구가 마련되는 건데, 현재는 이념의 잣대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거꾸로 가고 있다"며 "내 개인 사업도 큰일이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한테 무엇이 득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에서 보상의 형태로 받은 것은 10원도 없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조사해 현재까지 파악한 입주 업체들의 직접적 피해규모는 8100억 원 정도. 입주 업체들은 남북 경협 보험금을 받더라도 전체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5.24조치 이후 기업들은 필요한 설비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신규투자를 못 하게 하는 5.24조치 때문에 1억짜리 기계를 500만 원으로 신고하여 반입하는 등의 경우도 많았다."

현재 입주 업체들은 개성공단이 닫히게 되면서 설비를 회수할 수도 없고, 적절한 보상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고가의 설비를 실제 규모로 신청하면 승인이 안 되기 때문에, 줄여서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어서 실질적 피해는 더 크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번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우리 정부가 결정했기 때문에 지원보다는 보상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포장을 잘해서 (우리가) 많은 지원을 받고, 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상의 형태로 받은 것은 10원도 없다"는 것이 정기섭 대표의 말이다. 기업들을 더 큰 빚쟁이로 만드는 대출 지원을 내놓고, '법이 없어 보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

이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지원'이 아닌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 나섰고, 국민들도 함께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강연의 시작은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정기섭 대표가 강연을 마치자 안타까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현실과 한반도가 처한 상황에 대해 청중들은 안타까워하며 숙연하면서도 '힘내시라'며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쳤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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