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화투 속 그림, 알고 보니 재미가 쏠쏠

정대수 '화투에 나오는 문화와 생태' ... 15일 이어 22일 저녁 창동예술촌 강좌

등록|2016.03.18 21:41 수정|2016.03.18 21:41

▲ 정대수 경남도교육청 환경생태교육담당은 15일 저녁 마산오동동 창동예술촌 교육관에서 "화투에 나오는 문화와 생태"에 대해 강의했다. ⓒ 윤성효


화투(花鬪, 고스톱)에는 어떤 문화와 생태가 담겨 있을까. 화투는 12종류(월) 48장으로 된 놀이딱지(패)의 일종이다. 화투 속 그림에 대한 강좌가 열리고 있어 흥미를 끈다.

창동시민대학이 마산오동동 창동예술촌 교육관에서 지난 8일, 15일에 이어 오는 22일(오후 7시)에 여는 강좌다. 정대수 경남도교육청 환경생태교육담당이 '화투에 나오는 문화와 생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화투는 조선시대 후기 일본에서 한반도로 전해졌다. 정대수씨는 "화투를 왜색문화라 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림을 보면 한국-중국-일본 문화가 공통으로 담겨 있다"며 "지금 일본에서는 화투를 잘 치지 않는다. 일본 교사들을 만나 물어보면 화투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칠 줄도 모른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씨가 화투 그림에 관심을 가진 때는 15년 전부터다. 그는 "한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졌고, 일본에 갔을 때 알아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며 "저는 화투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라 화투 그림이 재미있어 공부해온 것"이라 소개했다.

"화투 그림을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신기하다거나 재미있어 한다. 화투에 얽힌 문화와 생태를 결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면 흥미롭다. 화투 그림을 이해하려면 동양화와 조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일본문화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여기저기 짜깁기하지만, 종합적으로 알아야 한다."

화투 속에 새, 식물, 동물, 사람이 등장 

화투는 뜻그림이다. 화투는 1~12월까지, 각 4장씩 총 48장이다. 화투는 광(光), 열(閱 ), 단(短), 피(皮)가 한 단으로 구성된다. 화투에는 새와 식물·동물·사람이 그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은 화투 속 동·식물이 일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디자인이 다른 패도 있다.

1, 2, 4, 11, 12월에 새가 있다. 1월은 두루미(학), 2월은 꾀꼬리(동박새), 4월은 비둘기(두견새), 8월은 기러기, 11월은 닭(봉황), 12월은 제비다.

2, 4, 8월의 새만 고도리(새 다섯 마리)라 한다. 1월의 새인 두루미는 고도리에 포함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대수씨는 "두루미는 중국과 일본에서 학(鶴)이라고 부르고, 한중일은 모든 새 중에 으뜸 내지 지존으로 여겨 계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1월 딱지에 나오는 새를 일본은 '봉황'이라 하고 한국은 '닭'이라 한다. 정씨는 "'봉황'은 상상의 새이거나 날지 못하기에 고도리에서 제외되고, 제비는 '비고도리'라 해서 넣을 때도 있고 제외하기도 한다"고 했다.

정대수씨는 "새 중에서 가장 아리송하고 슬픈 비운의 새가 바로 비고도리다"며 "많은 사람들은 꿩이라 하지만 사실은 제비다. 여름 철새 제비를 겨울인 12월 '비광' '비고도리'에 억지로 그려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투에는 식물도 등장한다. 1월 소나무, 2월 매화, 3월 벚나무, 4월 흑싸리(일본 등나무), 5월 난초(일본 창포), 6월 모란, 7월 홍싸리(일본 싸리), 8월 억새(일본), 9월 국화, 10월 단풍, 11월 오동나무, 12월 버드나무다. 8월 억새는 일본 화투엔 있는데 한국에는 없다.

소나무는 절개와 지조, 장수의 상징으로, 이는 한중일의 공통된 정서다. 11월 패에 그려진 식물은 오동나무인데 사람들은 흔히 '똥'이라 부른다. 왜일까? 정대수씨는 "똥은 광과 쌍피 한 장, 피 두 장이다"며 "똥은 배설물이 아니라 오동나무의 '동'을 강하게 발음하면서 붙은 것"이라 설명했다.

화투에는 사람과 동물도 등장한다. 12월(일본은 11월) 패에 나오는 사람은 오노도후(小野道風, 894~966년)라는 일본의 3대 서예가다. 청개구리가 높이 있는 버드나무에 오를 수 없었는데, 많은 노력 끝에 바람이 불면서 나뭇가지가 내려오자 청개구리가 뛰어 나무에 오른 것이다.

이는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오노도후 설화'가 되었고, 이 설화는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화투에는 6월에 나비, 7월에 멧돼지, 10월에 사슴이 나온다. 화투 6월 패에는 모란과 나비가 나온다. 정대수씨 설명이 재미있다.

"꽃 중의 꽃인 모란은 '부귀영화', 나비는 '80세'를 상징한다. 신라 선덕 여왕이 '당태종이 보낸 그림에 나비가 없음을 보고 모란에 향기가 없음을 알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면 '80세까지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같이 그리지 않는 관례가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런 관례가 사라져 화투 속에 모란과 나비가 남았고, 그것이 그대로 한국에 넘어온 것이다."

정대수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투를 많이 치고 명절에는 특히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인터넷으로도 화투를 친다"며 "화투를 도박이나 노름 정도로 하면 문제지만, 놀이 정도로 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은 경마장이나 카지노를, 그것도 국가가 나서서 하라고 한다. 그것으로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화투는 거기까지는 아니다"며 "화투 속에 얽힌 문화와 생태 이야기는 흥미로운 게 많다. 특히 정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오는 22일 강좌 때 풀어 놓을 것"이라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