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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경기도의 1인가구 조례, 돋보이네

서울시 전국 최초로 1인가구 조례 입법... 경기도 조례안은 보다 구체적 지원책 담아

등록|2016.03.22 09:32 수정|2016.03.22 11:18

▲ 1인가구의 증가. 이제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가구인 시대가 됐다. ⓒ 송지희


세집 건너 한집이 나 홀로 가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4.01%에 이르렀고, 서울시의 경우 전국 평균을 상회하여 36.38%에 달한다. 더욱이 중구 을지로동(77.07%)을 포함한 6곳은 1인 세대가 70%를 넘게 차지하여 1인 가구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서윤기 의원(보도자료). 2016.03.10. "서울시 '1인 가구 정책' 전국 최초로 본격시행전망")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N포 세대'라 지칭되는 청년 세대가 결혼을 포기하면서 나타난 미혼 가구 증가, 그리고 독신, 이혼, 사별, 주말 부부, 기러기 부부 등의 증가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현상으로 '솔로 이코노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구 형태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영역은 역시 시장인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990원 채소 코너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혼자 찾는 음식점과 주점 등도 확장일로이다. 그러나 시장은 1인 가구 현상을 기본적으로 이윤 창출 영역으로 본다. 1인 가구 확장이 가져올 이윤 창출 기회는 잘 포착하지만, 1인 가구 증가에 부수적으로 필요한 정책 처방이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영역은 앞서 통계청의 발표와 같이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나, 이에 적합한 정책을 체계화 시키지는 못했다. 그 동안 공공기관의 정책 그물망은 다가구 중심으로 편재되어 왔다. 다인 가구 우대 정책을 통해 1인 가구를 억제하는 소극적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다. 1인 가구를 다소 비정상적인 결손 가구로 인지해 온 결과다.

스웨덴(47%)이나 노르웨이(40%)와 같은 복지 선진국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은 매우 높다. 우리나라 1인 가구 증가 원인이 이들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1인 가구 증가를 완전히 병리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선진국 문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회적 조치의 일환으로 1인 가구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 역시 필요하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나 홀로 가구인 현실적 상황을 인정하고 이에 적합한 사회적 공론을 형성해야 할 시기이다.

양대 지방자치단체의 선도적 1인 가구 조례 입법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1인 가구 종합 대책을 담은 조례("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 서윤기 시의원 대표 발의)를 지난 9일 제26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아울러 경기도의회 역시 박용수 도의원이 제출한 "경기도 1인 가구 지원 사업 추진에 관한 조례안"을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입법예고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2016.03.17. "경기도 1인 가구 지원사업 추진에 관한 조례안(입법예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조례 및 조례안은 법제도적 차원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1인 가구 종합대책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1인 가구를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로 규정하지 않고 정상적 가족 구성으로 인식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유지해왔던 다소 경직된 가족 관념을 성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화를 법적 문구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두 조례(안)은 ① 1인 가구를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가족 형태로 인정함으로써 기존의 부정적, 소극적 접근을 탈피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관점 채택 ② 사회적 가족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혈연이나 혼인 관계에 구속되지 않는 새로운 가족 관념 제시 ③ 시장 및 도지사의 책무 규정을 통한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의무 규정 ④ 5년 단위 기본 계획 수립을 통한 정책의 체계성과 지속성 추구 ⑤ 1인 가구 실태 조사를 통한 정책 타당성 제고 ⑥ 사업비 지원 근거 마련을 통한 제도의 실효성 구축 ⑦ 정책의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서 '사회적 가족도시', '공동생활가정'(서울시) 및 '공동체주택'(경기도), '소셜 다이닝' 등의 실천적 구체성 확보 등 여러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적지 않다.

1인 가구에 대한 구체적 지원사업의 범위 역시 매우 포괄적이다. 서울시는 조례 10조에 1인 가구 복지 지원 항목을, 경기도는 조례안 8조에 행정적 지원 및 사업비 지원 가능 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1인 가구 지원 사업이라 하면 주택 공급 대책 정도만 생각할 법한데, 양 자치단체의 조례(안)은 사회혁신 사업의 다양한 하위 범주를 상당 부분 포괄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조례안이 보다 구체적인데, 주택공급지원이나 전세 및 월세 등 주거자금 대출지원은 기본이고, 여성 1인 가구 안전귀가 서비스, 응급상황 대처사업, 여가생활 지원 사업, 소셜 다이닝 등 식생활 지원, 건강검진 지원, 청년・여성・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및 재정 컨설팅 사업, 관련 기관 지원 사업, 연구 조사 사업 등을 망라하고 있다.

▲ 사진은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 문을 연 개인주의 야채가게. 개인주의야채가게는 소량이 필요한데도 일반 가격의 정량에 맞춰 식품을 살 수밖에 없는 1인가구를 주된 소비층을 삼고 있다. ⓒ 유성호


1인 가구 정책의 파급 효과에 주목해야

서울시는 인구 천만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유례없는 다양한 사회혁신 사업을 전개해 왔다. 4대 중점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청년(청년허브), 마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 경제(사회적경제지원센터), 50+(인생이모작지원센터)와 같이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진입한 사회혁신 사업은 그나마 잘 알려져 있다. 아울러 환자안심병원, 희망하우징, 안심귀가, 안심택배, 도시농업, 재활용정거장, 도시재생, 범죄예방디자인, 자투리 주차장, 올빼미 버스, 공유도시, 정보소통, 청년수당 등도 사회혁신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미시적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들 미시적 사례들은 '사회혁신'이라는 하나의 정책 의제로 수렴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각개 약진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조례가 통과되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고, 경기도 역시 심의 및 통과 과정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관련 조례안은 사회혁신의 다양한 사례들을 포괄적으로 매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도권의 양대 광역 자치단체가 선도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지자체로 무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개별적, 미시적 사례들을 모아 놓고 이러저러한 사업들이 모두 사회혁신의 일종이라고 선전하는 방식은 사실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는 시민들의 정책 호응도를 끌어내기 어렵다. 1인 가구 관련 조례(안)처럼 단일한 사업 이슈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연계 가능한 다양한 사회혁신 사업들을 포괄해 나간다면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 체감도 역시 훨씬 높을 것이 자명하다.

1인 가구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별적인 법안으로서 관련 조례의 시행은 크게 반길 일이다. 아울러 1인 가구 조례의 일반성과 포괄성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관련 정책은 청년과 중년, 노년을 아우르는 세대 통합형 정책으로 거듭날 수 있다. 1인 가구 문제야말로 세대를 관통하는 통합 이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 4대 사회혁신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청년, 마을, 사회적 경제, 인생이모작 사업을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도 갖추고 있다. 기타 개별적, 미시적 사업으로 인식되어온 다양한 사회혁신 사례들이 하나의 사업 아이템 하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1인 가구를 정상적인 사회적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사회혁신 사업이 가진 고질적 문제의 하나인 현실과 다소 유리된 칸막이 행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개별적인 정책으로서 1인 가구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 파급 효과에 보다 주목하는 이유이다.

2015년 기준 경기도의 인구는 1250만 명을 상회한다. 서울시는 1000만 대도시이다. 무려 2250만 명의 인구수를 보유한 양대 지방자치단체가 단일한 정책으로 연대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정치적 당파성이 사회적 가치 창출 요구에 우선할 수 없다. 적어도 상식의 영역에서는 그렇다. 시민의 삶을 보다 풍족하게 하고자 하는 사회혁신의 큰 길에서 한번 정도는 상식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현실화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똘레랑스 기자는 서울혁신센터 산하 사회혁신리서치랩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사회혁신리서치랩 페이스북 및 블로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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