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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에 찾은 금강, 썩은 녹조류로 뒤덮여

[현장] 수자원공사는 "최선 다해 조류 제거 중" 환경단체 "수문 개방해야"

등록|2016.03.22 20:35 수정|2016.03.23 17:59

▲ 세종보 상류 선착장 인근이 밀려든 조류 사체로 가득하다. 특히 수자원공사가 수거한 조류 사체를 인근에 보관해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 김종술


수온이 오르면서 금강이 조류 사체로 가득하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속에는 물고기 사체까지 섞여 악취가 진동한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금강의 수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과 함께 공주보, 백제보, 세종보 등을 돌아봤다. '세계 물의 날'(World Day for Water)은 1992년 제47차 유엔 총회에 의해 선포됐다.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과 물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고자 우리나라는 매년 3월 22일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죽은 물고기와 조류 사체로 악취 진동

▲ 공주보 수상공연장 인근에 방생으로 들어온 중국산 거북이 채 수거되지 않았다. 상처 입은 물고기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못 하고 있다. ⓒ 김종술


공주보 상류 300m 지점 수상공연장을 첫 번째로 찾았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지난해 조류 제거를 목적으로 설치한 마이크로 버블기 주변에 가득하다.

몇 발짝 떼기 무섭게 죽은 물고기가 떠밀려 온다. 사체가 쓰레기더미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죽은 물고기 옆으로 다 수거되지 못한 거북도 보인다. 사람이 다가가도 눈만 껌뻑이며 도망치지 못하는 물고기까지. 탄식이 흘러나왔다.

4대강 사업 전 금강의 비경으로 손꼽히던 왕진 나루터에서도 죽은 잉어 사체가 눈에 들어온다. 강바닥에는 시커먼 진흙만 가득하다. 막대기로 펄 속을 파헤치자 순식간에 흙탕물이 퍼지면서 시큼한 시궁창 냄새가 올라온다. 금강을 장악해 버린 붉은색의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도 꿈틀거린다.

▲ 충남 부여군 호암리 천정대 공원 범바위 진입로 시멘트 도로 밑의 흙이 유실되면서 도로만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 김종술


악취를 털어내고자 부여군 호암리 천정대 공원 범바위 나루터를 찾았다. 시멘트 바닥인 도로 밑이 뻥 뚫려있다. 길이만 10m, 높이 2m 정도로 도로 바닥의 토사가 빗물에 유실됐다. 콘크리트 도로 바닥만 공중에 뜬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위험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은 인근 수풀과 수로에 나뒹굴고 있다. 이용객의 사고 위험이 있어 보였다.

▲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의 도민식수 공급을 위해 부여군 부여대교 인근 도수로 펌프장 인근에 산처럼 쌓인 폐기물이 방치되고 있다. ⓒ 김종술


금강의 용수를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도수로가 보였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도수로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각종 쓰레기와 흙이 뒤섞인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공사 잔재인 철근과 각종 자재가 발목을 잡는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주민들의 휴식공원을 도수로 공사를 위해 파헤치면서 발생한 쓰레기로 보였다. 제거된 자전거 거치대와 차단봉, 철근, 벽돌, 그늘막, 가드레일이 후미진 곳에 방치되어 있다.

물을 퍼 올리는 물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은산천과 백제보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부유물을 차단하기 위해 주황색·파란색 차단막이 설치됐다. 차단막 주변으로 조류 사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수로 건너편에는 비닐, 우유팩, 대형 접착제 깡통, 스티로폼, 고무호스, 녹조 등이 떠다닌다. 여기에 새까만 기름띠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처참한 광경이다.

마지막으로 세종보 선착장을 찾았다. 최근 대청댐에서 들여온 조류 제거선이 눈에 들어온다.

어김없이 상류에 조류 사체가 둥둥 떠다닌다. 수자원공사에서 사용하는 선착장 인근에서도 악취가 풍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정체불명의 물건에서 썩는 냄새가 났다. 통 속 자루에 담긴 것은 수거된 조류 사체였다. 대형 물통 4개에 가득 채운 것으로 보아 한눈에도 엄청난 양이다.

수자원공사 "최선을 다해 조류 수거 중"  

▲ 세종보 수자원공사 선착장에 탈수를 위해 보관 중인 조류 사체로 인해 악취가 풍기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수공은 뚜껑을 덮어서 차단했다. ⓒ 김종술


최근 들어 세종보 악취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떠오르는 조류 사체를 거둬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노력 중이다, 지난 일주일(3일, 7일, 16일, 17일, 19일, 20일 등)가량 조류 제거선을 이용해서 총 1870kg 정도의 조류 사체를 거둬들였다. 현 상태에서 폐기물 처리가 어려워서 자연탈수를 통해 물을 제거하여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매립 처리할 계획이다."

그는 "자연 탈수를 위해 물 빼는 과정에서 냄새가 풍겼다면 통의 뚜껑을 닫아서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루에 3~4명이 한 조로 움직이면서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 매달려서 최선을 다해 조류를 거둬들이려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자원공사 측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직원들이 조류 제거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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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조류 제거 작업금강에서 수자원공사가 조류 사체를 제거하고 있다. 바지선이 스크루를 이용하여 앞에서 조류를 몰아주면 뒤따르는 조류제거선이 수거하는 방식. ⓒ 수자원공사


대전충남녹색연합 "녹조 제거 위해 수문 열어야"

▲ 강변엔 조류 사체뿐 아니라 발길이 닿는 곳마다 죽은 물고기가 보였다. 일부는 썩어가면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 김종술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세계 물의 날이다. (3월이라) 아직은 수온이 떨어지는 시기다, 지난해 대규모로 금강에 녹조가 발생하여 수자원공사가 황토나 조류제거제, 시설물 설치로 녹조 제거 사업을 했다. 그런데 그때 가라앉았던 조류가 최근 사체로 떠오르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특히 세종보와 공주보 수상공연장, 도수로 인근 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이어 "수공은 1870kg 정도의 조류를 제거했다고 하지만, 최근 겨울철 얼음판에도 녹조가 나타났다. 사철 금강에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은 심각할 정도로 강의 수질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녹조 발생은 강이 흐르지 않고 유속이 없어서 발생한다"고도 주장했다.

김성중 팀장은 "수문의 상시 개방이 정답이다. 어렵다면 일부라도 개방하여 유속을 만들어야 한다. 조류 발생량의 측정과 연구가 뒤따른다면 금강의 녹조는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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