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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등'뿐인 대구에 '녹색당' 후보가 나타났다

[무모한 도전? ③] 대구 달서구갑 변홍철 녹색당 후보

등록|2016.03.25 16:34 수정|2016.03.25 16:34

▲ 대구 달서구갑에 출마한 녹색당 변홍철 후보 현수막 ⓒ 임병도


사람들에게 총선에 출마하는 정당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까지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녹색당'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그나마 녹색당 활동을 아는 누리꾼이 있지만, 지역에서는 녹색당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녹색당은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20대 총선에서 녹색당은 비례대표 후보 5명, 지역구 후보 5명 등 총 10명의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비례대표도 어려운 판에 지역구 후보라니…. 그것도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인 달서구에서…

#총선아바타팀은 지난 18일, 대구 달서구(갑)에 출마한 변홍철 녹색당 후보를 만났습니다.

국민의당과 같은 녹색, 녹색당이 '원조'

- 녹색당, 왜 굳이 대구에서 지역구로 나왔나?
"대구 사람이고요. '한국 정치 변화는 대구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구가 달라져야 한국 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나왔죠. 녹색당은 정당득표 3% 이상 받아서 반드시 원내 진입하자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전국 광역 단위에서도 출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저는 이 동네 출신입니다. 고향에서 대구 정치 변화. 한국 정치 변화를 시작해보자는 각오로 출마하게 됐습니다."

- 녹색당, 국민의당이라고 오해 안 받나?
"오해 좀 받았습니다. 할머니들이 '안철수 당이다' 그래서 (웃음) '아닙니다. 저희가 원조입니다' 하고 다닙니다."

▲ 녹색당은 후보자의 선거 기탁금과 기본적인 공보물 비용을 함께 마련했다 ⓒ 녹색당 누리집 갈무리


- 녹색당 당원들이 후원금을 내서 기탁금 마련하고 있다. 당원들 입장에서는 '안 될 거 뻔한데 굳이 나가느냐' 이런 반발이나 있을 것 같은데.
"글쎄요. 그런 의견은 별로 없었고요. 어쨌든 '녹색당이 의미 있는 성장을 이번 기회에 해야 한다' 이런 의식 많이 가졌고. 그런 염려는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해낼 수 있겠느냐. 오랜 시간 토론했고, 지난 4년간 절치부심한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각 지역에서의 녹색당 후보 출마는 의미가 있지만, 과연 경쟁력 있느냐는 물음에 막힌다. 스스로 평가하면 경쟁력 있는 후보인가? 현실 정치는 승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다른 후보와 비교할 때 다른 점은?
"대구는 기성 정당들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에 대한 '묻지 마 투표' 때문에 대구가 '몰매'를 맞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기성정당, 말하자면 제1야당으로 대안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여론이 의외로 높습니다. 그래서 녹색당이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요. 한국에서 '녹색 정치'는 대구에서 오히려 더 빨리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 녹색당의 2016년 총선 핵심공약 ⓒ 녹색당 화면갈무리


- 이념보다는 환경, 실생활에 가까운 공약이 많다. 그런데도 시민들이 잘 모른다. 지역구 후보가 녹색당을 알리는 방법은?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주민과 자꾸 토론하려고 한다. 그동안 정치가 권력다툼이라는 것을. 그래서 주민들이, 국민이 정치에 대해 환멸 느끼고 절망하고 있는데요. '사실 좋은 정치는 이런 거 아니지 않느냐'고 질문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면 많은 분이 공감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먹고사는 문제에 좋은 해법 찾는 게 좋은 정치인데. 이제까지 그러지 못했습니다. 녹색당이 그런 거 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야기 나누다 보면 많은 분이 좋은 정치에 대한 기대감과 호응이 있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 환경이나 기본 소득 등 녹색당이 내놓은 공약에 온라인 지지여론은 높은 편이다. '기본소득'이 현실 지역으로 들어왔을 때 반응이 궁금하다. 지역 유권자들은 어떤가?
"좀 '황당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죠. '이게 말이 되느냐? 나라에 돈이 있느냐?'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실제로 가능하느냐고 묻는데요. 그것도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는 제 처지를 먼저 말합니다. 시민 정치인으로 사회 변화를 위해 뜻있는 일을 하는 것 자체도 노동인데, '저는 사십만 원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물으면. 각자 그런 기본소득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떠오르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렇게 말하고 논의할 시간을 얼마나 유권자와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요. 조금씩 설득해 나가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구광역시 12개 선거구는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 위키피디아 화면갈무리


"'빨간 신호등'이 차지한 대구, '녹색 신호등'으로 바꿔야"

- 녹색당이 창당된 것은 오랜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조직이 지역별로 탄탄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출마하고 많은 걸 할 건데… 녹색당이 꼭 대구에서 나와야 할 이유는?
"좀 비유이긴 하지만 우선 이런 생각을 합니다. '대구는 '빨간 신호등'이 독차지하는 도시라서, 빨간 신호등에 걸려서 가야 할 곳을 못 가는 형국'입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녹색 신호등'으로 바뀌어야 사람도 가고 정치도 바뀔 수 있습니다. 사람도 공기도 숨통이 트여야 살 수 있지 않나요. 그런 이야기를 유권자들에게 많이 말하고 있어요. '지역 경제도 대구가 꼴찌'라는 문제의식과 불만이 대구 시민에 많이 있습니다. 기성 정치로는 답이 없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고 새로운 정치가 대구에 필요합니다. 그런 것들로 대구 시민의 자존심 회복이 필요합니다."

- 4대강 사업 비판하는 근거나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겨울에도 녹조가 발생할 정도로 물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녹조라는 표현은 너무 점잖고 아름다운 표현이고. '썩어가는 똥물'이죠. 저도 검사를 했지만, 떼죽음 당한 물고기를 보면 '리굴라'라는 기생충이 물고기를 죽이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이 죽고 기생충이 창궐합니다. 민물업하는 어부들이 증언하기를 '보가 생기기 전에는, 4대강 사업 전에는 한 번도 있었던 적 없던 현상이다. 끔찍하고 놀랍다'는 말을 합니다.

강의 생태계가 자정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강을, 대구 일부 지역, 특히 이곳 달서갑은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도 비판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생태계가 완전히 균형을 상실했다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 이걸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달서구 성서지구는 공장이 많고 환경파괴 등 주민들이 겪는 피해도 크다. 달서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성서산업단지에는 1800여 개 작은 기업이 있고, 5만 명 넘는 노동자가 일합니다. 그리고 바로 아파트 주거단지도 있습니다. '성서산업단지는 혁신단지'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하지만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노동자 기본권은 실제로 산업단지 안에서 충분히 논의 못됐고 그동안 정치에서도 많이 도외시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업단지의 녹색화'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녹색의 첫 번째는 일하는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정당한 대우를 받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산업단지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는 주거단지와 가까이 있기에 적절하지 못한 기업도 있습니다. 국가가 지원해서 이런 기업들은 이전하도록 하고… 녹지와 같은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산업 단지가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제가 달서갑에 출마한 긴밀한 이유입니다. 성서산업단지는 자연의 보고, 달성 습지 위에 있습니다. 전라도 순천만처럼 달성 습지가 옛 모습 찾을 수 있도록 하고, 달서갑을 새로운 명물로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산업단지 때문에 고통받는 주민이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 대기 오염의 문제, 인근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경제와 산업이 주민들의 삶의 질과 공존할 수 있도록, 달성 습지와 같은 자연 생태계가 경제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 이런 것들이 녹색당이 고민하는 주요한 의제고 녹색당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 총선뿐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풀어가고 싶은 것을 선거 운동 과정에서 하려고 합니다."

독점구조의 한국 정당, 직접참여 정치의 확대 필요하다

- 거대 기존 정당들 사이에서 소수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거대정당들이 독점구조를 놓지 않겠다는 관성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개혁에도 소극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는 정치적 상상력을 국민에게 호소해야 하고. 녹색당이 생활형 정책뿐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나 선거제도, 정치개혁 대안들을 갖고 유권자들 만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입니다."

- 녹색당의 정당 시스템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후보로 선출된 과정은 공천 시스템인가?
"녹색당은 철저하게 당원 직접 투표로 승인하고 뽑게 돼 있습니다. 제가 이곳 달서갑에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달서 지역의 당원들에게 뜻을 밝혔어요. 이후 대구시당 운영위와 달서지역 당원들이 어떻게 절차를 밟을 것인지 충분히 논의 후 달서지역 당원들의 직접 투표로 후보가 됐습니다."

- 다른 정당은 중앙당 결정을 받기도 하는데, 녹색당도 승인을 받아야 하나?
"전국 운영위에서 승인받도록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후보 출마의 결정은 지역 당원들이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지역 정당들의 연합이 창당 정신에 있고요. 당원들이 뽑는 겁니다. 당헌이나 당령에 크게 위배되지 않으면 전국 운영위는 승인하게 돼 있습니다."

- 대구 달서구 당원들은?
"달서에 30여 명. 당원 규모나 당의 살림살이는 지역마다 편차 큽니다. 녹색당은 당비 등을 전체가 책임지도록 규약상 되어 있습니다."

▲ 변홍철 녹색당 대구달서구갑 후보 사무실 계단에 있는 배너. ⓒ 임병도


- 후보 사무실 많이 다녔는데. 너무 허름하다.
"힘없고 약하다는 것을 오히려 더 자랑을 많이 합니다. 왜냐면 녹색당이 하고 싶은 정치가 평범한 시민들의 정당이라는 걸 열심히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있는데… 누구라도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출마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게 녹색당의 장점이라 말합니다."

- 계속 여기서 활동했나?
"주로 수성갑쪽에서 활동했습니다. 작년 연말에 출마를 고민하면서 달서갑에 있는 유권자 만나서 상의하고 지난 1월 말경에 사무실 준비 후 활동하게 됐습니다."

- 냉정하게 말하면 당선권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지역에 출마해 득표를 통해 녹색당을 알리겠다는 것인가?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죠. 구도에 따라 알 수 없다고 봅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선거 20여 일 남은 상황까지도 후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천 정치로 국민을 우롱한다고 봅니다. 바르지 않은 정치에 맞서 최선을 다한다면... 당선을 목표로 뛰겠습니다. 이를 주민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대구 전체에 온통 빨간색 천진데… '녹색' 물결을 만들고 싶습니다.

수백 수천 명 사람이 환멸을 노골적으로 표하고 있어요. '국회의원 있어 뭐하나, 선거해서 뭐하나…' 제가 꼭 하고 싶은 건 '이번 선거 치러보니 정치가 좀 다를 수 있구나 희망을 가질 수 있구나' 하는 부분을 달서갑 주민들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녹색당 찍어달라, 변홍철 지지해달라' 안 하고 '우리 포기하지 말자, 힘내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숨통이 막힙니다. 한국 정치가 갑갑합니다. 이제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국민 앞에 자기 당 후보를 확정해 내놓지 않는 정당들이 한국 정치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이 그렇고 공기가 그런 것처럼, 우리 정치가 절망적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치 없이는 혼탁함을 걷어낼 수 없고. 숨 막한 공기를 맑게 할 수 없습니다. 정치없이 답도 찾아낼 수 없습니다.

녹색당이 다할 수 있다고 소리치지 않겠습니다. 답답함을 느끼는 똑같은 사람들이 만든 정당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녹색당이 함께 하겠습니다. 녹색당이 이번 총선 통해서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함께 힘을 내고 좋은 정치를 만들자는 꿈을 같이 꾸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꿈을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봅니다. 기억해주고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 녹색당의 현수막 ⓒ 임병도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는 대의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했던 공약은 대부분 실제로는 재벌과 권력자를 위한 혜택에 머물렀습니다.

녹색당이 내세우는 공약과 정책. 어떤 사람에게는 황당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쓸데없는 짓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에 해당됩니다.

새누리당의 '빨간색'만이 살아남는 지역에서 '녹색 신호등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변홍철 후보. 그를 보면 대구에 분명 하나쯤 이런 정당, 이런 후보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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