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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공회, 장로교가 함께 사용하는 교회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과 쿡 산 등반 ⑦] 냉동하지 않은 싱싱한 연어의 맛

등록|2016.03.28 11:43 수정|2016.03.28 11:43
10시 반쯤 숙소를 떠나 중간에 한국 마트에 들러 장을 조금 봤다. 오늘 연어 회를 먹으려면 초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시간 걸려 테카포 호수에 도착했다. 맑은 옥색의 호수 물빛과 교회 그리고 개 동상은 그대로인데 뭔가 번잡하다. 관광객이 많고 특히 중국인들이 많다. 설 명절 연휴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예전과 다른 점은 많은 중국인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소유주가 중국인이지 키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모텔이고 상가고 손님을 상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이다.

호수 주변은 왜 그리 많이 파헤쳐놨는지 볼썽사납다. 예전에 사진 찍었던 한 그루의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예전의 감격은 사라지고 다시 찾아올 이유가 없는 곳이 되었다. 이래서 아름다운 추억은 간직하고 있을 뿐 다시 찾으면 안 된다고 하는가 보다. 교회에는 예전에 없었던, 실내에서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표시가 있다. 성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란다. 왜 사진을 찍는 것이 성스러움에 반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교회는 교파를 초월해 미사와 예배를 드리고 있다. 내부에서 보는 호수의 모습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교회 옆에는 개 동상이 있다. 양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의 도움이 꼭 필요하겠지.

▲ 테카포 호수. 오른쪽 끝에 있는 건물이 그 유명한 교회이다. ⓒ 이규봉


▲ 12년 전 찍은 교회 안에서 바라 본 모습 ⓒ 이규봉


끼워주는 간장과 나무젓가락까지 팔다니

12년 전 그 싱싱한 연어 회의 맛을 못 잊어 연어 농장을 찾아갔으나 입구가 폐쇄되었다. 푸카키 호수(Lake Pukaki)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농장을 찾았으나 매장은 푸카키 호수 안내센터에 따로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농장과 매장이 함께 있었다. 오늘 묵을 트와이젤로 가는 도로에 푸카키 호수의 멋진 풍광을 등지고 조그마한 안내센터가 있다. 그 안에 들어가니 아주 단출한 연어 매장이 있다.

회로 먹을 수 있는 싱싱한 연어는 150그램, 300그램, 500그램씩 회감으로 썰어 포장해 놓았다. 전에는 연어를 통째로 살 수 있어 회는 떠먹고 나머지는 매운탕을 끓였는데 이제는 연어 살만 따로 판다. 500그램에 30달러로 우리 돈으로 2만 5천원 정도이다. 우리 같으면 당연히 끼워줄 나무젓가락이나 조금 포장된 간장 그리고 고추냉이를 30센트에 따로 판다.

▲ 500그램 어치의 싱싱한 연어 회 ⓒ 이규봉


하루 90달러의 백패커스는 커다란 창이 있어 햇빛을 많이 받았다. 싱싱한 연어 회의 맛은 참 좋았으나 500그램은 둘이 먹기에는 좀 많은 양이었다. 타운센터는 바로 숙소 옆에 있어 편리했다. 샤워 꼭지에 온수 조절기가 달렸는데 강약 조절이 안 되고 너무 수압이 센 것이 좀 불편하다고 할까. 바로 앞에는 교회가 있는 데 가톨릭과 영국 성공회 그리고 감리교가 함께 사용한다. 물론 신자수가 적어서이겠지만 얼마나 평화스러운가? 한국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이 교회도 가톨릭, 영국 성공회 그리고 장로교가 함께 사용한다. ⓒ 이규봉


아주 가까이서 쿡 산을 보다

다음 날 아침은 날이 흐렸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아오라키의 정상이나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우려를 지닌 채 쿡 산을 향해 떠났다. 한 시간 정도 푸카키 호수를 따라 올라갔다. 그새 하늘은 바뀌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로 변했다. 마치 다시 온  우리를 환영하듯 아오라키(Aoraki)가 맨 살을 그대로 들어냈다. 최고 정상의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흔치 않은데.

▲ 키아에서 본 빙하와 쿡 산 정상 ⓒ 이규봉


캠핑장에서 10시 반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은퇴를 함직한 나이 든 사람들도 많이 있다. 12년 전에 와서 가지 못 했던 코스인 키아(Kea Point)로 우선 갔다. 2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이곳에서 3724미터나 되는 정상과 빙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다시 내려와 1250미터 높이에 있는 샐리 탄(sealy tarns Track)까지 등반을 했다. 경사가 매우 심해서 올라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를수록 빙하와 정상을 더욱 자세히 조망할 수 있었다.

▲ 샐리 탄에서 내려다 본 모습 ⓒ 이규봉


샐리 탄 정상에서 싸간 점심을 먹고 한참을 보낸 뒤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더구나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왕복 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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