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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7910원', 60대 노동자가 노숙농성하는 이유

[현장]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 노숙농성 650일 돌파... 풀리지 않는 노사분쟁

등록|2016.03.28 14:42 수정|2016.03.28 15:25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 650일째 노숙농성중생활임금 좀 올려 달라고 나이 60대 초후반 어르신들이 모여 노숙농성 중입니다. ⓒ 변창기


울산 동구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라는 대기업이 있습니다. 현대그룹은 대한민국 5대 재벌기업에 속하는 굴지의 기업입니다. 그 창업주는 동구지역에 많은 학교를 지었습니다. 그중 동구지역에 유일한 대학이 있는데요. 울산과학대학교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0년 3월 17일 개교했습니다.

울산 동구 화정동 산 160번지 일대에 자리한 이 대학은 정말이지 시설면에선 전국 최고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랍니다. 대학교 건물 맨 꼭대기층에 올라서면 동구 앞바다에 있는 거대한 현대중공업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참으로 멋지게 잘 꾸며져 있는 대학 교정입니다. 그 멋진 학교에서 요즘 정문 앞이 시끌벅적 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그 대학은 주로 취업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아, 요즘 대학은 대부분 다 그렇죠? 이 학교에도 이사장이 있고, 학장이 있고, 교수가 있고,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천여 명이나 되는 인원을 관리하기 위해 교직원들도 있지요. 식당 종사원도 있고요.

제가 오늘 이야기 나누고자 하는 분야는 청소 분야입니다. 기업이든 학교든 청소원 없는 곳은 없겠지요? 누군가는 어지럽히고 누군가는 치워야 하니까요. 청소 노동자, 울산과학대학교 청소 노동자는 두 부류가 있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중 요즘 많이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비닐 막사에서 650일

지금 울산과학대학교 정문 앞 길가엔 비닐로 얼기설기 지어진 비닐막사 같은 게 있습니다. 그 주위로는 여러 글귀가 새겨진 현수막도 걸려 있고요. 그곳이 바로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이 노숙농성을 하는 곳입니다. 지난 3월 26일에 찾아 갔었는데요, 그날이 노숙농성 650일차 되는 날이라 했습니다. 그날따라 서울과 강원지역에서 지지자 여러분들이 오셔서 북적거렸습니다.

김순자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지부 지부장님은 연대 오시는 분들이 고맙다며 간단한 음식을 계속 만들어 내놨습니다. 그날은 또, 밀양 송전탑 건립 반대 시위하는 영상물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영상도 보고 세상사는 이야기로 시끌벅적 했지만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게 사람 사는 모습들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지부장님을 만나 청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지부장님은 바쁜 중에도 저에게 그동안 울산과학대 청소 노동자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울산과학대학교는 2000년에 설립되었지요. 그때부터 청소원도 모집했는데 그땐 정규직이 뭔지, 비정규직이 뭔지 몰랐지요. 들어가 일하다 보니까 불합리하고 차별받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김순자 지부장님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대한민국 어딜 가나 비정규직 노동현실이란 게 비슷비슷 하겠지만, 특히나 현대 학원 소속인 울산과학대학교 실정은 더 심각한 것 같았습니다.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은 파견직 간접고용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쪽이랑 인원파견업체랑 인원공급체결을 하고 청소 노동자를 파견합니다.

불합리함과 인간차별에 화가 난 청소 노동자들은 2006년 6월 13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설립되던 해에 정규직은 8시간을 일하면 240만 원 정도 받더랍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9시간 일하고도 고작 60만 원 조금 넘게 받았다고 합니다. 무려 4배의 임금 격차가 났습니다.

첫 노동조합은 10여 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최저시급 지급하라, 식당에서 밥 먹게 해달라, 시간외 수당 달라, 특근수당 내놔라, 생리휴가 달라"는 요구를 대학 쪽에 했습니다. 그렇게 노조활동을 진행하니 2007년 1월 20일경 업체서 해고 예고 통보를 했습니다. 노조는 피켓 시위를 하면서 부당해고 농성으로 맞섰습니다. 그러다 2월 23일부로 대학 쪽이 업체를 계약해지 하면서 모두 정리해고 당하게 됩니다.

이어 같은 달 26일부터 10여 명의 조합원은 부당해고 투쟁에 나섭니다. 지하 탈의실을 점거하고 철야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3월 7일 대학 쪽은 직원을 시켜 강제로 끌어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알몸 시위를 하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본관 뒷마당으로 쫓겨난 노조원은 그 자리에 앉아 연좌농성에 들어갔습니다.

플랜트 노조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에 들어가게 됩니다. 3월 9일 천막농성장 옆에는 희한한 일이 벌어집니다. 운동복 차림을 한 학생과 교수 600여 명이 면학 분위기 망친다며 물러가라는 궐기대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노조 측은 대학 쪽이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전 3월 4일엔 전남대에서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납니다. 울산과학대학교 당시 이사장인 정몽준씨가 전남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합니다. 총학생회와 교수들이 나서서 청소 노동자 탄압하는 사람에게 학위수여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시위를 했다고 하네요. 울산과학대 총학생회와 교수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 겁니다.

아무튼 2월 26일부터 3월 7일까지 11일 동안 농성을 하다 끌려나온 노조원들은 농성을 멈추지 않습니다. 노조원들은 폐 현수막을 잘게 잘라 교내 길가 나무마다 리본을 만들어 답니다. 그 해 5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요. 노조원은 이사장인 정몽준씨 선거 사무실 앞으로 가서 "부당해고 철회하고 복직 시켜라" 연좌농성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부당해고 농성을 시작한 지 약 5개월 만에 그해 6월 1일로 복직한다는 복직 합의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밀린 임금 모두 받고, 민형사상 책임 묻지 않기로 하고, 정신적 피해보상도 받고, 시간수당, 특근수당도 받고 복직하게 됩니다. 노동조합의 승리로 끝나게 된 거죠.

5개월 만에 복직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된 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하청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은 10년 되나 1개월 되나 월급이 차이가 없었습니다. 정규직은 상여금도 1000%나 되는데 비정규직은 0%였습니다. 김순자 지부장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13년차였는데 빚이 2500만 원 되었다고 합니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으론 도무지 생계를 쫓아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조는 다시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투쟁하기에 이릅니다. 노조는 대학 쪽과 단체협상을 시도합니다. 노조는 생활임금을 요구했습니다. 노조의 요구 근거는 행안부에서 고시한 시중노임단가중 70% 수준인 7910원으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여금 100%와 근속 수당, 귀향비를 요구했습니다. 노조의 요구는 소박했습니다.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만 주면 된다고 어느 법전에 나와 있던가요? 생활은 되도록 해주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요?

지난 2014년 3월 중순에 요구안을 발송하고 몇 차례 노사협상이 이루어 졌었습니다. 처음엔 업체와 협상을 했으나 무리한 요구라며 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시간만 허비한다고 판단하여 6월 13일까지 답을 내놓으라고 학교 쪽과 업체에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그러나 묵묵부답.

노조는 본관 안 1층 로비에 앉아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일주일 정도면 끝나지 않겠나 싶었다고 합니다. 2007년 첫 파업 승리 후 20여 명으로 늘어난 노조원이 5명씩 교대로 철야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농성은 7월이 가고, 8월이 가고, 9월이 가도 대학 쪽이나 업체가 협상을 거부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학 쪽에서 신청한 법원 가처분이 떨어져 10월 20일 오전 6시, 법원 집행관과 경찰, 교직원 500여 명이 잠자던 노조원을 모두 강제로 끌어냈습니다. 밖으로 끌려나온 노조원은 학교 뒤편 마당에서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10월 22일 플랜트 노조에서 다시 천막을 설치해 주었습니다.

학교는 다시 가처분을 신청했고 학교 뒤쪽 천막농성을 이어가던 2015년 5월 18일 아침 6시경 경찰과 법원 집행관, 교직원 300여 명에 의해 강제로 천막이 철거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쪽은 기존 파견업체와 계약을 해지 하고 5월 말에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이 다시 정리해고 당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학교 뒤에서 쫓겨난 뒤 학교 앞 마당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노조원에 1인당 660만 원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됐다고 합니다. 20여 명이던 노조원 중 일부는 노조를 떠나 다른 업체에 재입사했고, 현재는 8명의 노조원이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본관 1층 안에서 쫓겨나고, 본관 뒤쪽에서 쫓겨나고, 본관 앞에서 쫓겨나면서도 부당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2015년 7월 20일 본관 앞에서 쫓겨난 청소 노동자들은 대학 정문앞에서 농성을 이어갑니다. 대학쪽은 9월 중순경 학교 앞 길에 측량선을 긋고는 학교 밖으로 나가라고 협박하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했습니다.

정문 옆길엔 대형 복사본이 붙어 있습니다. 과학대쪽에서 법원 가처분 결정문을 대형 복사해 붙혀둔 것입니다. 같은 달 동구청장 주선으로 대학총장과 업체장들이 모여 협상을 해보기도 했으나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아무런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5~10년 일해도, 해고는 단칼에

지금 파업농성에 참여하는 8명의 노조원은 모두 60세가 넘은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과학대에서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 넘게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단칼에 정리해고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업체를 해지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정말이지 교활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울산과학대학교는 지난 2007년 5월 9일자로 합의한 문서가 있습니다. 그 합의서 3항에 보면 '울산과학대학은 현 도급업체의 계약해지로 타 업체와 계약 시 동부캠퍼스 내에서 근무하는 울산연대노조조합원이 타 업체에 고용승계를 원할 때는 동부캠퍼스로 고용승계를 담보한다'라고 분명히 쓰여 있었습니다. 그 합의서에 울산과학대학장은 '상기 합의안에 대하여 그 이행을 보증 함'이란 문구 아래 서명을 했습니다.

2016년 3월 6일 현재 울산 동구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정문 앞에서 600일 넘게 노숙농성 중인 청소 노동자들. 대학은 영리추구 사업장이 아닙니다. 지역에서는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실세라고 합니다.(2014년 명예이사장으로 변경) 또 그는 30년간 정치도 한 사람이고 아버지 정주영으로부터 현대중공업을 물려받은 사람입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청소노동자 옷을 입고 다니며 퍼포먼스를 한 걸로 기억합니다. 지성인을 키우는 대학에서 청소한 죄밖에 없는 그분들을 그렇게 무시하고 탄압하는 대학은 조선 천지에 없다고 노조원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노조원들은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합니다. 책임자 처벌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대학관계자는 귀마개라도 했는지 청소 노동자들의 절규는 들리지 않는가 봅니다.

저는 울산과학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무시당하고, 멸시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단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노동자에겐 노동조합이 필수입니다.

울산과학대학교 "협의할 것 없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 업체 선정 당시 고용설명회를 열었는데 청소 노동자들이 취업 의사를 밝히지 않아서 고용 승계가 되지 않았다"라며 "파업으로 부족해진 인력만큼 다른 청소 노동자들을 이미 고용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농성자들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건강한 사람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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