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없애겠다"... 각 당 교육 공약 살펴보니
[분석] 각 정당 총선 '교육공약 분석' 및 '눈길 끄는 공약' 톺아보기
4년 전 19대 총선 때에는 그래도 보편적 복지와 교육혁신 등 교육공약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에는 참신함과 감동은커녕 오로지 정쟁과 당리당략만 난무해서 그런지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 제대로 된 교육공약이 없다는 평이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간 공천전쟁, 더민주당은 박힌 돌과 굴러들어온 돌과의 기싸움, 국민의당은 이삭줍기에 여념이 없어서 그런지, 거대정당들 스스로 냉소와 불신과 정치혐오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치권이 입만 열면 백년지대계 운운하며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육,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교육주체와 교육현장을 무시한, '붕어 없는 붕어빵' 수준의 공약이라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고 성의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거대정당과 달리 소수정당인 정의당은 진보정당답게 '교육혁신의 의지'가 엿보이고, 녹색당은 '교육내용의 녹색화'라는 차별화 시도가 참신하다는 평이다. 대체 각 정당들이 내세운 교육공약들이 어떠하기에 교육계가 이렇게 실망하고 기대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새누리당] 뜬금없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내걸어
- 대부분 '재탕, 삼탕,'... 거의 교육공약 실종 수준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별도의 교육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공약에서 '국가책임보육, 고교무상교육, 대학반값등록금' 등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약속했으나, 결국 공약(空約)이었다는 비난 여론 때문인지, 아니면 친박·비박 간 공천싸움 하느라 미처 준비를 못한 것인지, 교육공약이 거의 실종수준으로 복지정책 등 다른 분야에 흡수되어 있다.
새누리당은 도서벽지 등 소외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고교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고교무상교육은 박 대통령 공약으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4년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100분의 1수준으로 낮춰 추진하겠다는 것은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특수교사를 증원하고, 특수학교를 증설하는 등 '장애학생 교육력 향상 위한 여건 확충'하겠다는 것도 지난 번에 내걸었던 공약이다. 이밖에도 저소득층 영재교육 대상자를 5.5%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 공약이었던 '학급당 인원 감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현재 뜨거운 쟁점인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도 개선방안 없이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어서 교육계가 공분하고 있다.
대신 뜬금없이 "이념적 성향에 따른 국가정책과의 부조화"를 내세우며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이미 지난해 11월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결론이 난 사항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관계자 A씨는 "일부 교육감들이 교육의 안정성을 해치고 이념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학한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교육의원 제도를 없앤 새누리당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할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이것을 총선공약으로까지 내세운 것은 교육계를 넘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대다수 국민들은 교육감 직선제를 원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직선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 EBS-2TV 채널 편성 및 조기 방송할 수 있도록 방송법령 개정 ▲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지식 멘토링 전국 확대 ▲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기업 맞춤형반' 운영 ▲ 전국 지자체에 수학 및 소프트웨어(S/W) 체험관 설치 등도 새누리당의 교육 공약이다. 이에 대해 최은순 총선연석회의 공동대표(참학회장)는 "교육의 큰 줄기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가지 치기, 변죽 울리기에 불과하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인지, 도무지 집권여당의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교육비 경감으로 교육 기회 불평등 해소하겠다'
- 고심한 흔적은 보이나 제1야당의 기대 미치지 못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표현처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교육공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등 큰 정당이 시민단체만큼도 좋은 공약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지 않은 것 같다"며 "기업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신상품을 개발하여 선보이듯 수권정당이라면 마땅히 가장 좋은 공약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 표를 달라고 해야 함에도 정책생산능력이 부실하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더민주당 관계자 B씨는 "제1야당답게 차별화 전략도 시도해야 했고, 보다 차분하고 깊이있는 교육공약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분당과 당내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노중기 총선연석회의 공동대표(한신대 교수)는 "더민주당이 19대 총선과 지난 대선에 비해 한발 후퇴, 우클릭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은 교육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교육비 경감'을 내세웠다. 박대통령의 교육 공약이기도 한 '고교무상교육 실현'을 위해 ▲ 입학금 ▲ 수업료 ▲ 학교운영지원비 ▲ 교과서비 4가지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과 체험 학습비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 중·고교생 교복값 30% 인하 ▲ 통합적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 등도 교육공약으로 내세웠다.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율을 현행 20.27%에서 25%로 확대하여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고등교육재정'을 GDP대비 1%로 늘리고, 등록금은 소득과 연계하여 지원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새로운 공약으로 '고교 수강신청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였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함으로써 특목고 등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란다. 이에 대해 최은순 회장은 "취지가 좋다. 다만 일부 특목고처럼 국영수 편중 등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의 교육공약에 대해 김진우 대표는 "공정한 교육기회를 지향하는 한편 고교 수강신청제를 통해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지향성도 보인다"고 평가했다.
더민주당은 이밖에도 ▲ 특목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 ▲ 기초학력책임보장법 제정 ▲ 영어 수학 보조교사 지원 체제 위한 예산 확보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 당] "대입 전형 변화로 교육 양극화 줄일 것"
- 신생정당이라 그런지 아이디어 수준, 깊이 있는 공약 눈에 안 보여
국민의당의 경우, 신생정당이라 그런지 교육공약이 급조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문성이 부족하면 교육전문가들의 도움이라도 받아서라도 제대로 된 공약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특위에 참여했다는 C씨는 "참신하고 담대한 비전·정책 랠리도 조직하지 못했고, 개념이 바로 선 정책 논쟁판은 어림없는 일"이었다며, "탁류가 홍수처럼 흘러가는 개천에 돌멩이 몇 개 던지는 수준"이었다고 고백했다.
국민의당은 '사교육비 및 학업스트레스 제로'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입시제도를 단순화해 수시모집 비중을 20% 축소하고, 반면 다양한 지역·계층 학생에게 보다 넓은 대학 입학 기회를 보장해주는 기회균등선발제는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내신 상위 10% 이내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주거하고 있는 시·도 지역의 국·공립대에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최은순 회장은 "교육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눈에 보이는 입시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것 같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책도 보이지 않고 교육을 잘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혹평했다. 김학한 소장도 "목표가 과도하고, 뜬구름 잡기식으로, 공약의 체계성과 치밀함도 부족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눈길 끄는 공약으로 '학교장의 자질이 부족할 경우, 교사와 학부모가 투표를 통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제안하였다. 사실상 학교장을 해임할 수 있는 '학교장 소환제' 도입에 대해 새누리당 한 전문위원은 "소환제는 선출직에게만 해당되고 임명직인 교장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 비판했다. 그러나 한 현직교사는 "교장선출보직제, 또는 교장초빙제가 활성화된다는 전제라면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밖에도 ▲ 국·공립대학교 등록금 동결 ▲ 교원임용시 남녀 교사 성비를 최저 30%로 규정 ▲ 초중고교 공립 창의학교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
- 교육계의 요구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 '교육혁신 의지' 엿보여
총선대응교육정책연석회의 등 교육시민단체들의 요구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그나마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한 정당이 정의당으로 보인다. 보편적 복지 측면의 공약이 강하고 교육혁신 의지도 돋보인다. 물론 일부에서는 교육 문제 자체보다 지나치게 평등이나 기회균등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정의당은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율 1% 인상과 특별교부금 1%를 인하하여 2.1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하였고, 현재 중2와 일반고 1학년부터 한 학급에 25명 수준으로 인원 수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2020년까지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 위하여 무상급식비의 50%(연 2조)를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수능 수학을 절대평가화하고, 고른기회전형을 20% 수준으로 확대하겠으며, 학습부진학생 지원을 위하여 예산을 현행 153억에서 1천억 원으로 증가시키고,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현재 126곳에서 176개 지역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밖에도 ▲ 출산휴가 120일로 연장하고, 육아휴직 파파쿼터제 도입 ▲ 법인세 10%를 고등교육재정에 투여해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공약했다.
눈에 띄는 공약으로, '고졸취업장려금 지원제도'로 고졸취업자에게 4년간 최대 연 360만 원 지원 등 학력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정의당 관계자 D씨는 "이 공약은 고용노동부의 근속장려금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우리나라도 속히 독일 등 교육선진국처럼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헌법정신과 기회균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정의당은 이밖에도 ▲ 대학 균형발전과 대학서열화해소-대학균형발전법 제정, 부실사립대의 국공립대화 및 정부책임형사립대로 전환 ▲ 학교와 동등하게 학원 선행학습 금지 ▲ 헌법과 국제표준에 따른 교원노조법 개정, 교육공무원법 제정 등을 공약했다.
[녹색당]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학교를 뒤집자'
- 학생 안식년 등 파격적인 공약 많아
녹색당의 경우, 생태적 위기에 대응한 교육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정당들과 달라 보인다. 또한 교육제도 자체에 대한 대안 제시보다는 기본소득과 같은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녹색당은 '교육 내용의 녹색화'를 지향하는 만큼, 학교에서 오후 교육과정을 목공, 텃밭, 요리, 예체능으로 소화하는 '교육과정의 대전환'을 내걸었다. 교육부 폐지도 공약에 포함되었다. 녹색당은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과 국가교육과정위원회에 위임하고 단위 학교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교육부 폐지 후 대학교육을 전담하는 대학교육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자사고 및 외고뿐 아니라 인문계/전문계 구분을 폐지하고 이를 중등종합학교로 통합하자고 제안했으며, 대학의 경우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해 대학평준화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대학입시체제도 학생성장기록부와 면접 및 구술로 바꿔나간다는 것이 녹색당의 공약이다.
눈길을 끄는 공약으로 '청소년, 청년에게 월 4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퍼주기식 포퓰리즘"이라며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녹색당 관계자 E씨는 "우선순위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이다. 부자증세와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최은순 회장도 "파격적인 공약이긴 하나 아동과 노인뿐만 아니라 알고 보면 학생과 청년도 사회적 약자라며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전환학기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 중고시절 1년의 안식년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학생 안식년'도 파격적인 공약이다. 일부 보수 단체 중심으로 공교육의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녹색당 관계자는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학교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얼마든지 학교 밖시설을 활용하여 청소년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색당은 그밖에도 ▲ 청소년수면시간 보장법 ▲ 방사능과 GMO없는 학교급식 ▲ 만 16세 이상 교육감 선거권 부여 ▲ 학생인권 구체적 보장 사항 법제화 ▲ 착취 속 전문계고 현장실습 전면 개선 ▲ 소수자 교내 차별 금지 및 인권 보장 등을 공약했다.
노중기 교수는 "교육주체들 모두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그 절박함을 모르는 것 같다. 특히 거대정당들의 교육공약을 보니 19대 총선에 비해 후퇴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평했다. 그러나 "총선대응교육정책연석회의 중심으로 교육계는 내년 대선과, 이후 지자체 선거까지 길게 보고 계속 일관성 있게 교육현장의 절박한 요구가 반영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이 입만 열면 백년지대계 운운하며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육,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교육주체와 교육현장을 무시한, '붕어 없는 붕어빵' 수준의 공약이라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고 성의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거대정당과 달리 소수정당인 정의당은 진보정당답게 '교육혁신의 의지'가 엿보이고, 녹색당은 '교육내용의 녹색화'라는 차별화 시도가 참신하다는 평이다. 대체 각 정당들이 내세운 교육공약들이 어떠하기에 교육계가 이렇게 실망하고 기대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 좋은교사운동 초청 교육공약 정책 대담회좋은교사운동은 3월 21일 11시부터 17시까지 좋은교사운동 세미나실에서 정당 초청 총선 교육공약 정책대담회를 실시하였다. 새누리당 이근우 수석전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정의당 송경원 보좌관, 녹색당 박복선 정책위원이 참석하였다. 국민의 당은 서면으로 답변하였다. ⓒ 좋은교사운동
[새누리당] 뜬금없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내걸어
- 대부분 '재탕, 삼탕,'... 거의 교육공약 실종 수준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별도의 교육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공약에서 '국가책임보육, 고교무상교육, 대학반값등록금' 등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약속했으나, 결국 공약(空約)이었다는 비난 여론 때문인지, 아니면 친박·비박 간 공천싸움 하느라 미처 준비를 못한 것인지, 교육공약이 거의 실종수준으로 복지정책 등 다른 분야에 흡수되어 있다.
새누리당은 도서벽지 등 소외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고교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고교무상교육은 박 대통령 공약으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4년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100분의 1수준으로 낮춰 추진하겠다는 것은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특수교사를 증원하고, 특수학교를 증설하는 등 '장애학생 교육력 향상 위한 여건 확충'하겠다는 것도 지난 번에 내걸었던 공약이다. 이밖에도 저소득층 영재교육 대상자를 5.5%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 공약이었던 '학급당 인원 감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현재 뜨거운 쟁점인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도 개선방안 없이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어서 교육계가 공분하고 있다.
대신 뜬금없이 "이념적 성향에 따른 국가정책과의 부조화"를 내세우며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이미 지난해 11월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결론이 난 사항이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관계자 A씨는 "일부 교육감들이 교육의 안정성을 해치고 이념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학한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교육의원 제도를 없앤 새누리당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할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이것을 총선공약으로까지 내세운 것은 교육계를 넘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대다수 국민들은 교육감 직선제를 원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직선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 EBS-2TV 채널 편성 및 조기 방송할 수 있도록 방송법령 개정 ▲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지식 멘토링 전국 확대 ▲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기업 맞춤형반' 운영 ▲ 전국 지자체에 수학 및 소프트웨어(S/W) 체험관 설치 등도 새누리당의 교육 공약이다. 이에 대해 최은순 총선연석회의 공동대표(참학회장)는 "교육의 큰 줄기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가지 치기, 변죽 울리기에 불과하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인지, 도무지 집권여당의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교육비 경감으로 교육 기회 불평등 해소하겠다'
- 고심한 흔적은 보이나 제1야당의 기대 미치지 못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표현처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교육공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등 큰 정당이 시민단체만큼도 좋은 공약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지 않은 것 같다"며 "기업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신상품을 개발하여 선보이듯 수권정당이라면 마땅히 가장 좋은 공약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 표를 달라고 해야 함에도 정책생산능력이 부실하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더민주당 관계자 B씨는 "제1야당답게 차별화 전략도 시도해야 했고, 보다 차분하고 깊이있는 교육공약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분당과 당내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노중기 총선연석회의 공동대표(한신대 교수)는 "더민주당이 19대 총선과 지난 대선에 비해 한발 후퇴, 우클릭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은 교육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교육비 경감'을 내세웠다. 박대통령의 교육 공약이기도 한 '고교무상교육 실현'을 위해 ▲ 입학금 ▲ 수업료 ▲ 학교운영지원비 ▲ 교과서비 4가지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과 체험 학습비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 중·고교생 교복값 30% 인하 ▲ 통합적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 등도 교육공약으로 내세웠다.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율을 현행 20.27%에서 25%로 확대하여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고등교육재정'을 GDP대비 1%로 늘리고, 등록금은 소득과 연계하여 지원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새로운 공약으로 '고교 수강신청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였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함으로써 특목고 등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란다. 이에 대해 최은순 회장은 "취지가 좋다. 다만 일부 특목고처럼 국영수 편중 등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의 교육공약에 대해 김진우 대표는 "공정한 교육기회를 지향하는 한편 고교 수강신청제를 통해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지향성도 보인다"고 평가했다.
더민주당은 이밖에도 ▲ 특목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 ▲ 기초학력책임보장법 제정 ▲ 영어 수학 보조교사 지원 체제 위한 예산 확보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 교육정책연석회의 기자회견지난 2월 24일 교육운동연대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3대 핵심과제 등 교육공약을 제안하였다. ⓒ 김형태
[국민의 당] "대입 전형 변화로 교육 양극화 줄일 것"
- 신생정당이라 그런지 아이디어 수준, 깊이 있는 공약 눈에 안 보여
국민의당의 경우, 신생정당이라 그런지 교육공약이 급조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문성이 부족하면 교육전문가들의 도움이라도 받아서라도 제대로 된 공약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특위에 참여했다는 C씨는 "참신하고 담대한 비전·정책 랠리도 조직하지 못했고, 개념이 바로 선 정책 논쟁판은 어림없는 일"이었다며, "탁류가 홍수처럼 흘러가는 개천에 돌멩이 몇 개 던지는 수준"이었다고 고백했다.
국민의당은 '사교육비 및 학업스트레스 제로'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입시제도를 단순화해 수시모집 비중을 20% 축소하고, 반면 다양한 지역·계층 학생에게 보다 넓은 대학 입학 기회를 보장해주는 기회균등선발제는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내신 상위 10% 이내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주거하고 있는 시·도 지역의 국·공립대에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최은순 회장은 "교육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눈에 보이는 입시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것 같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책도 보이지 않고 교육을 잘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혹평했다. 김학한 소장도 "목표가 과도하고, 뜬구름 잡기식으로, 공약의 체계성과 치밀함도 부족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눈길 끄는 공약으로 '학교장의 자질이 부족할 경우, 교사와 학부모가 투표를 통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제안하였다. 사실상 학교장을 해임할 수 있는 '학교장 소환제' 도입에 대해 새누리당 한 전문위원은 "소환제는 선출직에게만 해당되고 임명직인 교장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 비판했다. 그러나 한 현직교사는 "교장선출보직제, 또는 교장초빙제가 활성화된다는 전제라면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밖에도 ▲ 국·공립대학교 등록금 동결 ▲ 교원임용시 남녀 교사 성비를 최저 30%로 규정 ▲ 초중고교 공립 창의학교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
- 교육계의 요구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 '교육혁신 의지' 엿보여
총선대응교육정책연석회의 등 교육시민단체들의 요구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그나마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한 정당이 정의당으로 보인다. 보편적 복지 측면의 공약이 강하고 교육혁신 의지도 돋보인다. 물론 일부에서는 교육 문제 자체보다 지나치게 평등이나 기회균등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정의당은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율 1% 인상과 특별교부금 1%를 인하하여 2.1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하였고, 현재 중2와 일반고 1학년부터 한 학급에 25명 수준으로 인원 수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2020년까지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 위하여 무상급식비의 50%(연 2조)를 국고에서 지원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수능 수학을 절대평가화하고, 고른기회전형을 20% 수준으로 확대하겠으며, 학습부진학생 지원을 위하여 예산을 현행 153억에서 1천억 원으로 증가시키고,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현재 126곳에서 176개 지역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밖에도 ▲ 출산휴가 120일로 연장하고, 육아휴직 파파쿼터제 도입 ▲ 법인세 10%를 고등교육재정에 투여해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공약했다.
눈에 띄는 공약으로, '고졸취업장려금 지원제도'로 고졸취업자에게 4년간 최대 연 360만 원 지원 등 학력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정의당 관계자 D씨는 "이 공약은 고용노동부의 근속장려금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우리나라도 속히 독일 등 교육선진국처럼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헌법정신과 기회균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정의당은 이밖에도 ▲ 대학 균형발전과 대학서열화해소-대학균형발전법 제정, 부실사립대의 국공립대화 및 정부책임형사립대로 전환 ▲ 학교와 동등하게 학원 선행학습 금지 ▲ 헌법과 국제표준에 따른 교원노조법 개정, 교육공무원법 제정 등을 공약했다.
[녹색당]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학교를 뒤집자'
- 학생 안식년 등 파격적인 공약 많아
녹색당의 경우, 생태적 위기에 대응한 교육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정당들과 달라 보인다. 또한 교육제도 자체에 대한 대안 제시보다는 기본소득과 같은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녹색당은 '교육 내용의 녹색화'를 지향하는 만큼, 학교에서 오후 교육과정을 목공, 텃밭, 요리, 예체능으로 소화하는 '교육과정의 대전환'을 내걸었다. 교육부 폐지도 공약에 포함되었다. 녹색당은 교육부의 권한을 시도교육청과 국가교육과정위원회에 위임하고 단위 학교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교육부 폐지 후 대학교육을 전담하는 대학교육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자사고 및 외고뿐 아니라 인문계/전문계 구분을 폐지하고 이를 중등종합학교로 통합하자고 제안했으며, 대학의 경우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해 대학평준화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대학입시체제도 학생성장기록부와 면접 및 구술로 바꿔나간다는 것이 녹색당의 공약이다.
눈길을 끄는 공약으로 '청소년, 청년에게 월 4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퍼주기식 포퓰리즘"이라며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녹색당 관계자 E씨는 "우선순위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이다. 부자증세와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최은순 회장도 "파격적인 공약이긴 하나 아동과 노인뿐만 아니라 알고 보면 학생과 청년도 사회적 약자라며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전환학기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 중고시절 1년의 안식년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학생 안식년'도 파격적인 공약이다. 일부 보수 단체 중심으로 공교육의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녹색당 관계자는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학교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얼마든지 학교 밖시설을 활용하여 청소년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색당은 그밖에도 ▲ 청소년수면시간 보장법 ▲ 방사능과 GMO없는 학교급식 ▲ 만 16세 이상 교육감 선거권 부여 ▲ 학생인권 구체적 보장 사항 법제화 ▲ 착취 속 전문계고 현장실습 전면 개선 ▲ 소수자 교내 차별 금지 및 인권 보장 등을 공약했다.
▲ 2016년 총선 교육부문 정책 토론회교육정책연석회의는 지난 2월 24일 오후 2시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주요 정당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교육재정 확보와 무상교육 확대>, <입시교육 해결과 대학공공성 강화>, <교육주체 기본권 보장> 등 3대 핵심과제를 정치권이 이번 총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 김형태
노중기 교수는 "교육주체들 모두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그 절박함을 모르는 것 같다. 특히 거대정당들의 교육공약을 보니 19대 총선에 비해 후퇴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평했다. 그러나 "총선대응교육정책연석회의 중심으로 교육계는 내년 대선과, 이후 지자체 선거까지 길게 보고 계속 일관성 있게 교육현장의 절박한 요구가 반영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교육희망'에도 유사한 글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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